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과잉의 미학?

2023.02.20

과잉의 미학?

과대 포장과 한 번 쓴 물건은 내다 버리는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지 수십 년. 거대 뷰티 산업은 엄청난 고민의 순간을 맞았다.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역할을 이행하면서도, 지금까지 사용하던 파우더를 계속 쓸 수 있을까?

실제 이야기다. 1998년 클럽 겸 대극장인 스튜디오 54에서 <카바레>를 보는데, 마돈나가 옆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쇼를 보다 말고 머리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거울을 불쑥 꺼내 들었다. 땋은 머리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거리가 꽤 가까웠기에 그녀가 손에 든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조로운 은색 ‘티르클럭 뿌드르(T.LeClerc Poudre)’ 콤팩트였다. 나는 굉장히 시크하면서도 1·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 분위기를 풍기는 그 제품을 오래전부터 탐내왔다. 하지만 검소할 뿐 아니라 보헤미안 스타일을 추구하던 나로서는 차마 구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돈나가 들고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어떤 욕망과 열망이 휘몰아쳤다. 이 마법의 가루를 팝 스타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나는 쇼가 끝나기 무섭게 매장으로 달려가 콤팩트를 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화장품의 효능을 확신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때부터 21년간 그 콤팩트를 100개 정도 쓰고 버린 것 같다. 과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말하기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그 부분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으며, 우리가 플라스틱 집중포화 속에 살아가고, 북극 만년설이 녹고 있으며, 이 모든 일이 몹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나만의 뷰티 루틴을 바꾸어야 할까? 수십 년간 나를 위해 열일 해주었던 세심하게 엄선한 제품을 교체하고, 이 믿음직스러운 친구들을 ‘깨끗이’ 차단해야 할까? 차라리 그냥 죽는 편이 나으리라! 어쨌든 화장품이 제시하는 마법 같은 효능과 모습, 즉 화장대에서 매력을 뽐내는 유혹적인 상자와 우아한 병 속에 담긴 약속을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이런 이기적인 나조차 심각한 통계 수치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 전 세계에 판매된 뷰티 & 개인 미용 포장재는 1,521억 유닛에 달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플라스틱 용품을 포함한 쓰레기는 여러 이유로 극히 일부만 재활용한다. 그 이유로는 재활용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변동성, 획일화된 재활용 절차 미흡으로 쓰레기 분리 시 혼동 야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쓰레기는 결국 매립지로 가거나 소각된다. 그도 아니면 바다와 수로 등에 버려진다. 최악인 것은, 이런 제품 중 대부분은 실제로 일회용품으로 디자인해 애초에 역겨운 쓰레기 산으로 갈 운명이었다는 점.

