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케어 비스포크 시대
내 피부에 꼭 맞는 화장품을 맞춤 제작하라! 때는 바야흐로, 스킨케어 비스포크 시대.
“평소 피부 타입이 어떻게 되세요?” 화장품 매장과 에스테틱에서, 그러니까 1년에 두세 번쯤 나를 ‘TMT(투 머치 토커)’로 만드는 질문이다. 상황별, 부위별로 피부에 대한 ‘TMI’를 대방출해보건만, ‘복합성’이란 애매한 단어로 치환되며 상황 종결. 나는 우리 여자들의 피부 생태계가 건성, 지성, 복합성으로 3등분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믿는다. 당연히 건성용, 지성용 대개 두 가지 타입으로 출시되는 기성 스킨케어 제품도 피부 고민을 100% 충족시키기엔 어딘지 아쉽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신묘한 컨셉의 제품을 경험했다. 화장품 스테레오타입에 피부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피부 성질에 꼭 맞게 맞춤 설계할 수 있는 일대일 커스터마이징 제품이 그것이다.
먼저 화장품 신선 구독 서비스부터. ‘톤28’은 내 피부 컨디션과 호르몬 주기, 환경적 변화 요인 등을 토대로 28일마다 새 제품을 만들어 배달해주는 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다. 일명 ‘바를 거리 가이드’라 불리는 상담사와 미팅 약속을 잡았다. 내가 편한 시간과 장소(집 앞 카페를 추천한다)로 찾아온 바를 거리 가이드는 피부 측정기를 이용한 20~30분쯤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방대한 양의 피부 데이터를 기록지에 담아갔다. 며칠 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녹아든 신선한 맞춤 화장품이 집 앞으로 배달됐다. 종이 팩에 담긴 제품엔 유효기간이 표기되어 있으며 가죽 레이블엔 내 이름이 새겨져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결핍되기 쉬운 감성적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심한 흔적이다. 테일러가 재단한 수트처럼 내 피부 세포와 내밀한 궁합을 이룰 맞춤 화장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컬러스’도 커스터마이징 스킨케어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중 하나. “IT 전문가와 피부 전문가가 모여 피부 안면 인식 기술과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했어요. 일곱 가지 피부 항목을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죠. 그런 뒤 고객에게 고유한 스킨 바코드를 부여해 성분의 종류, 함량을 모두 다르게 제조합니다. 이렇게 나올 수 있는 조합의 수는 무려 7,440만 가지죠.” 컬러스의 창립자 신완희는 첨언한다. 그간 나는 고작 두세 가지 타입의 기준에 피부를 우겨 넣고 있었던 걸까?
이토록 천문학적 경우의 수까진 아니지만 기성 브랜드 제품도 퍼스널 피부 정보를 적극 반영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크리니크 iD는 근래 출시한 제품 중 단연 눈에띄는 슈퍼루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사각 통 로션(세 가지 타입)에 액티브 부스터를 딸깍 끼워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진정과 모공, 톤 업, 활력 카테고리로 세분화된 4종의 부스터가 보습제와 만나 환상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새로울 것 없이 늘 묵묵히 제자리를 지켰던 베테랑 보습제가 이렇게 참신하게 부활하다니 중견 탤런트가 뒷심으로 빵 터져 신인상을 휩쓴 듯한 느낌이다. CNP Rx도 프로폴리스 에센스에 네 가지 기능성 앰풀을 혼합해 사용하는 스킨 커스터마이징 세트를 보유한다. 네 개의 이펙터 샷은 두 가지씩 서로 믹스 가능해 가령 톤 업 & 탄력, 진정 & 보습 등 복합적인 피부 고민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장점이 특징.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건 커스터마이징이 ‘DIY’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1제(보습제)와 2제(기능성 앰풀)를 믹스해서 사용하는 게 핵심인 듯 보이지만 이는 전문적으로 설계된 제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집에 있는 보습제와 앰풀을 무턱대고 혼합했다간 유효 성분끼리 충돌을 일으켜 효과가 반감되거나 영양 과잉에 빠질 수있고, 또 제형이 변질되어 사용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명심하길. 우리 피부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타고난 DNA, 라이프스타일, 환경 요인, 호르몬 주기, 수면 패턴, 흡연 여부… 100명이 있다면 100가지 피부가 있다는 건데, 우린 어쩌면 개인 피부 특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간과한채 화장품에 무리하게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 다 좋다는 진리의 그 제품이 유독 내 피부에 밋밋하게 느껴졌다면 커스터마이징 화장품에 눈을 돌려보시라. 억대의 제품 개발비를 들이지 않아도 내게 꼭 맞는 제품 하나를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니!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이신구, 윤석구(제품)
- 글쓴이
- 박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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