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Is Born
새로운 패션 인플루언서의 탄생! 글로벌 엔터테이너 ‘라이언’이 스튜어트 베버스의 초대를 받아 뉴욕에 입성했다.
4대 패션 위크의 포문을 여는 뉴욕 패션 위크. 그중 뉴욕이 고향인 ‘코치(Coach)’ 쇼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인플루언서로 유난히 북적댄다. 브랜드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셀레나 고메즈부터 클로이 모레츠, 모델 조안 스몰스, 한국 셀러브리티로는 크리스탈, 로제와 지수 등등. 보시다시피 최근 코치 쇼장의 프런트 로를 빛낸 인물은 말 그대로 휘황찬란하다. 늘 그렇듯 코치는 9월 10일 열린 2020 S/S 쇼에도 특별 게스트를 초청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특별 게스트는 여러분의 상상을 뒤엎는다. 한국의 어떤 셀러브리티보다 한반도 안팎에서 유명한 ‘라이언(Ryan)’의 출현이다! 이 기념비적 만남을 기록하기 위해 <보그 코리아>는 23년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도 아닌, 그렇다고 동물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셀러브리티’의 출국부터 쇼장 앞 스트리트 패션 사진,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와의 만남, 그리고 뉴욕을 배경으로 한 패션 화보 촬영에 동행했다.
코치 2019 F/W 컬렉션을 입고 뉴욕에 도착한 라이언이 맨 먼저 향한 곳은 코치 본사가 있는 허드슨 야드(Hudson Yards)다. 코치의 화려한 패션 연대기를 완성한 가방이 전시된 ‘아카이브 룸’에서 라이언을 기다린 인물은 역시 스튜어트 베버스. 2013년부터 코치 여성복과 남성복을 모두 총괄하는 슈퍼 디자이너를 직접, 그것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기란 어느 셀러브리티라도 흔치 않은 일이다. 베버스는 코치의 첫 기성복 쇼를 론칭한 데다 뉴욕 패션 위크에 입성하며 코치 패션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전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원하는 코치의 뮤즈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21세기 몽상가, 긍정적이고 포용적 태도를 지닌 인물이다. 이 조건에 딱인 인물로 그가 라이언을 캐스팅한 것이다.
슈퍼스타들의 첫 만남에서 어딘지 어색한 기류를 해결하는 방법은 역시 셀피 타임! “라이언을 만나자마자 그에게 빠져들었어요!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걸 깨달았죠. 라이언의 표정은 풍부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라이언이 지닌 감성과 대담함에 놀랐습니다. 제가 찾아낸 사랑스러운 면도 있었고요.” 베버스가 라이언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라이언과의 만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같이 어울리기에 정말 유쾌한 존재라는 사실이에요.” 셀피 타임 이후 진중한 포트레이트 촬영까지 멋들어지게 마친 라이언은 분주한 디자인실을 지나 스튜어트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 건축물 베슬(Vessel)과 허드슨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는 풍광이었다. 패션 에디터와 동료 디자이너로부터 받은 편지를 빼곡히 붙여놓은 벽, 브랜드의 마스코트 렉시(Rexy)의 풍선 모형, 책상에 쌓인 수많은 문서가 눈에 띄었다. “사무실에 오자마자 의식적으로 하는 일이라면, 제가 영국 출신이다 보니, 영국적 뿌리에 기반한 행동입니다. 곧바로 차 한 잔을 마시고,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노래를 틀죠.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느 날도 같은 날이 없다는 사실을 저는 그저 사랑할 뿐입니다.”
베버스 사무실의 전반적 분위기는 세계적 규모의 브랜드답게 고고한 첨탑의 꼭대기처럼 싸늘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창의성에 대한 베버스의 관점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렉시는 디자인 팀과 아이디어를 갖고 놀던 중 탄생했어요. 역시 최고의 아이디어는 놀다가 나오는 것 같아요. 사무실 한쪽에 렉시가 있어서 정말 좋아요. 렉시는 제가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즐기면서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매번 상기시킨답니다.”