결국 거대 뷰티 업체가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때가 된 것이다! 로레알은 내년까지 자사 제품 전체를 환경적 혹은 사회적 측면에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 방식 개선도 포함된다. 즉 녹색 화학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얻은 재생 가능한 원자재를 포함하는 것. 에스티 로더도 이에 못지않다. 2025년까지 자사 제품 포장재 75%에서 100%를 재활용, 재사용, 리필하고,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테라사이클(TerraCycle)은 P&G의 가정용품 브랜드 8개를 비롯한 제품을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판매하는 친환경 쇼핑 플랫폼 ‘루프(Loop)’를 야심 차게 론칭했다.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P&G에 따르면, 팬틴부터 타이드에 이르는 자사 제품을 이제 클릭 한 번으로 100% 리필과 재활용 혹은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에 담아 소비자에게 배달하고 다시 수거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거대 기업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면, 나도 바른 방향으로 조금이나마 발걸음을 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을 품은 채 나만의 윤리성과 지속 가능성 테스트에서 팽팽히 겨룰 만한 제품을 모아보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수년 동안 고가 샴푸를 사용해보았다. 가격이 비쌀수록 더 품질이 좋다는 전제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늘 존슨즈 베이비 샴푸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렇게 내가 기꺼이 터득한 것이 바로 새로운 ‘How2Recycle’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온전한 재활용과 표준화된 표시(표시가 없으면 누가 알겠나?)를 둘러싼 어려움의 극복을 목표로 한다. 그렇지만 과학적 흥미 때문에 존슨즈 베이비 외에 다른 경쟁사 세 곳도 조사했다. 가장 먼저, 미소 짓는 얼굴이 만화로 그려진 캘리포니아 베이비 칼렌듈라 샴퓨 & 보디 워시(California Baby Calendula Shampoo & Body Wash)부터 보자. LA 소재의 이 회사는 태양에너지로 생산 설비를 가동하고, 자사 소유의 샌타바버라 카운티 농장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재배된 유기농 인증 칼렌듈라를 사용하고 있어 매우 높은 경쟁력을 지닌다. 그 기업은 심지어 본사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에어컨에서 나온 응결수를 통에 받아 조경에 사용하기도 한다. 다음 경쟁자는 로레알 프로페셔널 소스 에상씨엘 샴푸(L’Oréal Professionnel Source Essentielle Shampoo). 근사한 해변 냄새를 풍기는 이 제품에는 실리콘, 파라벤, 황산염 등이 첨가되지 않았으며, 비건임을 뽐낸다. 그리고 최대 세 번까지 리필 가능한 통에 담아 배송했다(이 회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라. 리필 스테이션으로 참여하는 전국 헤어 살롱의 리스트가 게재되어 있다). 세 번째 참가 제품은 러브 뷰티 & 플래닛(Love Beauty & Planet)의 머루머루 버터 & 로즈 샴푸 바(Murumuru Butter & Rose Shampoo Bar)다. 플라스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포장재를 사용한다. 하트 모양 비누는 내가 그동안 사용하던 샴푸와 달랐다. 비누 거품이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사실 우리 지구에는 이게 더 낫지 않을까?), 이 제품의 감성적 모양과 장미 아로마가 1950년대 시골집을 생각나게 했고, 그런 냄새를 풍겼다(전혀 나쁘지 않았다).

지난 6월, 트레이드마크인 양 볼 연지와 뾰족한 윗입술로 1920년대 플래퍼 스타일을 연출하고 CFDA 패션 어워드에 참석한 린 예거(Lynn Yaeger, 미국 <보그> 객원 에디터).

