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대 통틀어 성공한 모델 케이트 모스
스핑크스처럼 불가사의한 아름다움. 케이트 모스는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모든 시대 통틀어 성공한 모델 가운데 한 명이다.
케이트 모스(Kate Moss)가 단순한 연예인의 허울에서 빠져나와 패션계의 성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언제일까? 정말 말도 안 되게 일찍부터 그 일이 벌어진 듯했다. 한때 그녀는 평범한 치아와 싸구려 취향을 지닌 크로이던 출신의 키꺽다리 10대 소녀였는데 어느 순간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아주 유명 스타가 되어 있었다.
나는 모스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녀와 같은 해에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그녀의 집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서 살았다. 크로이던 토박이로 같은 지역 출신이다. 여러분이 단지 1940년 독일의 영국 대공습인 ‘블리츠’로 벌집이 된 공항이 있다는 것과 몹시도 슬픈 시트콤인 <테리와 준>의 배경이라는 것, 그리고 코미디언 로니 코베트의 제2의 고향이라는 것 말고는 별로 유명한 게 없는 지역 출신일 경우, 자기 고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라면, 그게 뭐든 붙잡을 것이다. 모스가 그런 소녀였고 여전히 그런 존재다.
모스가 열네 살에 영국 JFK 공항에서 눈에 띄어 그 후 바로 유명 슈퍼모델로 급부상했을 때, 그건 우리 개인의 성취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우리처럼 지역 종합 중등학교에 다녔던 여학생이었고, 남동생 닉은 나의 남동생과 어울려 다녔다. 그녀가 패션계에서 유명해져서 우리는 뿌듯했고, 그녀를 보호하려 들었다. 우리는 그녀를 알았고, 그녀를 우리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주장을 했다. 사회적 포괄성에 관한 논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오래전부터, 모스는 대중의 상상 속에서 전형적인 옆집 소녀로 존재했다. 그리고 계속 그런 이미지로 존재했다. 우리의 ‘친구’이자 ‘짝꿍’으로 말이다. 스핑크스 같은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미소와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엄청난 매력으로도 아주 유명하다. 젊은 시절 모델로 패션쇼에 선 그녀의 모습을 찍은 화면을 보면, 화려한 동시대 모델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였다. 갑자기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담배를 피우거나 그냥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냥 너무도 멋진 인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한마디로 ‘친근한’ 인물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그녀와 동일시해서가 아니라(여전한 치명적인 골격 구조는 온전히 그녀만의 매력이다) 그녀가 결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구는 법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늘, 정말 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여러 시간 함께 웃을 수 있는 충실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에요.” 디올 남성복 디자이너인 그녀의 친구 킴 존스는 말한다. 사실 모스는 인간관계에 아주 충실한 사람이어서 런웨이를 은퇴했는데도 존스의 루이 비통 마지막 패션쇼에 모습을 드러내며 런웨이를 장식했다. “케이트는 특별해요. 그녀와 같은 지식과 취향,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그는 계속 말한다. “제가 케이트를 런웨이로 불러들인 최초의 디자이너였어요.” 케이트의 절친인 존 갈리아노는 말한다. “아마 그녀가 열네 살인가 열다섯 살이었고,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였어요. 저는 클럽에서 그녀를 봤어요. 스티븐 존스와 저는 그녀를 보자마자 우리 일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받아들였어요. 야생마처럼 거칠고 아름다우며, 골격 구조가 멋지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남다른 패션 감각을 가진 여자아이였죠. 한마디로 매력 덩어리였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니, 우리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케이트라면 그 옷을 어떤 식으로 입을까?’라고 궁금해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과연 이 세상에 있을지 모르겠어요.”
