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TROPEX GARDEN

2019.07.12

TROPEX GARDEN

파리 시내에 쾌적한 산책로를 마련한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의 배려.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Nadège Vanhee-Cybulski)는 우리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우아한 룩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 옷을 탁월한 배경의 쇼장에서 선보이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그 예로 지난해 2018 프리폴 컬렉션 쇼장을 ‘진짜’ 이끼와 풀, 나무로 꾸며 자연 친화적 무대로 변모케 했다. 포부르 생토노레 중심에 있는 에르메스 본점 내부를 말이다. 프랑스 북부 지방 시골 풍경을 묘사한 오솔길로 관객들을 초대해 긴박하게 변화하는 삶 속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휴식을 선사하는 그녀다.

우리에게 소박하고 아름다운 오솔길을 선물하던 그녀가 이번 2019 프리폴 컬렉션에서는 또 어떤 친환경 런웨이로 에르메스 매장을 꾸몄을까. 이번 컬렉션 주제는 ‘플라뇌르(Flâneur)’. 한가롭게 도시를 산책하는 사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나데주가 단어를 골라낸 순간, 이번에도 쇼장에 대한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먼저 컬렉션을 설명하는 시를 읽자 예측 가능한 전경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하지만 쇼장에 들어서는 순간, 언젠가 읽었던 시의 한 구절이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매장의 쇼윈도를 감상하고 그 모습을 눈에 담는다”는 구절을 완벽하게 이해할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브랜드의 탄생지 파리 중심부에 있는 포부르 생토노레 에르메스 매장을 형형색색의 이국적 식물로 가득 채운 앤티크 쇼윈도를 설치한 것이 다. 초록 풀잎 사이사이 강렬한 컬러를 뿜어내는 난생처음 보는 꽃과 특이한 모양의 식물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생동감이 넘쳤다.

사실 매장 쇼윈도 하면 에르메스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 도산대로에 자리한 메종 에르메스 매장만 봐도 그렇다. 매 시즌 에르메스 매장 쇼윈도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 듯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단순히 그 시즌을 대표하는 룩을 입고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마네킹을 세우지 않고, 시즌을 대표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테마를 풀어낸다. 이번 쇼에서 그들은 실력을 한껏 발휘했다. 보시다시피 진열장 안에 이국적인 열대식물로 어우러진 미니 정원을 재현한 것이다.

이런 화초를 배경으로 동적인 커팅과 가죽 디테일로 장식한 블랙 캐시미어 코트 차림의 슈퍼모델 알렉 웩이 오프닝을 장식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나데주는 기하학 구조를 변형한 디자인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쇼윈도 속 열대식물을 닮은 듯한 색채의 옷이 나왔다. 언젠가 <보그 코리아> 인터뷰에서 “하우스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던 나데주의 말을 재증명하는 듯한 스포티하고 클래식한 의상이었다. 나데주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는 옷도 분위기를 환기했다. 표범 무늬의 실크 원피스가 대표적인 예. 열대식물과 비범한 한 마리 표범의 조화는 정말이지 완벽했다. 아울러 승마용품 제작으로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승마를 상징하는 디테일 또한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

매번 오붓하고 사교적이지만 극도의 세련미를 지닌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의 에르메스. 여기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자연 친화적 런웨이. 다음 시즌엔 포부르 생토노레의 랜드마크인 에르메스 매장이 또 어떻게 달라질까. 이 건물 옥상정원에서 패션쇼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이소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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