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플렉스에게는 꿈이 있다
당대 현대미술가의 가장 큰 덕목은 미술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 그러므로 전 지구가 당면한 문제를 알고 싶다면, 수퍼플렉스의 행보를 살피면 된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단서를 얻고 싶다면,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된다.
덴마크 왕립예술학교 출신의 세 청년이 있었다. 지난 1993년, 청년들은 명문 미술학교가 추앙하는 ‘천재 미술가’가 아니라 함께 ‘예술’이라는 걸 도모하기로 뜻을 모은다. 의기투합도 했겠다, 스웨덴의 어느 오두막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물론 무엇을 할지에 합치점은 찾았으나, 어떻게 할지 답은 얻지 못한 채 짐을 쌌다. 돌아오는 길, ‘Superflex Bravo’라는 배를 탔다. 승무원들은 주황색 점프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전성기인 90년대 뮤직비디오 속 댄서들처럼 멋있어 보였다. 이에 크게 영감을 받은 청년들은 내친김에 자신들의 예술 그룹 이름을 ‘Superflex’로 지어버리고, 주황색 점프수트를 맞춰 입었다. 아직도 예의 그 배가 존재하는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건 이들이 인정한바, “훔쳐온 거나 다름없는, 보디빌더들이 먹는 단백질 파우더 같은 특징 없는 익명의 이름”인 ‘수퍼플렉스’가 이미 덴마크는 물론 전 세계의 미술계에 뚜렷이 각인되었다는 사실이다.
야콥 펭거(Jakob Fenger),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Bjørnstjerne Christiansen), 라스무스 닐슨(Rasmus Nielsen)으로 구성된, 정확히는 ‘제4의 인격체’ 수퍼플렉스의 남다른 행보는 독특한 작명기에 비할 바 아니다. 기후, 환경, 에너지, 예술 기관, 예술 시장, 도시, 난민, 노동, 민주주의, 권력, 기업 등 이들은 글로벌 세계, 예술계 안팎의 이슈를 망라함으로써 현대 예술가의 역할을 자문하고,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한다. 사실 현대미술가의 관심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 중이고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한 시대라는 점에서, 수퍼플렉스는 동시대적이다. 진짜 수술실을 만들어 실제 수술을 하고는, 그 사진은 컬렉터에게 판매, 일체의 수술 도구는 가자 지구의 어느 병원에 기부했다는 소식에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아마존 농부들과 협업해 탄산음료를 만든다든가 들숨을 요리에 사용하는 바이오가스로 바꾼다든가 하는 활동 역시 이들이 단순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과학자, 사업가, 사회운동가, 활동가 혹은 그 이상임을 증명한다.
오는 10월 27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는 수퍼플렉스의 한국 첫 개인전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In our dreams we have a plan)>는 세계와 일상을 관통하는 이들의 관심사 중에서도 ‘경제’ 이야기를 고유한 화법과 시각으로 펼쳐놓는다. “경제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논하고, 위기 상황을 타개하며, 인간이 존재론적 차원에서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를 고찰하는 것, 바로 우리가 작가로서 고민하는 핵심 주제다.” 수퍼플렉스는 전시의 출발점을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을 구경제와 신경제로 나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설정했다. 이를테면 ‘Bankrupt Banks’가 ‘구경제’를 견인했으나 금융 위기 때 역사에서 사라진 은행의 로고를 추모 깃발처럼 내건 작품이라면, ‘Connect with Me’는 신경제를 대표하는 무형의 논쟁적 화폐인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 그래프를 조각 작품으로 시각화한 작업. 즉 실패한 채 다른 데 인수되어 새 삶을 사는 은행은 팝아트 혹은 추상 미술로, 혁신적인 듯 보이지만 결국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된 비트코인은 미니멀리즘적 조각으로 변모, 각기 다른 맥락에서 다른 가치를 창출한다.
