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관능의 황제 톰 포드

2019.06.03

관능의 황제 톰 포드

톰 포드. 이름 외에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는 남자를 <보그 코리아>가 LA에서 마주했다.

LA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도시다. 많은 이들이 명성과 부를 찾아 이 도시로 몰려든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다 갖춘 이라면 어떨까. 2조 달러 규모의 패션 및 뷰티 기업을 탄생시켰고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영화 두 편을 감독했다면?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 톰 포드가 <보그>를 위해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었다.

섹시, 관능의 황제, 이미지 마케팅의 대가, 광적인 완벽주의자. 마음만 먹으면 한 달 동안 이 남자를 위한 온갖 표현이 가능하다. 이제 더는 이 모든 수식과 표현이 필요치 않은 ‘톰 포드(Tom Ford)’를 <보그 코리아>가 지금 마주하고 있다.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패션계에 명성을 떨친 지 25년이 지난 지금, 미스터 포드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게다가 그동안 영화 두 편의 감독으로 성공해 대중뿐 아니라 평론가들도 사로잡았으며, 자기 이름으로 또 하나의 패션 & 뷰티 제국을 이룩해가는 중이다. 이윽고 전 세계 패션·뷰티 월드를 손에 넣고자 하는 톰 포드가 4월의 어느 날 <보그 코리아> 단독 인터뷰를 위해 오전 일정을 비웠다. 우리가 만난 곳은 베벌리힐스에 자리한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펜트하우스. 완벽하게 손질한 수염만큼 흠잡을 데 없는 매너를 갖춘 그에게는 듣던 대로 값비싼 향이 풍겼다.

Tom Ford 인터뷰에 앞서 꼭 묻고 싶은 게 있어요. LA에 사는 내 친구가 잊을 만하면 서울에 가야 한다더군요.
Vogue Korea 서울에요?

Tom Ford 왜냐고 물었더니 피부과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래요. 오로지 관리나 시술을 받기 위해서.
Vogue Korea 아, 이제 이해했어요. 한국은 ‘뷰티’의 나라니까요.

Tom Ford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이유가 궁금해요. 이곳에도 훌륭한 피부과 전문의들이 있거든요. 어떻게 다른가요? 한국의 피부과가 더 좋은 이유가 뭐죠?
Vogue Korea 한국 의사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있어요.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도전 정신 또한 강하죠. 이들의 손 기술은 완벽주의자에 가까울 만큼 굉장히 섬세하고 꼼꼼해요.

Tom Ford 완벽주의라… 그렇군요. 혹시 제 수염에 하얀 가루가 묻었나요?
Vogue Korea 아뇨. 적어도 제 눈엔 안 보여요.
Tom Ford 다행이군요. 방금 도넛을 먹었거든요(웃음). 지금 제 입 주변이 온통 흰 가루투성이는 아닌지 궁금했어요. 자, 대화를 시작해볼까요?

Vogue Korea 2015년 톰 포드 가을 컬렉션부터 오늘 밤 예정된 톰 포드 뷰티의 ‘쏠레이’ 컬렉션 론칭 이벤트까지 모두 LA에서 개최되었어요. LA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Tom Ford 저와 LA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예스’. 이 도시의 공간, 내리쬐는 태양엔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LA는 제가 오랫동안 사랑해 마지않은 도시예요. 1996년부터 LA에 집이 있고, 80년대 초에는 꽤 살기도 했죠. 여동생과 어머니도 LA에서 지내죠. 그런 의미에서 분명 LA는 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도시죠. 특히 공간과 태양이 주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이 부분은 프랑스어로 태양을 뜻하는 ‘쏠레이’ 컬렉션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군요.

Vogue Korea 그렇다면 쏠레이 컬렉션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Tom Ford 휴가를 떠난 이들은 화장을 진하게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립스틱만 바르거나, 볼에 광채만 약간 더하거나. 훨씬 가벼운 방식을 택하죠. 이런 이유로 쏠레이 컬렉션을 완성했어요. 후에는 방향을 전환해 ‘쏠레이 윈터’에 적용했죠.

Vogue Korea 쏠레이 컬렉션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뭔가요?
Tom Ford 음, 향수 ‘쏠레이 블랑(Soleil Blanc)’이라고 답해야겠군요. 제가 남자이다 보니 립스틱이나 아이섀도를 쓸 일은 많지 않거든요(웃음). 하지만 코코넛 향이 매력적인 쏠레이 블랑은 실제로 종종 사용해요.

