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애플을 떠나는 조너선 아이브

2023.02.26

애플을 떠나는 조너선 아이브

스티브 잡스가 부재하는 애플에 조너선 아이브까지 없다면, 애플이 여전히 애플일 수 있을까요? 물론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너선 아이브가 떠나는 이유가 애플의 가치와 운영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죠. 얼마 전 알려진 공식 발표는 아이브가 ‘러브프롬’이라는 자신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애플을 떠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아이브가 애플의 운영진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졌습니다. 점점 더 많은 애플 임원이 재정과 운영 전문가로 채워졌기 때문이죠. 팀 쿡은 아이브에게 애플의 최고위 임원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지급했지만 돈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직원들은 팀 쿡을 거의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가 제품 개발 단계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증언했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이브가 의욕을 상실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팀 쿡은 아이브와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조니는 디자인 산업에서 유일무이한 인물이며 애플의 부활에서 그의 역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애플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아이브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성과는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디자인 팀과 작업 과정, 문화를 애플에 창조한 것입니다. 그가 꾸린 배타적인 소규모 디자인 팀은 컴퓨터 디스플레이의 곡선과 소프트웨어에서 어떤 톤의 블루 컬러를 사용할까에 집중해왔죠. 그들은 스스로를 하루 종일 일하고 바나 클럽에서 노닥거리는 가족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테크 회사에서는 엔지니어가 제품 개발을 지시하는 게 일반적이죠. 애플에서는 디자이너가 가장 큰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디자이너를 가리켜 “신들을 실망시키지 말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죠.

아이브와 잡스는 종종 함께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눴습니다. 아이브는 미래적인 컨셉을 단순함과 우아함을 갖춘 구체적인 실체로 만들어냈고, 잡스는 영감이자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에디터와 같았습니다. “스티브와 조니 같은 창의적인 천재들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그들은 서로를 잘 이해합니다.”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애플 임원으로 일한 밀라드 드렉슬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둘의 파트너십이 아이팟,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연이은 성공을 이뤄냈고 아이브는 애플의 2인자로 부상한 거죠. 하지만 잡스 사망 후 디자인 스튜디오는 활력을 잃었습니다. “잡스가 살아 있을 땐 항상 노력했어요. 만약 잡스가 오늘 스튜디오에 온다면 우리는 그에게 보여줄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했으니까요.” 디자인 그룹의 전 멤버가 말했죠. “하지만 그가 사라지자, 그 모든 것도 사라졌습니다.”

잡스가 사망하고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잡스 없는 애플의 혁신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브는 아이워치 개발에 박차를 가했죠. 그는 산업 디자인에 더해서 휴먼 인터페이스 팀까지 관리했습니다. 매일 팀을 만나고 디테일에 몰두하면서 그는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과 이브 생 로랑의 CEO를 고용할 것을 회사에 건의했습니다. 그는 아이워치를 아이폰의 연장선으로 보려는 임원들과 달리 그것을 패션 액세서리로 봤으니까요. 결국 아이폰과 테더링되는 아이워치가 출시됐고 1만7,000달러짜리 골드 케이스 버전도 함께 출시됐지만 골드 버전은 팔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이브는 매일 신경 써야 하는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 생각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그의 팀원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더불어 팀 쿡은 아이브를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하는 동시에 그가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여전히 디자인 스튜디오의 인재들은 아이브 곁에서 일하고 싶어 했고 아이브의 직접적인 컨펌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브는 부친의 병환으로 영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신제품의 보완점에 대한 해결책 제시나 애플의 주요 발표 참석 등 회사에서 원하는 역할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그와 함께한 디자인 팀의 주요 인재들도 회사를 떠나면서 결국 예상하던 결말을 맞게 됐습니다. 한때 애플의 신이라 불리던 탐미주의자 집단, 애플의 디자인 팀은 최고 운영 책임자인 기계공학자 제프 윌리엄스에게 보고하게 됩니다. 애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David Sims,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