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새로운 악어 여인 루이스 트로터

2019.05.14

새로운 악어 여인 루이스 트로터

새로운 악어 여인이 파리 테니스장에 출현했다! 라코스테를 위해 첫 패션쇼를 마친 디자이너 루이스 트로터(Louise Trotter)를 〈보그〉가 만났다.

방금 막 데뷔 쇼를 마쳤다. 쇼가 시작되기 직전과 쇼를 마친 직후의 소감이 어떻게 다른가?
쇼를 준비하는 일은 늘 힘들다. 특히 라코스테와 함께하는 첫 쇼는 나에겐 그야말로 ‘도전’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소중한 기회였기에 이런 여정을 즐기고 순간순간을 감사히 여겼다. 쇼 직전에는 두려움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지만, 쇼가 끝나자마자 백스테이지로 달려갔다.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와 행복이 뒤섞인 채 말이다.

라코스테 하우스와 처음 만난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나?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라코스테를 떠올리면 테니스에 뿌리를 둔 프렌치 헤리티지 브랜드라는 생각이 늘 제일 먼저 든다. 절제된 우아함과 편안함이 프렌치 스타일의 전형이지 않나. 어린 시절 라코스테를 처음 입고 테니스를 치던 기억 덕분에, 어떤 공동체에 속한다는 상징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참고로 남편이 라코스테의 열혈 팬이다. 나중에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그의 수많은 폴로 셔츠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 이렇듯 라코스테는 세대를 초월해 패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다.

당신은 스포츠 스타 세 명을 오마주했다. 르네 라코스테, 그의 아내이자 골프 챔피언 시몬 티옹 드 라 숌, 여자 테니스 선수 수잔 렝글렌. 이들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 각자에게 어떤 특징을 포착했나?
첫 시즌이었기에 라코스테와 브랜드 창립자 르네의 가치에 집중했다. 르네는 스포츠 정신과 그 가치로 살았던 인물이다. 특히 “스타일이 없는 경기와 승리는 충분하지 않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정말이지 품위 있는 인물이었고, 폴로 셔츠에 최초로 로고를 더했다. 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

르네 라코스테의 삶과 시대, 그의 노력과 헌신에 헌정한 쇼였다. 당신은 그의 어떤 아카이브를 탐험했나? 그중에서 어떤 키워드를 포착해 그 모든 것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었나?
특정 시기에 집중했다기보다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명했다. ‘오늘날 르네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의 초기 이력과 옷 입는 방식도 연구했다. 그 시절 테니스는 엘리트 스포츠였고 맞춤 의류를 입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 소매를 자르고 현재의 폴로 셔츠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테일러링에 공을 들였고 특히 자유로운 움직임과 편안함을 구현하기 위해 커팅을 다시 작업했다. 특별한 기능의 테일러링 전용 일본산 옷감도 사용했다.

당신은 남녀를 불문하고 옷장에 가장 많이 걸릴 만한 아주 실용적이고 일상적인 옷의 디자인에 능통하다. 이런 장점을 ‘스포츠웨어’인 라코스테에 어떻게 적용했나?
디자이너로서 커리어의 대부분을 일상에서 착용 가능한 옷을 디자인했다. 기능성이 떨어지거나 입었을 때 불편한 옷은 좋아하지 않는다. 테니스 코트는 물론이고 어느 거리에서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퍼포먼스 브랜드로서 라코스테의 가치와 내 철학이 잘 맞는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데뷔 컬렉션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당신의 DNA는?
실용적인 소재와 탈착 가능한 장식이 눈에 띄었다. 현재에 맞는 브랜드의 코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각각의 옷마다 디테일과 퍼포먼스 측면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 동시에 우아함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후드와 칼라는 탈착 가능해 날씨 제약에서 벗어나 실용성을 높였으며 쉽게 패킹이 가능한 것도 포함시켰다.

컬러에 대해 듣고 싶다. 테니스 코트뿐 아니라, 이 옷을 입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곳은 또 어디일까?
르네가 사용한 테니스 라켓, 공, 슈즈에서 영감을 받아 뉴트럴 색조를 구성했다. 우드 라켓, 오프화이트 슈즈를 기초로, 보다 강렬한 색채를 더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컬렉션 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입었으면 좋겠다. 컬렉션 의상으로 룩을 완성하거나 일상에서 포인트 아이템으로 입어도 좋을 듯하다.

라코스테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쇼장이었다. ‘테니스 클럽 드 파리’ 말이다.
르네와 그의 친한 동료 장 보로트라(Jean Borotra)와 직접 연관이 있는 테니스 클럽 드 파리를 쇼장으로 선택한 건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방학 시즌에 처음 클럽을 방문한 적 있는데 아이들로 클럽이 꽉 찬 모습을 봤다. 그곳에 들어서면 코트로 들어서기까지 공을 치는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들린다. 에너지로 충만한 기운이 아주 많이 느껴진다.

한국은 최근 테니스 커뮤니티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패션계에서 유행이라고 할 만큼 테니스 클래스가 하나의 사교 모임이 될 정도다.
라코스테 패밀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국에 대해 정보가 많은 건 아니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그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

그렇다면 ‘서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음식 그리고 창의력.

당신이 여성으로서, 여자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갖는 장점과 사명이 있나?
이번 파리 패션 위크 직후였던 세계 여성의 날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여성 모두가 일하고 바쁜 삶을 살고 있기에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여자로서 패션계에서 일하며 보다 실용적이고 명료하게 변화한 것 같다. 입는 사람이 멋져 보이면서 일상에서도 편한 옷을 만드는 것이 나의 과제였다. 자신감 있고 편안한 사람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은 없으니까.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은 막내딸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라코스테는 테니스 코트부터 잘나가는 래퍼 같은 스타들의 무대, 거리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SNS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개인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친숙하지만 우려되는 역기능도 있다. 다들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현실에 대해 잘못된 환상을 갖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의견을 나누기에 소셜 미디어만큼 빠르고 멋진 건 없다.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당신에게 스스로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다음 컬렉션이 너무 기대된다!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COURTESY OF LACOSTE
    스폰서
    라코스테(Laco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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