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동성혼을 허하라
지난 5월 24일, 동성혼 법제화 첫날 526커플이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동성혼 법제화 국가가 되는 과정에는 대만 팝 스타들의 지지와 응원도 있었죠.
Jolin Tsai
아시아의 마돈나 혹은 아시아 팝의 여왕이라 불리는 졸린 차이(Jolin Tsai, 채의림)는 1999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해왔습니다. 200만~300만 장의 앨범 판매는 물론, 네 차례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치르며 성공의 길을 걸어왔죠. 한 장의 앨범을 낼 때마다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요. 아프로비트부터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팝 음악에 적용하고 체조, 재즈댄스, 보깅 등 다양한 영역을 안무에 접목해왔습니다. 무대나 뮤직비디오 등 작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그만큼 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답니다. 졸린 차이는 화자가 여성이며 곧 주체가 되는 곡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의미와 작품성, 완성도 모두를 담은 작품은 역시 2014년 발표한 열세 번째 정규 앨범 <呸(Play)>. 보부아르의 책 이름을 딴 ‘第二性(Gentlewoman)’부터 뮤직비디오에서 동성혼을 보여준 ‘不一樣又怎樣(We’re All Different, Yet the Same)’까지 앨범이 지닌 메시지는 뚜렷하고 분명합니다. 아시아 최고의 팝 스타 중 한 명이 꾸준히 동성혼 법제화를 지지해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Mayday
2014년 10월에 열린 열두 번째 타이베이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는 무려 8만 명이 모였습니다. 이 퍼레이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퀴어 이벤트로 꼽히는데요. 이날 울려 퍼진 노래 중에서는 대만의 록/팝 밴드 우웨톈(Mayday, 오월천)의 곡 ‘擁抱(Embrace)’가 있었습니다. 메이데이의 첫 정규 앨범인 <五月天第一張創作專輯(Mayday’s First Album)> 수록곡인 이 곡은 등장하는 사람이 오직 너와 나로만 표현된 아름다운 가사의 곡이랍니다(실제 내용은 동성 간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 곡을 2014년 새로운 버전의 뮤직비디오로 다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뮤직비디오에는 남녀노소의 사랑은 물론 동성 간의 사랑, 사회적 약자의 사랑까지 함께 담아냈죠. 우웨톈은 오랜 시간 게이 인권을 옹호해왔고, 특히 초기 가사를 주로 맡아온 프런트맨 아신(Ashin) 또한 적극적으로 그런 활동을 지지했어요. 이들의 곡 중에는 ‘盛夏光年(Eternal Summer)’라는 곡이 있는데, 대만의 퀴어 영화 OST에 포함되어 퀴어들의 앤섬으로 꼽히죠.
A–mei
아메이(A-mei, 장혜매)의 행보는 모든 게 다 파격입니다. 2013년에는 자비로 동성혼 법제화를 지지하는 무료 콘서트를 열었고, 2만 명이 모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사실 2010년경부터 꾸준히 타이베이 게이 퍼레이드에서 공연해왔고 직접 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했는데요. 아메이의 데뷔 앨범 판매량은 100만 장이 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데뷔 앨범이 이 정도로 사랑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아메이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가창력으로는 중화권 최고로 꼽힙니다. 그만큼 콘서트도 많이 했고요. 몇 차례 활동에 고비가 있었지만 그걸 다 이겨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죠. 오랜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화해온 그는 2009년 <阿密特(Amit)>이라는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알렸고, 뚜렷한 메시지를 통해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 작품에 이어 2015년에 발표한 <阿密特2(Amit2)>까지 그는 성애와 성에 관한 고민뿐 아니라 극단적인 자아 성찰까지 앨범에 담아내고 있어요.
A-Lin
에이린(A-Lin, 황려령)은 천생가희, 즉 타고난 디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창력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죠. 실제로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으며 히트곡도 다수 보유하고 있답니다. 가창력 좋은 팝 디바가 게이 아이콘(퀴어 커뮤니티 내에서 지지를 받는 공인)으로서 큰 사랑을 받는다는 공식이 대만에 적용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에이린은 자신이 어느 곳에서 사랑받는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SNS에도 줄곧 당당하게 ‘#lovewins’를 이야기해왔습니다. 올해 에이린은 ‘雨後彩虹(Rainbow)’라는 곡을 공개하며 좀더 적극적으로 소수 인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는데요. 소수민족 출신으로 중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대만의 동성혼 법제화를 지지하며 자국 내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에이린은 2017년, 그러니까 동성혼 국민투표 당시 아메이를 비롯한 다른 여성 솔로 음악가들과 함께 연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총 여덟 명의 음악가가 모여 ‘國際不再恐同日主題曲(We Are One)’이라는 곡을 발표했습니다.
Elva Hsiao
앞서 이야기한 국민투표 때 연대와 지지를 호소한 여덟 명의 음악가 중에는 엘바 샤오(Elva Hsiao, 소아헌)도 있었습니다. 엘바 샤오는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유명하죠. 그만큼 루머나 가십도 많지만, 외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2016년 말, 대만에서는 동성혼을 지지하는 콘서트가 열렸고 20만 명이 넘게 집결했는데요. 이때 졸린 차이, 엘바 샤오뿐만 아니라 꽤 많은 팝 스타가 참여했습니다. 엘바 샤오는 이날 자신은 기독교인이지만 사랑 앞에 다름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2010년대 이후 대만에서는 이러한 취지의 콘서트가 많이 열렸고 가장 인기 있는 팝 스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들이 하나로 연대한 덕분에 관객도 화려한 라인업을 볼 수 있었죠. 집결의 규모와 의미는 물론 메시지도 더 널리 전할 수 있었습니다. 엘바 샤오의 곡 중에는 2010년에 발표한 ‘讓愛飛起來(Let Love Fly)’가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지금도 아시아 내에서 미국 팝 스타 못지않은 멋진 애티튜드와 패션으로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 글
- 블록(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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