베버스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라이언은 <보그> 화보 촬영장으로 향했다. 스튜디오가 아닌 뉴욕의 상징적인 장소가 배경이다. 라이언은 어느 때나 같은 표정처럼 보이지만, 늘 새로운 모습을 꿈꾸고 또 도전을 즐긴다. 그래서 우리는 컷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장소를 선정해 이동하며 촬영했다. 첫 번째 장소는 이스트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 브리지. 라이언이 브루클린 브리지로 향한다는 소식에 베버스가 말을 보탰다. “아주 뉴욕적인 배경이군요!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곳입니다. 제가 살던 동네인 데다 주말이면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며 좋은 시간을 보낸 추억이 있어요. 뉴욕에서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죠.” 화보의 주인공 라이언 역시 첫 번째 로케이션에 대한 자신의 취향과 의견을 드러내는 듯 보였다. “번쩍번쩍 빛나는 랜드마크보다 일상의 한 부분처럼 느껴지는 이 장소가 마음에 들어요. 제가 서울의 골목과 일상적인 장소를 사랑하는 것처럼요.” 그의 표정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뉴욕의 일상적 풍경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푸드 트럭도 빼놓을 수 없다. 인파로 붐비는 타임스 스퀘어를 한 블록 지나치다 발견한 핫도그 푸드 트럭! 재능 넘치는 사진가 이준경이 트럭 앞에 라이언을 세우고 재빨리 그 모습을 포착했다. 마침 라이언의 옷차림은 코치의 편안한 스웨트셔츠와 조거 팬츠에 로고 패턴 슬리퍼. “분방하고 당당한 느낌을 주는 코치의 이번 컬렉션은 제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와 매우 비슷해서 저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라이언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다음은 뉴욕의 유명 쇼핑 거리 피프스 애비뉴. 이 패션 성지 한복판에 자리한 코치 플래그십 스토어다. 라이언은 피프스 애비뉴와 54번가가 맞닿은 지점에 자리 잡은 매장 앞 신호등에 무심하게 기대 포즈를 취했다. 거의 프로 모델 수준이었다. 온ㆍ오프라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인기 절정의 라이언이지만, 아직도 꿈을 꾼다고 속삭이는 듯했다. “제 꿈은 심플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어요.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매일 상상한답니다.”
쇼핑 번화가에서 빠져나온 라이언은 셀럽용 차량을 타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피해 화보를 찍기보다 뉴요커들에게 익숙한 곳으로 다시 향했다. 다름 아닌 지하철! 사실 우리는 뉴욕에 사는 유명 배우들의 지하철 인증샷을 SNS에서 보기도 한다. 라이언도 마찬가지다. 라이언과 함께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잇는 마시 애비뉴(Marcy Avenue)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라이언이 뉴욕 품평을 시작하려고 했다. “뉴욕이라는 도시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개인적으로 ‘New’라는 단어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제가 표현하는 모든 것이 늘 새롭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매 시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패션처럼.” 라이언이 입은 화려한 그래픽 티셔츠는 이번 시즌 아티스트 케이프 파셋(Kaffe Fassett)과 협업한 것이다. 스튜어트 베버스는 이번 컬렉션을 마치고 들었던 찬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바로 이 케이프 파셋의 열렬한 반응을 꼽았다. “케이프는 대담하고 만화경 같은 플라워 프린트를 코치 가방과 기성복에 적용해 새롭게 창조했습니다. 그와 함께한 것 가운데 ‘트루프(Troupe)’ 가방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시그니처 로고를 프린트한 시어링 코트도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템이죠.”
마지막으로 라이언이 향한 곳은 미국 현대미술의 보고인 구겐하임 뮤지엄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나선형 건물은 20세기 중반 기존의 사각형 갤러리를 벗어난 획기적 뮤지엄으로 유명하다. 미스터 베버스가 라이언을 통해, 그리고 라이언이 자신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비전 역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것들이다. “당대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을 보고 다음 세대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패션은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최고의 매개니까요.” 베버스의 말에 라이언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여정과 변화는 이제 막 시작이고 <보그> 화보 역시 그 일부라는 것에 긍정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코치는 과감하고 변화무쌍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엔터테이너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저만의 색깔로 표현하고 싶은 제 모습과 딱 닮았습니다.”
-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Junk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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