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도 질병이 되나요?
세계보건기구 WHO는 오는 5월 20일에 열리는 총회에서 게임 중독이 질병인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게임 중독’은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 같은 정식 병명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술이나 도박, 마약중독처럼 게임도 질병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45.1%,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반대한다는 응답이 36.1%였습니다. 찬성한 이들 가운데는 여성과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많았고 반대한다는 의견에는 남성과 20~30대가 다수였어요.
그동안 ‘묻지마 범죄’ 같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게임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죠. 지난해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발생 당시에도 일부 의원들은 하루 5시간 이상 게임에 몰두한 피의자의 게임 중독이 범죄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올해 초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도 인기 게임인 ‘포트나이트’로 살인 훈련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요. 게임이 폭력을 부른다는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은 10년 이상 지속돼왔는데요. 표면적인 유사성 때문에 많은 이들이 게임과 폭력을 쉽게 연결 짓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오히려 공격성을 해소시킬 뿐 아니라 총기 난사범의 80%가 게임에 무관심했다는 연구 결과 등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죠.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WHO 고위 관계자들이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라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 내부 관계자도 인정한 내용인데요. 관련 학자들 대부분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과학적 근거와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게임이용장애 연구자이자 권위자인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테트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WHO에 압박을 가하는 아시아 국가로 중국과 한국을 지목하며 “미국인들은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것 자체를 어리석게 여기며 이 이슈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일부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세계 각지에 이들을 위한 치료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죠. 우리나라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대학 공동 연구진은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한 게임 중독군을 대상으로 게임을 할 때 뇌의 활성 상태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게임 중독군은 특정 부위의 뇌파만 활성화되지만 일반인은 게임을 할 때 뇌 전체가 골고루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전략을 짜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뇌 전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게임 중독군의 경우 습관처럼 게임을 해서 뇌파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철 교수는 이 현상이 몰입할 때 나타나는 뇌파 패턴이 아니라 단순 반복을 할 때 보이는 뇌파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프로 게이머처럼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한다고 해서 게임 중독으로 분류되는 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게임을 하고 똑같은 시간을 들이더라고 중독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래는 WHO에 의한 게임이용장애 진단 기준입니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혹시 게임 중독 상태인지 의심된다면 스스로 체크해보세요.
게임 중독으로 진단하는 데 필수적인 증상은 아래 네 가지입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게임을 할 때
1. 게임에 대한 조절력을 상실하고
2. 게임이 다른 일상생활에 비해 현저하게 우선적인 활동이 되며
3. 부정적 문제가 발생해도 지속적으로 게임을 과도하게 즐기는 패턴이 1년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된다.
4. 이러한 패턴으로 인해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적 또는 다른 주요 기능에 유의미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상적인 게임 사용과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앞서 말한 핵심적 특성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게임 사용 패턴만으로는 게임 중독으로 진단할 수 없다. 따라서 또래들의 일반적 사용 형태와 사회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서 진단해야 한다.
유해한 게임 사용과 차이점은 다음과 같고요.
유해한 게임 사용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위의 게임 중독 진단 기준을 충족하진 않지만 게임을 사용하는 패턴이 개인 또는 타인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단계이거나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태다.
-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Everett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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