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RM도 반한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가이자 조각가인 이우환 작가는 선과 돌, 금속을 이용하여 역동적이면서도 간결한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최근 BTS 멤버 RM도 그의 작품에 매료됐죠. 올해 83세를 맞는 여백의 거장, 이우환의 전시가 퐁피두 메츠 센터에서 9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 지난 6월 팬 미팅을 위해 부산에 들른 RM은 공연 하루 전 ‘이우환 공간’을 방문했습니다. 사전에 미술관에 연락도 하지 않은 깜짝 방문이었죠. 30분 동안 머문 그는 이우환 작가의 ‘바람’ 시리즈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그가 남긴 짧은 방명록은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죠.
흔히 작품이 작가를 나타낸다고들 합니다. 이우환 작가가 캔버스와 조각품에서 표현해낸 간결한 선은 마치 고행자의 모습 같죠. 9월 30일까지 퐁피두 메츠 센터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이우환 작가. 그는 반세기 전부터 그만의 절제된 기법을 하나의 예술 사조로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작품 밖에서 만난 작가는 은둔자와는 거리가 멀죠. 말이 없고 차가워 보이는 그의 작품과는 달리, 이우환 작가는 말수가 많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알고 보면 그의 캔버스는 천 개의 비밀스러운 떨림으로 가득한 공간이죠.
“미식가이자 와인 애호가인 이우환 작가는 서슴없이, 특히 손동작을 많이 섞어가며 이야기해요.” 르몽드 M 매거진 칼럼니스트 록산나 아지미의 설명입니다. 2년 전부터 그는 회색 톤을 탈피하여 주홍빛에서 주황빛으로, 양홍빛에서 붉은 핏빛으로 번져가는 강렬한 색조를 사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제 제 나이쯤 되면 더 활기차게 보여도 되지 않을까요? 아시아인들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색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에게 기본색은 검정과 회색입니다. 회색은 모호하고 불분명한 색이지요. 굉장히 금욕적이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하는 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0대에 접어든 이우환 작가의 말입니다.
거리는 이우환 작가의 세계에서 친숙한 단어입니다. 1936년에 그가 태어난 한국과 20세에 자리를 잡기 위해 건너간 일본의 거리. 오늘날 그가 예술 활동을 펼치며 오가는 프랑스와 일본의 거리. 또 프랑수아 피노 등 빅 컬렉터들에게 환영받는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60년 전부터 그가 지우고자 했던 자아와의 거리가 있죠. “예술가로서 각자 좋은 아이디어와 컨셉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그 가치를 잃게 되고, 역사의 시간을 뛰어넘을 수 없게 되지요.” 그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초월성, 영원성입니다.” 영원성은 이우환 작가가 1968년부터 추구해온 것입니다. 그때부터 작가는 그의 근본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왔죠. 캔버스 위의 회색 터치가 이어지고, 돌과 금속처럼 모순된 두 물체를 마주 보게 놓는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는 지난 시간 동안 ‘영원’이라는 단어를 새기고, 다듬어왔습니다.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도 한결같은 작품을 통해 영원성을 간직했죠. 예술계의 변덕스러움에도 굴하지 않고 말입니다. 올여름 파리로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극도의 절제를 추구하는 작가, 이우환의 전시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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