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스포일러가 아닐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이 글을 클릭하셨다면, 안심하고 읽으셔도 좋습니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이 기다려온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예매가 시작된 첫날부터 인원이 몰려 예매 인원만 무려 200만 명을 돌파하는가 하면, 개봉 전날 실시간 예매율 97%를 기록했습니다. 혹여 스포를 당하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한시라도 빨리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려는 팬들로 극장가가 북적이는 상황.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포일러는 다행히 아직 터지지 않았는데요, 다만 이번 작품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프랜차이즈 히어로 시리즈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Marvel Cinematic Universe)’라고 하는데, MCU의 상징과도 같았던 쿠키 영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스크롤이 다 올라가고 나면 아주 짧게 나오는 쿠키 영상은 재미와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MCU 영화에서 히어로들의 유머와 다음 편에 대한 암시 등이 담긴 쿠키 영상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죠.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전까지 MCU 영화에는 최소 한 편 이상의 쿠키 영상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는 무려 다섯 개의 쿠키 영상이 포함되어 있어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습니다. 마블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이번 영화에는 쿠키 영상이 몇 개인지, 영상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찾는 것도 일종의 재미 중 하나였을 정도.

하지만 MCU 영화 22편 중 <어벤져스: 엔드게임>에는 유일하게 쿠키 영상이 없습니다. 마블이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는 뭘까요? ‘어벤져스’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1세대 히어로와 제대로 된 작별을 하기 위해서 관객을 배려한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음악이 흐르고 스크롤이 올라가는 동안 내가 아끼던 히어로와의 여운을 더 오래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앞서 마블과 1세대 히어로 배우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 ‘헐크’ 마크 러팔로 등은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끝으로 하차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8년 <아이언맨>과 <헐크>의 개봉으로 MCU가 시작된 이후 11년 만에 1세대 히어로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입니다.

쿠키 영상이 없다고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세요. 러닝타임 3시간에 달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영화가 끝날 때쯤, 떠나는 1세대 히어로를 위한 특별 크레딧이 올라가 감동을 안길 테니까요. 비록 웃음 터지는 쿠키 영상은 없지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등 그동안 큰 즐거움을 안겨준 1세대 히어로 배우들의 사진과 사인이 큰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팬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건넵니다. 마치 11년 동안 함께해온 이들의 애틋한 작별 인사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