칼 라거펠트의 고양이
고인이 된 ‘패션 황제’ 칼 라거펠트의 애묘 ‘슈페트’. 최근 2억 달러(약 2,245억원)에 이르는 칼의 일부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슈페트에 대한 관심이 들끓고 있다. 2014년 <보그 코리아>와 나눈 인터뷰에서 칼 라거펠트는 슈페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지만 버르장머리는 없죠.” 그래서일까? 칼은 슈페트를 일컬어 고상한 샤넬 레이디보다는 진 할로우에 가깝다고 말한다. 1930년대 최고 미인으로 꼽히는 진 할로우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팜므 파탈’의 원조. 그렇다고 마냥 앙칼지기만 한 건 아니다. 어떨 땐 창피할 정도로 응석받이라니, ‘밀당’의 고수가 따로 없다.
칼이 슈페트의 품으로 들어온 건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모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는 생후 4개월 된 버만 고양이 슈페트를 칼에게 맡기고 휴가를 떠났지만 돌려받지는 못했다. “고양이와 이토록 진한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어요.” 슈페트 없인 살 수 없는 ‘냥덕후’가 되어버린 칼은 이제 슈페트의 눈빛만 봐도 그녀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대단한 녀석이죠. 다들 얘만 보면 홀딱 넘어가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넘쳐요.” 예민하고 까칠하기로 소문난 패션계의 대부 칼 라거펠트도 애교 넘치는 고양이 앞에선 어쩔 수 없다. 작업실에 앉아 슈에무라의 블루 아이섀도로 슈페트의 동그란 눈동자를 채워 넣는 그의 눈빛은 슈페트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고 입가엔 연신 ‘아빠 미소’가 맴돈다. “주둥이에는 검정이 살짝 들어가요.”
2011년 8월 15일에 태어난 슈페트는 미얀마 출신의 신성한 품종으로 알려진 버만 고양이다. 두 명의 집사는 슈페트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기록해 칼에게 보고하고, 그녀의 안전을 책임지는 우람한 체구의 보디가드는 물론 그녀만 돌보는 주치의도 상주한다. 구멍이 송송 뚫린 루이 비통 캐리어와 고야드의 블랙 트렁크(인공 눈물, 장난감, 브러시, 은 식기로 구성된!) 없인 여행을 떠나려 하지 않으며 유행을 선도하는 톱 디자이너의 고양이답게 아이패드 조작은 식은 죽 먹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는 럭셔리 브랜드의 커다란 쇼핑백이다. 패션·뷰티 피플들 사이에서 슈페트의 인기는 칼 못지않다. 톱 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와 포즈를 취하는 독일 <보그> ‘커버 펫’으로 활약했으며 2014년 겨울 슈에무라 홀리데이 컬렉션의 뮤즈로 발탁된 ‘멀티캣’ 슈페트. 이제 그녀의 이름 앞에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백만장자 고양이!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SHU UEM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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