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전투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역사는 기록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으면 휘발되고 말죠. 결국 우리에게는 굵직한 사건만 남고 맙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개봉일인 오늘(25일),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화제입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천상륙작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전날인 9월 14일. 무모하지만 용감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칠 뻔한 바로 그날의 기록을 그렸습니다.
기껏해야 열다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의 소년들 772명은 며칠 동안 총 쏘는 법만 배운 채 상륙작전에 투입됩니다. 군복과 철모도 지급되지 않았죠. 식량은 3일 치만 지급되었고, 군함도 아닌 민간 선박을 타고 작전을 벌여야 했으니 참으로 허술한 작전이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10대 소년들은 교복을 군복 대신 입고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배 ‘문산호’에 탄 학도병들. 그저 지켜야 할 나라가 없다면, 우리의 가족도 없다는 일념으로 전장으로 떠난 것.
이들의 임무는 장사리에 상륙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3일 후 돌아와야 했지만, 배가 좌초되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총알과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에도 학도병들은 무려 6일을 더 버티며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후 고립된 학도병을 구하기 위해 배를 보냈지만 이미 때는 늦었죠. 북한군에 의해 일부는 전사하고 일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 일부는 포로가 되어 희생됐어요. 하지만 이 작전이 철저한 기밀이라는 이유로 학도병들은 군번조차 지급받지 못했고, 결국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답니다.
많은 소년의 희생이 담긴 ‘장사상륙작전’은 그렇게 묻혀 있다가, 1997년 장사리 해변에서 당시 사용된 배와 희생자들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여타 전쟁 영화가 그랬듯 억지로 눈물을 짜내거나, 전우애로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어린 학도병들의 희생을 녹여 스크린에 옮겼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담았죠.
기록되지 못한 어린 영혼들의 희생을 세상에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그래퍼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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