수퍼플렉스가 경제를 다루는 방식은 은행의 실패, 서민들의 몰락, 비트코인의 불확정성 등 무언가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실 경제를 예술의 구조로 끌어들여 직접 목격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언젠가 어느 은행과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특정 날짜, 특정 시간에 은행 직원이 ‘달러’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사회 기금으로 1달러를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객관적 통화 종류인 달러는 날짜변경선처럼 오늘날 경제 상황의 기준이 되었고, 강력하고 결정적인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달러’를 의식적으로 입 밖에 내지 않게 하는 이 언어적 ‘퍼포먼스’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감각과 인지로 전이됨으로써 위의 사실을 극대화했다. “경제 관련해서는 많은 프로젝트를 해왔지만 그중 특히 ‘Free Shop’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가게에서 일정 기간 동안 물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거였다. 손님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입장하고, 계산대에 이르러서야 알게 된다. 많은 곳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았다. 기분 나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돈이 곧 권력인데, 그 힘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뻐하는 사람도 많았고.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지만, 최대한 공짜다운 공짜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수퍼플렉스식 예술적 사건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국내 개인전은 처음이지만, 이들은 종종 한국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몇 년 전에는 광주공원에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 화장실을 복제한 화장실 ‘Power Toilets / UNESCO’를 지었다. 유엔 기구 가운데 최고의 인류 공헌도를 평가받는 유네스코의 기능 및 의미를 인권도시 광주에, 화장실의 존재에 대입한 것이다. 올해 초에는 파주 도라산전망대에 덴마크 왕세자 부부가 출두하고 국군 장병들이 천진하게 그네 타는 진풍경이 벌어졌는데, 작품 ‘하나 둘 셋 스윙!(One Two Three Swing!)’ 덕분이었다. 이 그네는 여럿이 앉아 함께 발을 굴러야만 움직이는 작품이다. 만약 모든 인간과 동물이 같은 순간에 점프할 경우 그 무게와 충격이 일시적으로 행성을 흔든다는 이론에 착안,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발전시킨 수퍼플렉스는, 다 함께 만들어내는 집합적 에너지가 행성(세상)을 움직이고 중력(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은유한다. 어쨌든 이 그네는 내게 도라산전망대에 가야 할 명분을 마련해주었다.
‘예술로서의 행동주의인 동시에 행동주의로서의 예술’인 수퍼플렉스 작품은 이번에도 경험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내내 국제갤러리 부산점 옆 펍에서 작가들의 레시피로 만든 수제 맥주 ‘프리 비어(FREE BEER)’의 구입이 가능하다. 맥주의 레시피는 오픈 소스로 공개되었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허무맹랑하게 들리겠지만, 믿어도 좋다. 수퍼플렉스는 진지한 유머 감각과 진보한 경제관념의 소유자인 데다, ‘If value, then copy’라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들이 “소유권의 개념에서 출발, 개방된 사회를 창출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로 산다는 게 “설령 실패할 운명의 미션이라 해도 끝까지 해볼 수밖에 없는 미션을 수행하는 일”이라 믿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이니, 더 확실히 보증할 수 있다.
지난 만남에서 ‘Superflex are’보다 ‘Superflex is’가 더 좋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3인으로 구성된 ‘당신’은 ‘우리’가 되기도, ‘그들’이 되기도 한다. 세 개의 인간성을 가진 하나의 독립체랄까.
수퍼플렉스로서의 우리는 일절 개인 활동 없이 컬렉티브로서만 일한다. 개인의 삶은 있지만, 개인의 일은 없다.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떤 계약서도 존재하지 않고, 그저 어떻게든 우리의 생각을 가능케 하자는 공통의 생각이자 꿈이 있을 뿐이다. 머리 세 개를 맞대 어떤 아이디어를 고민하면서, 더 멀리 닿을 수 있었다. 같은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반복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변화’를 넘어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꽤 긴 여정이었다.
최근 ‘당신’의 이목과 예술적 호기심을 강렬하게 끈 이슈가 있나?
우리가 뉴스에 중독되어 있긴 하지만 뉴스의 소음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존재론적인 관심을 취하고자 한다. 아, 최근 우리가 집착한 뉴스가 있다. 도라산전망대에 설치된 그네 작품 ‘하나 둘 셋 스윙!’ 소식! 그 뉴스만큼은 확실히 여러 번 돌려 봤다(웃음). 우리 일이 사회와 연관된 일인 만큼, 일상에 스며들고 뉴스에 소개되는 풍경을 목격하는 건 언제나 놀랍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스윙!’이 테이트 모던에서 시작, 코펜하겐의 CC(Copenhagen Contemporary)를 거쳐 한국 비무장지대 근처에 당도했다는 건 곧 그네가 상징한 ‘집단적 힘’이 추상적, 상징적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 사회 정치적 상황으로 옮겨왔다는 얘기 아닐까?
