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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전주, 영화

2019.05.10

스무 살 전주, 영화

2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11일, 폐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개막작 ‘나폴리 : 작은 갱들의 도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직후에 전주 돔이라는 공간에서 상영했습니다. 전주 돔이라는 ‘천막 영화관’은 에 등장하는 영화관처럼 정겹답니다(이후에 다른 영화관에서도 상영했습니다). 나폴리에서 마약 밀매상을 도우며 살아가는 10대 니콜라와 친구들이 주인공입니다. 니콜라는 그렇게 번 돈으로 어머니께 비싼 가구를 선물하고, 새로 산 스쿠터를 타고 나폴리를 질주합니다. 결국 이들은 총을 훔쳐서 구역 싸움에 나서고,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하죠. 우린 이 소년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나폴리 : 작은 갱들의 도시’는 로베르토 사비아노(Roberto Saviano)의 동명 소설을 옮긴 작품으로 질주하는 청춘의 모습과 그 이면을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상미로 포착해냈습니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각본상을 받았죠. 감독인 클라우디오 조반네시(Claudio Giovannesi)가 영화제 기간에 전주를 찾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40대의 조반네시 감독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10대 청춘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폐막작 ‘스킨’
스킨헤드족 사이에서 성장한 백인 우월주의자인 청년이 등장합니다. 그는 매번 새로운 문신을 하죠. 그러던 중 흑인 인권 운동가를 알게 되면서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에는 ‘빌리 엘리어트'(2000)와 ‘설국열차'(2013)로도 익숙한 배우 제이미 벨이 열연했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신의 감독 기 나티브(Guy Nattiv)는 동명의 단편 ‘스킨'(2018)으로 아카데미상 단편영화상을 받은 바 있죠.

에디터의 선택은 ‘파도를 걷는 소년’
개인적으로 서핑에 관심이 많아 관람한 작품입니다. 제주의 서퍼와 서핑을 시작하는 소년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서핑 문화의 이해, 난민 문제를 다루는 방식, 주인공인 배우 김현목의 발견 등 보석함 같은 영화였어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내가 사는 세상’으로 창작지원상을 받은 최창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난민 문제의 최전선이 된 제주도에서 외국인 취업 브로커로 일하는 김수의 일상과, 그가 서핑을 접하면서 생기는 변화를 다룹니다. 특히 안정적인 구도로 담아낸 제주의 서핑 풍경이 마음을 밝혀줍니다.

수상의 영예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에 이반 마르코비치(Ivan Markovic), 우린펑(Wu Linfeng) 감독이 출품한 ‘내일부터 나는’이 선정됐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김솔, 이지형 감독의 ‘흩어진 밤’이,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는 이상환 감독의 ‘파테르’가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내일부터 나는’
다네 콤렌의 ‘북쪽의 모든 도시들'(2016), 앙겔라 샤넬렉의 ‘나는 집에 있었지만…'(2019)의 촬영감독인 이반 마르코비치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첫 번째 픽션 영화입니다. 중국 감독 우린펑과 협업했죠. 건물 관리인인 남자가 그의 룸메이트와 이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장병원 평론가는 이렇게 평합니다. “이 영화의 성취는 오로지 시청각 이미지의 직조술로부터 나온다. 휴대전화 액정을 거울 삼아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남자, 그림자나 실루엣으로 축소되어 프레임 아래 놓이는 인물들, 반사 이미지, 도시 지형을 활용한 조형적 장면화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재림을 보는 것 같다.”

‘흩어진 밤’
‘흩어진 밤’은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있는 열 살 수민, 열네 살 진호 남매가 등장합니다. 부모는 누가 아이를 키울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죠. 수민의 시점에서 본 가정의 붕괴와 부모 입장에서 본 삶의 피로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파테르’
레슬링 용어 파테르는 상대는 유리하고 자신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벌칙입니다. 고교 레슬링 선수이자 불법체류자인 오성이 세상에서 받는 파테르를 다룹니다.

피처 에디터
김나랑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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