Vogue Korea 이국적이고 독특한 비주얼은 톰 포드 뷰티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비주얼에 관한 인사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얻나요?
Tom Ford 저는 시각적인 것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에요. 늘 그래왔죠. 이것이 제가 패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 중 하나죠. 삶에서 느끼는 즐거움 중 90%는 시각적인 것에서 비롯됩니다. 구찌, 이브 생 로랑 그리고 제 브랜드, 그 어디서든 제가 직접 촬영하지 않더라도 늘 비주얼 작업에 관여해요. 물론 영화 제작자로서도 비주얼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죠. 따라서 모든 것에서 저는 늘 즉각적으로 시각적 요소에 주목해요. 이는 단연 제가 아주 잘 아는 분야죠. 패션과 뷰티 영역에서 비주얼이란 고객과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죠. 그들에게 접근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단이에요. 이를테면 공항에서 톰 포드 뷰티 광고를 보고 ‘흥미로운걸? 저 제품을 한번 찾아봐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요. 시각적 요소, 즉 비주얼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거죠.

Vogue Korea 이번 쏠레이 컬렉션의 캠페인 비주얼은 스티븐 클라인과 작업했군요.
Tom Ford 스티븐과는 아주 친밀합니다. 90년대 중반부터 함께 일해왔거든요. 제 생각에는 많은 사람이 스티븐을 좀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Vogue Korea 몰랐던 사실인데요?
Tom Ford 세트장에서 스티븐이 취하는 특유의 태도나 방식이 있는데,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저는 스티븐을 끌어안거나 붙잡아 흔들기도 하고 장난을 치죠. 많은 이들과 달리 저와 스티븐 사이에는 이런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어요. 그뿐 아니라 비주얼 면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지녔죠. 협업도 매우 원활한데, 사실 우린 별말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소통이 잘됩니다. 거의 기호로 소통하는 수준이에요. 우리가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네 말이 맞아. 그렇게 하자” “그래, 그러자!” “끝내줄 거야” “맞아, 그렇게 해” “그래, 좋았어” 이런 식일 거예요. 이럴 때마다 주변에서는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라고 묻죠. 이처럼 서로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그가 지난 몇 년간 저를 위해 시각적으로 매우 훌륭한 작업을 완성해줬습니다.

Vogue Korea 아주 바람직한 관계군요. 톰 포드 뷰티를 논할 때 세련된 패키지를 빼놓을 수 없어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죠. 그래서 말인데 패키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뭔가요?
Tom Ford 저는 보통 직감을 따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기는 어렵군요. 그렇지만 제가 디자인한 것을 보고 알 수 있는 게 있죠. 일단 저는 직선을 아주 많이 활용해요. 그래서 제가 디자인한 제품에는 대부분 직선 디테일이 있죠. 전반적으로 간결한 디자인을 선호하지만, 여기에 포인트가 되는 요소도 있어야 해요.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제가 디자인한 제품에는 늘 깔끔함과 화려함이 함께 있어요. 간결하지만 무미하지 않죠. 당신의 가방에서 제품을 꺼낸다면, 그것이 멋져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주 간결하지만 최상의 품질을 갖춘 소재로, 손에 쥐었을 때 좋은 느낌을 주는 제품을 만들죠.

Vogue Korea 손끝에 전해지는 기분 좋은 촉감 또한 좋은 화장품이 갖춰야 할 미덕이죠.
Tom Ford 저는 언제나 모든 제품을 직접 들어보고, 손으로 쥐어봐요. 또 사용해보고요. 립스틱의 끝부분이 너무 짧아 손가락으로 감싸 쥐기 어렵지 않은지 등을 확인하죠. 모든 제품은 품위가 느껴져야 하고,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좋아야 해요. 궁극적으로는 실제로 쓰기 위한 물건이니까요. 즉 패키지에서 제 브랜드는 매끈한 외관과 더불어 실제로 쓰기 편리한지 여부도 중요히 여깁니다. 좋은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Vogue Korea 완벽해요.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어요. 패션과 뷰티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다른가요?
Tom Ford 오, 완전히 다르죠. 패션은 아주 빨라요. 뭔가 디자인하기 시작하면 그걸 거의 완성할 때쯤 이미 끝나 있다니까요(웃음).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거죠.

Vogue Korea 그렇게 빨리요? 믿기지 않아요.
Tom Ford 진짜예요! 패션은 정말 빨리 변해요. 하지만 뷰티의 경우 좋은 제품이라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어요. 패션보다 훨씬 더 지속성이 높죠. 뷰티가 지닌 특성 중 하나를 설명하면, 일례로 지난 몇 시즌 동안 리퀴드 아이라이너가 유행했다고 칩시다. 그러다가 번진 듯한 스머지 아이 메이크업으로 트렌드가 바뀌어도, 리퀴드 아이라이너는 언젠가 또 인기를 얻을 거예요. 즉 뷰티 트렌드는 변화하지만 훌륭한 파운데이션이나 브론저, 립 포뮬러를 만들어낸다면 그런 제품에는 일종의 영속성이 생겨요. 이런 제품은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죠. 죄송해요, 원래 질문이 뭐였죠? 제가 아직 질문에 정확히 답을 한 것 같지가 않은데 다시 한번 말씀해주실래요?

