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홍콩 2019
‘아트바젤 홍콩 시즌’이 돌아왔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이 아시아 미술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아트바젤 홍콩은 7년 만에 아트바젤 홍콩 시즌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뉴욕이나 런던에 가야 만날 수 있던 메이저 갤러리가 모이고 수조 원대의 거래가 이루어지며 아시아 최고의 미술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행사 전후로 홍콩에서는 수많은 전시를 오픈하고 경매가 이루어진다.
아트바젤 홍콩은 본전시로 여기는 갤러리즈(Galleries)를 중심으로 여섯 개 섹터로 나뉘어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 매년 가장 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것은 대규모 조각과 설치를 선보이는 인카운터(Encounter) 섹터다. 올해도 역시 시드니 출신 큐레이터 알렉시 글라스 캔터(Alexie Glass-Kantor)의 기획 아래 비엔날레급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사이먼 스탈링(Simon Starling),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 피나리 산피탁(Pinaree Sanpitak) 등 작가 13인이 참여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불 작가가 있었다.
Installation view of 2019 Art Basel Hong Kong.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이불은 아트바젤 홍콩 입구에 은색 비행선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2015-2016)을 띄웠다. 길이 10m에 이르는 거대한 볼륨의 비행선은 바닥에 거울에 비춰 무한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2017년 시드니 비엔날레와 2018년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선보인 바 있지만 아트바젤 홍콩 공간에 맞춰 전시 방식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불은 근대 이후에 제시해온 유토피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토피아는 이상적이기에 다다를 수 없고, 다다를 수 없기에 실패하는 세계다. 하지만 동시에 유토피아는 이상적이기에 희망적이고, 희망적이기에 반추해야 하는 세계다.
이불은 지난 3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며 젠더, 인종, 계급, 테크놀로지 등 역사와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그것은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현실의 반영이자 고발이었으며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였다.
유토피아는 현재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미래에 있다. 그 미래로의 항해를 여기 이 빛나는 비행선과 함께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예술이라는 이름 안에서 전보다 더 멀리, 그리고 한 계단 높은 곳으로 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에디터
- 김미진
- 글
- 김한들(큐레이터,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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