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주말에 부여 어떠세요?

2019.04.11

주말에 부여 어떠세요?

저는 종종 걷기 여행을 떠납니다. 최근에 가본 부여 사비길이 좋아서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사비는 부여의 옛 이름입니다. 아시다시피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죠. 사비길은 백제 유적지를 따라 걷는 길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지(능산리 고분군, 부여나성, 정림사지,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를 볼 수 있죠. 무엇보다 도시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품격 있습니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으면 시인 신동엽(1930~1969)의 생가와 문학관이 나옵니다. 교과서에도 실린 ‘껍데기는 가라’라는 유명한 시 아시지요? 아담한 한옥 생가 뒤로 모던한 문학관이 있습니다. 시인의 문학 작품과 유물을 전시 중이며, 조그마한 도서관도 있어요. 저는 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깜빡 졸았어요. 그만큼 아늑하고 조용한 곳입니다.

신동엽 생가 옆에는 이렇게 귀여운 게스트하우스도 있어요.

이제 궁남지로 갑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못이에요. 왕궁의 남쪽에 있어서 궁남지라 부르지요. 선화공주와 서동의 설화가 깃든 곳이랍니다. 조금만 있으면 버드나무와 연꽃이 궁남지를 아름답게 수놓겠네요. 못 안에는 다리로 연결된 작은 섬이 있어요. 섬의 정자에 앉아 가만히 시간을 보내도 참 좋더라고요.

궁남지에서 걸어서 백제왕릉원에 갑니다. 다만 가는 길이 거리가 꽤 먼 데다가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있어서 택시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셔도 좋아요. 저는 왕릉에 가길 참 좋아해요. 왕릉은 대부분 탁 트인 수려한 경관에 자리하거든요. 백제왕릉원도 그랬습니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굴된 절터도 있습니다.

백제왕릉원에서 시내에 자리한 국립부여박물관으로 갑니다. 이 길 역시 거리가 꽤 있고, 산을 하나 넘기도 해서 다른 교통수단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저는 걸어갔죠. 저는 백제에 가면 이 박물관의 도슨트를 꼭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부여의 역사는 물론, 부여가 남긴 아름다운 유산에 대한 설명이 꽤 충실합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것들이 실제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드디어 백제금동대향로를 실물로 봤습니다. 정말 저는 20분 정도 가만히 서서 그 문화재를 살펴봤어요. 그만큼 섬세한 조각에 장인 정신과 유머가 깃든 작품이었습니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정림사지가 있습니다. 그 유명한 정림사지 5층 석탑이 있죠. 모서리가 하늘을 향해 살짝 들린 모양이 특히 아름다웠어요. 한편에 카페가 있는데요. 그곳에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탑을 내내 바라봤답니다. 부여는 정말 이렇게 사람을 느긋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부소산성에 올랐습니다. 길 양편으로 나무가 우거지고, 길도 쾌적하고 넓어서 동네 주민들도 산책을 많이 나오셨더라고요.

사비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낙화암도 찾았습니다. 삼천궁녀의 전설이 깃든 곳이지요. 낙화암에서 바라보는 금강이 참 아름다워요.

사비길을 걷고 나니 해가 졌습니다. 백제의 문화유산을 품고 있어선지 부여는 소박하면서도 우아하며 조용하고 아름다운 지역이었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역사 기행을 떠나도 좋고, 연인이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러 가도 좋아요.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김나랑, 부여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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