Vogue Korea 디자인 작업 방식의 차이점이요.
Tom Ford 아! 디자인 프로세스는 완전히 달라요. 저는 제가 뭘 원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내 피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늘 생각해요. 여성용 제품이 우리 컬렉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여자의 입장에서, 내가 여자라면 뭘 원할지, 그녀들에게 무엇이 좋을지도 고민하죠. 다시 말해, 굉장히 직관적인 과정이에요. 언제고 영감이 떠오를 수 있기에 저는 집 안 곳곳에 작은 백지 패드를 비치해놔요. 책상, 욕실, 욕조 옆, 침대 옆… 그리고 뭔가 떠오를 때마다 패드에 적어두죠. 사실 뷰티 제품의 경우 예상치 못한 것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아요. 딱 짚어 영감의 원천이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죠. 하지만 이런 영감은 늘 곁에 있어요. 또 톰 포드 뷰티에는 정말 훌륭한 구성원들이 있거든요. 1년에 몇 차례 모여 앉아 함께 생각을 나누곤 해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특히 지금 뷰티 월드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합니다.

Vogue Korea 매번 느끼지만 톰 포드 뷰티는 타협과 거리가 멀어 보여요.
Tom Ford 이는 독창성을 갖추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훌륭한 역량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진정한 관점이 있어야 해요. 이를 통해 다른 이들로부터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죠. 요즘 리서치 부서에서 “이건 모 브랜드에서 만든 제품인데 여기서 아주 잘 팔려요. 이건 또 다른 브랜드의 제품인데 이것도 베스트셀러죠. 우리도 이런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저는 여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그 제품이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면, 우리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서 내놓았을 때쯤에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후일 테니까요. 그러니 다른 브랜드가 뭘 했는지에 대해 신경 쓰기보다 우리가 뭘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자는 거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Vogue Korea 이제 톰 포드 뷰티의 상징인 향수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향도 향이지만 파격적인 네이밍이 돋보입니다. 최근 한정판으로 나온 ‘로스트 체리(Lost Cherry)’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Tom Ford ‘로스트 체리’라는 표현은 미국식 영어에서 상당히 외설적인 말장난이거든요. 체리를 잃었다는 표현은 ‘순결을 잃었다’는 의미로 쓰여요. 미국에서는 뭐랄까, 좀 저속한 표현이죠. 영국식 영어에서도 아마 그럴 거예요. 한국어로도 이런 의미가 통할까요?

Vogue Korea 글쎄요. 이 기사를 통해 로스트 체리의 숨은 뜻을 알게 될 이들이 많을 것 같군요.
Tom Ford 저기 우리 홍보 담당자 샬롯이 박장대소하고 있군요. 하지만 진짜예요! 저속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로스트 체리’는 먼 옛날 존재했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린, 가장 완벽한 붉은 빛깔의 체리를 가리킬 수도 있죠. 이제 멸종해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전설의 체리 말이에요. 어쨌든 재미있는 말장난이죠. ‘패뷸러스(Fabulous)’의 뒤를 잇는 작명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패뷸러스’의 풀 네임은 굳이 말하지 않을게요. 이것 역시 꽤 외설적인 이름이었죠. 저는 로스트 체리의 향을 아주 좋아해요. 이전의 저는 물론 그 누구도 이런 느낌의 체리 향을 만든 적은 없었어요. 패키지는 레드입니다.

Vogue Korea 당신이 만든 모든 향수는 우리 여자들의 코를 즐겁게 해요. 대체 어디서 그런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나요?
Tom Ford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가 향수를 정말 사랑한다는 거예요. 평생 향수를 사랑했죠. 일단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에서는 향수가 패션에서 필수 요소는 아님을 인지하고 있어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중요도가 다르다는 점 말이죠. 사실 ‘헤비(Heavy)’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헤비한 향을 좋아해요. 따뜻한 향을 좋아하고요. 늘 앰버, 머스크, 파촐리, 또 살냄새와 비슷한 향을 선호해요. 그리고 향수를 정말 많이 뿌려요. 언제 어디에서나 뿌리죠. 각기 다른 향수를 혼합해 사용하고요. 제 향수는 거의 대부분 서로 레이어링하여 사용 가능해요. 39개쯤 되는 향수 하나하나 모두 제가 제작에 참여했기에 모두 다른데도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한 제품을 뿌리고 그 위에 다른 제품을 뿌려도 아주 잘 어우러지죠. 오늘 새 향수 제품 중 하나인 ‘보 드 주르(Beau de Jour)’를 뿌리고 왔는데, 여기 들어오면서 쏠레이 블랑을 집어 들어 그 위에 뿌렸어요. 그래서 지금 좋은 향기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향수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런 향수에 대한 열정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 같아요. 아주 확고한 열정 말이에요.