정확한 지적이다. 이 작업의 핵심은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들고 다른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테이트 모던은 그네의 ‘집단적 힘’의 상징적인 정치를 다룬 리허설 공간이었던 셈이다. 이 작업을 기획할 때부터 우리는 이 작품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제스처는 공간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고, 도라산전망대는 그런 점에서 완벽했다.
‘우리도 꿈속에서는 계획이 있다’는 전시 제목은 다양한 저의를 상상하게 한다. ‘우리’, ‘꿈’, ‘계획’ 등의 단어가 가진 포용성 때문일 것이다. 제목에 얽힌 계획이 무엇인가?
스웨덴 가수 아바의 노래 ‘Money Money Money’에서 가져왔는데, ‘I’를 1인칭 복수인 ‘We’로 바꾸었다. 70년대 후반에 발표되었으니, 말하자면 구경제 시대의 곡이다. 오늘날 우리는 신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의 악몽에 맞서야 한다. 이를 외면하면? 망하는 거다. 인류로서 우리는 존재론적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인은 개인 중심의 사회를 꾸려왔지만, 이제는 집단적으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We’는 중요하다. 아무튼 실제로 전시장에서 틀지는 않지만, 전시 전반에 깔리는 상징적인 BGM으로 기능하기를 바랐다.
경제와 인류의 상관관계에 이렇게 몰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초창기부터 경제를 다뤄왔다. 인간은 어떤 서사에 꽂히면 전쟁도 불사하는데, 이건 네안데르탈인들에게 없던 능력이다. 특히 경제만큼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며 몰두하는, 인류 전반이 공감하는 공동의 서사는 없다. 방금 이야기했듯 인류는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에 닿아 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소비할 수 없다. 지구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의 자본주의적 면모를 재고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자, 경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가 그 정도로 중요한 건 결국 어느 개인들의 인생이 좌우되기 때문일 것이다.
‘Bankrupt Banks’는 현존하지만 때때로 실패가 증명된 경제 시스템을 논한다. 아니, 리부팅이 필요한 시스템이라 치자.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부침 없는 곳은 없다지만, 기억해야 할 건 내리막길에서 많은 이들이 집을 잃는 등 실질적인 손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2008년 파산한 은행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많아서 우리도 놀랐다. 이 정도라면 기념비적 성명이 필요하다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Bankrupt Banks Wall Piece’다. 맨해튼의 한 음식점 화장실을 JP 모건 체이스 본사의 화장실과 똑같이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 적도 있는데, 실제 그 음식점 주인이 JP 모건 때문에 연금을 날린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세계 금융 위기라는 전 지구적 사건이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들어봤지만 무엇인지는 모르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Bankrupt Banks’가 구경제를 대변한다면, 비트코인의 가치 변화를 형상화한 ‘Connect with Me’는 신경제를 상징한다. 유토피아적인 꿈이란 기관의 매개 없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질서를 의미했다. 개인이 감시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자본주의의 또 다른 악몽으로 판명 났지만. 그러므로 비트코인은 실패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다. 추상 조각 형상인 ‘Connect with Me’를 위에서 보면 패턴이 있다. 경제 위기도 오랜 시간 천천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미친 듯 속도를 탄다. 그리고 경제가 절정을 찍고 추락한 후 다시 정상화 궤도에 오르는 건 자연의 성장 패턴과 닮아 있다. 인간이 경제 메커니즘을 개발하긴 했으나 통제하진 못한다.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것이 언젠가는 무너질 거라는 사실뿐이다.
이번 전시에 어째서 ‘대홍수(Après Vous, Le Déluge)’가 포함되었나 했더니, 궁금증이 풀렸다. 원래 파리 라파예트에 설치되었던 터라 더 흥미롭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기본 행위인 소비가 이뤄지는 백화점을 본질적으로 불안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이러니한 건 불안마저도 작품 존재를 알아차리는 이들만 ‘선물’처럼 가져갈 수 있다는 거였다.
