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한 세상
스펙터클한 세상이 열리기 직전이다.
그것은 ‘얼굴에 착용하는 카메라’의 최신 버전 덕분이다.
나는 ‘스펙터클 3’를 직접 보기 위해 캘리포니아 베니스에 있는 ‘스냅(Snap Inc.)’을 방문했다.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가 만든 녹슨 듯한 색깔의 철제 대문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테크 기업을 취재할 때 그들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다소 진부해졌다. 하지만 스냅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스냅은 3년 전 회사명을 바꾸고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복합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뭔가 으스스한 침묵이 감돌았고 직원이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경비 직원 한 명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기밀 유지 협약서(NDA)를 건네 내 서명을 받더니, 출입을 통제하는 여러 개의 문을 거쳐가며 나를 안내했다. 내가 혹시나 일부러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싶어 조금 간격을 두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말이다. 마침내 아무런 푯말도 없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고 디자이너 세 명을 만났다. 나는 그들의 이름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제품의 생태계’, ‘빌딩 블록 전반에 걸친 혁신’, ‘컴퓨팅의 새로운 변화인 스펙터클’에 대해 기술 전문용어를 사용해가며 이야기했다.
간단히 말해, 스펙터클은 얼굴에 착용하는 카메라다. 관자놀이 부근의 녹화 버튼을 누르면 10초 간격으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영상은 자동으로 스냅챗 앱에 업로드된다. 2016년과 2018년에 발매된 이 선글라스의 1세대와 2세대는 부피가 크고, 플라스틱인 데다, 색깔도 다채로워서 너무 장난감 같았다. 이번 가을에 출시되는 스펙터클 3는 이전 세대보다 더 매력적이다. 더 날렵하고 얇으며 경량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 회사가 근사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선글라스 윗부분에 바가 부착되고 렌즈 모양이 굉장히 둥근 이번 스타일은 매트 블랙(더 카본)과 로즈 골드(더 미네랄)의 두 가지 색상으로만 출시된다.
디자이너들이 거울을 가져왔다. 2세대 오버사이즈 블랙 스타일 더 니코(Nico)를 착용했더니, 내가 터미네이터가 된 듯했다. 다음에는 신제품 더 미네랄을 착용해보았다. 흡사 화성의 풀장에 한가로이 누워 있는 섹시한 미래 사이보그의 모습이었다. 새롭게 적용된 핵심 사양은 바로 듀얼 카메라다. 각 렌즈에 하나씩 장착되어 거리 인지가 가능해졌다. “그래서 휴대폰 스크린을 통해 본다기보다 자신의 두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죠.” 스냅 디자이너 3번이 설명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선글라스로 보는 모든 것을 녹화하리라 예상하며 이 제품을 경계하는 신기술 반대자(Luddite)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스냅은 스펙터클이 실제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사람들과 세상의 관계를 끊어놓는다면, 반대로 스펙터클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의 손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배구를 할 수도 있죠. 뭐든 할 수 있죠.” 스냅 디자이너 1번이 말했다. 그러자 디자이너 3번이 덧붙여 말했다. “주말에 아기 곰에게 젖병을 물리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니까요.”
나는 나중에 이 회사의 카리스마 넘치는 CEO 에반 스피겔(Evan Spiegel)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직원들이 내게 사무실 밖에서 스펙터클을 시험 착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던 것을 아쉬워했다. “직원들이 제품을 밖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했죠. 그렇죠?” 그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아내이자 유명 모델인 미란다 커(최근 또 임신했다)와 아들 하트(Hart)와 함께 호주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며 스펙터클을 이용했다. “난생처음 돼지와 조우한 한 살짜리 꼬마가 찍은 3D 동영상이 어찌나 재미있던지요. 무슨 장편 서사 영화 같았다니까요.” 그가 말했다.
스피겔에게는 ‘거리 인지’가 판도를 엎을 만큼 중요한 기술이다. “그것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이 인간의 직접적인 경험과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에요.” 그가 말했다. “우리가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다큐멘터리식 사진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이 사진 촬영 대상을 다시 경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스피겔은 가족과 떠난 또 다른 여행에서 이전에 출시된 스펙터클로 콘텐츠 몇 가지를 만들어 장모님에게 보여준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것을 재생시켰더니, 장모님은 그 영상 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처럼 느끼시더라고요. 이 스펙터클로 찍은 화면은 사진을 넘어 체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거죠.”
그럼에도 스펙터클은 애플 워치나 다른 웨어러블 장치처럼 유비쿼터스가 아니었다. 그래서 2017년 1세대 출시 이후, 그 기업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으로 4,000만 달러를 감가상각해야 했다. 이번 신제품은 조금 더 제한적 상황에 놓일 것이다. 그렇지만 스피겔은 하드웨어의 대량 판매보다 혁신에 한발 다가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세대 버전의 목표는 카메라를 얼굴에 편하게 착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유저들은 앱을 통해 3D 동영상에 증강 현실 렌즈를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어느 날 스펙터클은 친구 얼굴을 강아지로 바꾸고 집에서 자신의 이모티콘을 살아 움직이게 하며 다른 스마트폰 기능을 눈앞으로 가져올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세상을 아우르는 컴퓨팅이죠.” 스피켈이 말했다.
“우리는 인터넷과 실제 세상을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가 설명했다. “우리는 ‘컴퓨팅을 우리의 자연적인 삶에 통합할 수 있다면, 실제로 더 나은 행동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잠깐 대화를 나누었잖아요. 그것은 그저 수천 년간 해오던 것을 하고 있었던 것뿐이죠. 그것은 자기표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늘 해오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미 스펙터클은 설계 면에서 프라이버시 에티켓을 개선했다.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레코드 버튼을 누르면 LED 조명이 활성화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녹화 중’이라고 알리는 것이며, 당사자들끼리 합의하에 촬영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낯선 사람이 허리 윗부분으로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이 오싹하게도 당신을 녹화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뜻하지만.
내가 촬영한 동영상은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회의실 안에서 스냅 디자이너들이 몇 초 동안 찍은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스냅챗에서 렌즈를 첨가하게 되면 이국적인 새나 UFO가 휙 날아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소멸되는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스냅의 기본 정신과는 반대로, 그 동영상은 내 기억의 저장소에 살아 있다. 나는 이것을 보며 영국의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 드라마 <Black Mirror>의 에피소드인 ‘당신의 전체 역사’를 떠올렸다. 이 시리즈에서는 사람이 자신의 귀 뒤에 삽입된 칩으로 모든 경험을 기록하며, 나중에 그 화면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스냅 디자이너 3번은 내 걱정에 공감하지 않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글
- Irina Aleksander
- 헤어
- Ward Stegerhoek
- 메이크업
- Petros Petrohilos
- 스타일 에디터
- Tabitha Si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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