Vogue Korea 당신이 탄생시킨 수많은 역작이 그 증거죠.
Tom Ford 아,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최근 우리 향수를 판매하는 곳에서 보이스오버(영화와 TV 프로그램에서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인물이 들려주는 정보 혹은 해설) 작업을 할 일이 있었는데, 한 카피라이터가 이런 카피를 썼더군요. “향수를 사용할 때는 공기 중에 뿌린 후 그 아래를 지나가세요. 너무 많이 뿌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요.” 아마 이전에 이런 조언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전 이게 정말 바보 같은 소리라고 생각하지만요.

Vogue Korea 뷰티 월드에선 꽤 고전적인 방법인걸요.
Tom Ford 전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그냥 조금씩 뿌리면 되잖아요? 보시다시피 전 이렇게…

Vogue Korea 모든 곳에 뿌리죠.
Tom Ford 네, 향수를 사랑하니까요(웃음).

Vogue Korea 그런 당신이 가장 편애하는 향수는 뭔가요?
Tom Ford 두말할 필요도 없이 ‘토바코 바닐(Tobacco Vanille)’. 제가 가장 자주 뿌리는 향수예요. 물론 향수 라인을 다 좋아해요. 모두 제 마음에 들기 때문에 컬렉션에 포함된 거고요. 거의 모든 제품을 돌아가며 사용하지만 언제나 다시 찾는 ‘최애’ 향수를 꼽는다면 토바코 바닐이죠. 시가와 바닐라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매혹의 향수랍니다.

Vogue Korea 우연히 만난 아티스트 알렉스 이스라엘은 당신을 일컬어 “빈틈없이 완벽하다”고 표현했어요.
Tom Ford 이런 세상에…

Vogue Korea 왜 놀라죠?
Tom Ford 지금 제 모습은 완벽하지 않으니까요(웃음). 사실 오전에 샬롯에게 “오전 일정엔 청바지 입어도 될까?”라고 물어봤거든요. 어차피 디너 행사에서 수트를 입을 거라 아침부터 수트를 입고 싶지 않더라고요.

Vogue Korea 당신에게도 콤플렉스란 게 있나요?
Tom Ford 콤플렉스요? 음… 당연하죠. 많은 경우에, 다른 이들 눈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장 많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모든 것을 끊임없이 살펴보거든요. 제 주변뿐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까지도 말이죠. 그리고 이건 옳지 않아, 저건 잘못됐어… 끊임없이 지적하게 되죠. 그러니 당연히 콤플렉스를 갖고 있을 수밖에요. 특히 당신이 아주 시각적인 사람이라면, 삶 속에서 발견하고 고쳐나가는 결함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결함에 대해서도 아주 잘 인지하게 돼요. 저는 저 자신에게 아주 엄격해서, 옷을 차려입고 거울을 보면 ‘그간 운동을 좀 게을리했군’ 같은 생각이 들죠. 스스로에게 좀 가혹한 편이에요.

Vogue Korea <싱글 맨> <녹터널 애니멀스> 등 영화 제작에서도 굉장한 역량을 보여줬어요.
Tom Ford 좋게 봐줘서 고맙군요.

Vogue Korea 그래서 말인데 미스터 포드의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Tom Ford 글쎄요. 일단 작업 중인 작품은 두 편이 있어요. 이번 여름에 한 작품 촬영을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영화계 사람들이 다들 잘 알다시피 때때로 계획이 무산되기도 하죠. 그래서 이번 여름에 촬영은 하지 않을 거고요. 아마 빠르면 2020년 여름쯤 다른 영화를 제작하지 않을까 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작업 중인 작품이 두 편 있는데, 하나는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고, 다른 하나는 원작인 책의 판권을 사서 현재 각색 작업 중이에요.

Vogue Korea 기대할게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Tom Ford 어렵네요. 두 종류의 다른 아름다움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단 사람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죠. 솔직히 말해 저는 이러한 유형의 아름다움과 뷰티 제품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건 당신의 미소, 방에 걸어 들어오는 방식,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 같은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 사진만 봤을 때에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걸’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와, 내가 이제껏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이들이 있죠. 그 사람이 타고난, 본질적 아름다움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로, 화장품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죠. 하지만 화장품이 내면이 아름답지 못한 이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어요. 물론 사진 속에서 아름답고 완벽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런 종류의 아름다움에는 공허함이 있어요. 뷰티 제품이 사람들을 일면 실제로 아름답게, 또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느끼도록 만들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말 인터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으로부터, 그리고 스스로를 나타내는 방식에 의해 탄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Vogue Korea 동의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오늘 밤 미스터 차우에서 또 보겠지만요.
Tom Ford 그땐 데님이 아닌 수트를 입을 거예요. 기대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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