세 가지 제품 모두 정말 제대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제품을 판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기 전, 곱슬곱슬 보기 싫은 머리칼을 강력한 젤로 코팅하기 때문이다. 워너비 비단결 단발머리로 바꾸려면 정말 강력한 젤이 필요하다. 98% 자연산 원료로 만든 가니어 프럭티스 퓨어 클린 스타일링 젤(Garnier Fructis Pure Clean Styling Gel)은 테라사이클과 파트너십을 맺은 정말 괜찮은 제품(그 업체는 소비자가 보내온 빈 튜브를 재활용 가능한 새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이지만 내 머릿결을 바꾸는 임무까지 감당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100% 비건 제품인 야록 피드 유어 홀드 헤어 스프레이(Yarok Feed Your Hold Hair Spray) 역시 착 가라앉은 내 머리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황급히 원래 믿고 쓰던 괴트2b 울트라 글루드 인빈서블 스타일링 젤(Göt2b Ultra Glued Invincible Styling Gel)을 집어 들었다. 상자에는 모호크족 헤어스타일의 남성이 그려져 있다. 그 정도로 효과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렌 클린 스킨케어 애틀랜틱 켈프 & 마그네슘 안티 퍼티그 보디 워시(Ren Clean Skincare Atlantic Kelp & Magnesium Anti-Fatigue Body Wash)로 샤워했다. 내용물이 담긴 병의 재질은 100%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이었다. 그중 20%는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정말 이 보디 워시가 나를 깨우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샤워 효과였을까? 그러고 나서 베이포어 앳모스피어 소프트 포커스 파운데이션(Vapour Atmosphere Soft Focus Foundation)을 문질러 발랐다. 타오스에 자리한 이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에 전념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본사와 생산 설비에서 100% 태양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정말 놀랍지 않나! 이 기업의 자세가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이번 리서치 프로젝트가 끝나면 기꺼이 그 회사 제품을 사용할 것이다. 나는 빅토리아시대풍 인형과 1920년대 플래퍼 스타일을 동시에 연출하기 위해 트레이드마크처럼 양 볼에 연지를 찍고 다닌다. 나만의 비밀인데, 오랫동안 립스틱을 사용해 연지를 찍었다. 겔랑 루즈 G 인 딥 플럼(Guerlain Rouge G in Deep Plum)은 리필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기에 지속 가능한 제품이다. 작은 크롬 칵테일 셰이커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나의 부자연스러운 불그스름한 연지를 연출하는 데도 제격이다. 이렇듯 지구를 지키는 데 내 역할이 어렵지 않은 듯 보였을 때, 입술이 문제를 일으켰다. 솔직히 인정하건대, 모든 사람이 독 묻은 사과를 방금 덥석 물었던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아주 어두운 립 펜슬을 사용한다. 거의 블랙에 가까우며 내 입술의 특징이 되는 뾰족한 모양의 윗입술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닥터 하우쉬카(Dr. Hauschka)와 100% 퓨어(100% Pure) 두 가지를 이용해 가장 어둡게 라인을 그려보았다(닥터 하우쉬카는 라이너의 재료인 항균 위치하젤을 허브 농장에서 직접 키운다! 그리고 100% 퓨어는 과일, 채소, 티에서 색을 추출한다. 그들은 심지어 태양에너지로 100% 가동한 산호세 생산 설비에서 무독성 콩기름 잉크로 재생 가능한 상품 박스에 프린트한다). 아, 이 두 제품의 색은 정말 예뻤다. 하지만 내 입술에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순하고, 달콤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맥 립 펜슬 나이트모스(MAC Lip Pencil Nightmoth, 이 제품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목재로 만들었다)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실험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나는 나의 소중한 ‘티르클럭 뿌드르’ 콤팩트를 단 하루만이라도 포기할 수 있을까? 견딜 수 있다면 대체할 만한 여러 가지 리필 가능한 제품이 있다. 이를테면 에스티 로더의 상큼하게 작은 골든 앨리게이터 슬림 콤팩트(Golden Alligator Slim Compact)처럼. 이 제품은 몹시 시크해서 악어가죽으로 만든 금빛 버킨 백에도 넣을 만하다. 앤토님 코스메틱스(Antonym Cosmetics)도 고려할 만하다. 이 브랜드는 자사 제품 함유 성분 중 98% 이상이 천연 재료라고 밝혔다. 그리고 포장재 또한 목재(지속 가능하다!)로 만든 듯했다. 샐리 보울스(Sally Bowles) 대신 스티비 닉스(Stevie Nicks) 쪽으로 방향을 틀겠노라 결정한다면, 내게는 앤토님 파우더가 적합할 것이다.

어쨌든 나는 당장 ‘티르클럭 뿌드르’ 콤팩트를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마돈나가 아직 그 제품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지구를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가 아름다워 보이도록 돕는 감탄할 만한 제품이 몹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뿌듯했다. 그것이 진정으로 문제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바로 우리는 그 화장품이 우리 스스로 멋지고 매력적이게 느끼도록 만들고, 우리를 늘 워너비 인물, 즉 판타지 버전으로 바꿔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이 파우더와 화장품 그리고 샴푸와 스프레이가 전혀 해롭지 않고, 우리를 더 분별 있는 현명한 미래로 이끌어준다면, 그 제품은 말 그대로 꿈이 실현되는 지속 가능한 물건이 되지 않을까?

    에디터
    Lynn Yaeger
    포토그래퍼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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