모스는 스스로를 한 번도 직업 모델로 생각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사진가 닉 나이트와 대화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성년기를 특징지어온 패션 라벨에 대해 갖는 일종의 양가감정을 고백했다. “제가 부킹이 됐는지는 정말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녀는 스톰 에이전시 모델들과 함께 보낸 초기 시절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속임수 없는 모습이나 단순한 자신감이 그녀의 강력한 무기였다. 그녀는 그녀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모델 활동을 하는 내내, 모스를 특징짓는 ‘평범한 매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변함없었다. 아름다운 얼굴 덕분에 그녀는 백만장자가 되었는데, 그녀의 재산은 둘쑥날쑥했고, 상황은 변했다. 사실상 사진가 코린 데이가 해변가에서 선 햇을 배 위로 움켜쥔 그녀의 모습을 찍었을 때나, 유르겐 텔러가 중간 헤어 컬러로 변신한 그녀의 모습을 찍었을 때처럼 활짝 웃던 소녀 모습 그대로다. 카다시안 가족이 K로 시작하는 단어는 독점하고 있을지 몰라도, 케이트는 항상 C로 시작하는 단어로 대변되는 카리스마 넘치고(Charismatic), 매력적이며(Charming), 발칙하고(Cheeky), 자유분방한(Carefree) 여성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카리스마로만 30년 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모델은 결코 없다. 그녀의 성공을 단순히 재미있는 유머 감각과 샴페인 취향의 산물로 생각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얼마 전 40번째 영국 <보그> 표지를 장식했다. 모델들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거의 스무 차례나 많다. 그녀의 활동 기간은 밀레니얼 세대의 수명과 동일하지만, 그녀 자신은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를 전혀 하지 않는 그녀에게는 뭔가 훌륭한 측면이 있다. 이렇다 할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다. 사람들이 트윗을 날릴 수 있는 어떤 트위터 계정도 갖고 있지 않다. 유튜브 채널도 없고, 자신이 진행하는 TV 쇼도 없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단순히 모델일 수만은 없다. 모스는 가장 막판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 카드를 내놓지 않는 모델이다. 여전히 사람들의 뮤즈로 남아 있는 모델 말이다.
모스가 어떤 그림을 만들어내는지 물어보면, 대답은 한결같다. “가장 큰 매력은 타고난 스타일 감각과 옷에 대한 감성, 그리고 어떤 옷이든 입기만 하면 자기 것처럼 소화하면서 사진가가 원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거예요. 촬영장에 오기 전에 거울을 보고 나서 어떤 각도가 최선인지 압니다. 진심으로 촬영 과정에 관심이 있어요.” 여기에 더해, 그녀 특유의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편안함에 약간의 위험한 분위기와 의외성까지 뒤섞여 계속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만든다고 덧붙인다.
“그냥 저와 제 프로듀서, 어시스턴트, 케이트가 있었어요.” 난생처음으로 케이트와 진행한 촬영에 대해 사진가 혹스워스는 말한다. 헤어와 메이크업 팀 없이 인도의 어느 로케이션 장소에서 촬영한 그는 가장 무방비 상태인 모스를 정확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는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요. 스스로를 보호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는 말한다. “조금은 솔직한 모습이 내비친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모스가 정말 멋진 모델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에서 그녀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유형의 감정을 낯선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아요. 물론 누구나 각자 나름의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케이트는 그것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아요. 어쨌든 그녀는 그 순간 그걸 그냥 흘려보내죠.”
위대한 배우처럼, 모스의 연기는 진짜처럼 보인다. 자신을 본능에 내맡기며 상당한 신뢰를 보여준다. “그녀는 제 친구예요.” 그녀가 2011년에 자신의 웨딩드레스 제작을 요청한 존 갈리아노는 말한다. “예비 신부인 케이트가 저한테 연락해서 제가 중독 치료를 끝내고 나와 의상 디자인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줬어요. 다른 어떤 신부가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아틀리에도 없었고 부엌 식탁에서 재단했어요. 모스는 저를 신뢰했죠. 저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그녀는 저의 창조적 재활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45세의 그녀는 또 한 번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있다. 더 이상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의 시골 아가씨도 아니고 라블레풍의 말썽꾼도 아닌 그녀의 여정이 최근에는 놀랄 정도로 조용해졌다. 개인적으로 선별한 패션 경력이 있는 소규모 모델들과 배우들을 대변하기 위해 ‘케이트 모스 에이전시’를 설립한 이후, 여러 파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한때 그녀가 쾌락주의자와 동일시되던 자리에서 요즘은 금주와 초저녁에 대해 충고하는 ‘실생활을 위한 자기 관리’ 같은 라이프스타일 매뉴얼을 지지하고 있다. 책임감이 그녀를 바꿔놓았다. 존스가 말하듯,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크로이던 출신의 케이트가 패션 거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좋다. 그래도 ‘신비’라는 단어가 그녀를 묘사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남을 것이다. 공적 무대를 점령하는 한은, 늘 ‘미지’의 존재 같은 분위기를 몰고 다닌다. 비상한 재능은 친숙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녀를 나타내는 C로 시작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면 바로 ‘캔버스(Canvas)’다. 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비추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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