바로 그 때문에 의미 있는 설치였다. ‘대홍수’라는 제목은 ‘될 대로 되라지’라는 식으로 말한 루이 15세의 말에서 비롯되었고, 마르크스도 인용한 바 있다. 이 대사를 읊는다는 건 사실상 게임 오버를 선언하는 것이다. 개혁의 때가 왔다는 거다. 우리도 행동 양식을 변화시켜야 할 텐데, 자본주의를 대폭 교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심도 있는 변화여야 한다고 본다. 더 이상 시장 논리가 인간 삶의 방식을 규정하게 둘 수 없다. 그러다가는 모두 바닷물에 잠기게 될 테니.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 시스템과 자본주의적 질서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강력한 단서다.
본래 가치를 다한 은행 로고, 비트코인의 가치 변동 등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관람’하게 하고, ‘소유’하도록 함으로써 경제뿐 아니라 예술 세계의 룰도 환기하고자 한 건가?
그렇다. 미술 시장은, 그 시장에 속한 미술계는 자본주의와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경제를 이야기하는 것과 미술을 논하는 혹은 생산하는 건 결코 별개가 아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의 상황이 작가인 당신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었나?
작가로서는 개인적 비극이 아닌 현상으로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세계적 경제 위기를 하나의 현상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지극히 흥미롭다. 경제 위기는 많은 마찰을 생산했는데, 그 마찰이라는 게 워낙 매력적이다. 작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문제 자체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관찰하는데, 이는 결국 우리의 인생에 대한 고민, 그리고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더 나은 세상’ 혹은 ‘더 나은 삶’을 믿나?
‘더 나은’의 개념은 믿지만, ‘세상’이나 ‘삶’에 연계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작가로서 우리 역할은, 질문(때로는 멍청한)을 던지고 누군가가 더 나은 제안을 제시하게끔 이끄는 것이다.
모든 작업을 아울러 영향을 받은 예술가 혹은 사상가는 누구인가?
1960~1970년대 미니멀아트 작가들. ‘Après Vous, Le Déluge’만 봐도 도널드 저드의 수평 버전이고. 전시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앤디 워홀의 팩토리 혹은 일상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많이 배운다. 지젝에서 유발 하라리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사상가들도 흥미롭게 바라본다. 어쨌든 수퍼플렉스라는 작가는 기본적으로 컬렉티브이고, 컬렉티브의 존재는 다수의 타인에 기대기 마련이다.
스스로 당신의 오브제와 활동을 ‘도구(Tool)’ , 전시를 ‘활동(Activity)’이라고 일컬어왔다. 이것이 당신이 믿는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을 증명하는 방법인가?
‘도구’라는 명칭은 우리가 하는 일이 여타 작가가 하는 일과는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도전받는 상황을 좋아하고, 미술 작품이 미술 작품으로 보이지 않을 법한 상황에 놓이는 걸 즐긴다. 미술 공간이란 뉴스와 다른 소통이 가능한 대안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오늘날 ‘도구’는 물리적 오브제뿐 아니라 관념을 칭하기도 한다. ‘프리 비어’를 예로 들 수 있다. 공유의 개념에 대해 실험하는 작업인 동시에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기존 시스템을 대안적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프로젝트였다.
이번에 선보이는 프리 비어도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인가?
부산 전시는 구경제의 문제와 실패, 그리고 재건과 함께 신경제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반복됨을 이야기한다. 이와 동시에 갤러리 옆 펍에서는 경제를 다루는 대안적 방식을 보여주는 식이다. 저작권은 구경제와 연계되는 반면, 맥주를 만든 오픈 소스의 개념은 신경제에 대한 것이다. 이 새로운 관념을 지극히 ‘올드’한 물건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다. 맥주만큼 올드한 것도 없지 않나?
예술가마다 자기 작품이 어떻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던데, 어떤가?
전시의 다양한 면면을 각자의 관점으로 접해보며 자신만의 관계를 형성했으면 한다. 인간이 어떤 식으로 우리 사회를 구축해왔는지, 미래는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옆집에 가서 맥주 한 캔씩 하시고, 그렇게 배 속에 담긴 미술을 음미하신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 에디터
- 조소현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윤혜정(국제갤러리 디렉터)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Kukj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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