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화제작 <체르노빌>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이 묵직한 말은 미국 HBO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Chernobyl)>의 첫 대사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 그 이면의 세계를 꿰뚫는 말이죠.
제목이 알려주듯 <체르노빌>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인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불과 30여 년 전인 1986년 4월 26일 새벽,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주민들은 폭발 사고를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듯 감상하죠. 방사능 재가 온몸에 내려앉는 것도 모른 채. 모두가 방사능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이후 피폭 피해자들은 처참하게 살거나, 죽게 되죠.
<체르노빌>은 비극적이고 참혹하던 당시 사고의 진실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스토리의 구성, 특수 효과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연출입니다. <체르노빌>은 지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비장함을 더하지도, 참담함을 덜어내지도 않고 시종일관 담담한 톤을 유지하죠.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건조한 시선으로 제작했지만,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 가장 현실적인 공포다”, “인류 최악의 재난은 진실이 거짓에 피폭될 때 생겨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토록 뜨거운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재난은 언제 어디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을 보며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고스란히 함께 느끼는 거죠. 마치 고요한 수습 작업 중 방사능 측정기가 한계치를 넘었다고 경고음을 낼 때,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처럼요.
지난 5월 HBO에서 방송된 이 드라마는 제71회 에미상에서 ‘최우수 미니시리즈’ 등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습니다. HBO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HBO GO’와 ‘HBO NOW’ 시청률 집계 결과 52%라는 시청률 신기록을 세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46%로 기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왕좌의 게임>을 가볍게 제쳤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왓챠플레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체르노빌>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진실을 은폐한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는 점입니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요.
“이 사건에 대한 인명 피해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추정 사망자 수는 4,000명에서 9만3,000명 정도. 하지만 1987년 이래로 소련의 공식 사망자 수는 변함없이 31명이다.”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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