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의 아이콘, 페넬로페 트리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저널리스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현재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로 이름이 교체됐다)에서 25년 간
패션 비평을 담당한 그녀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그닷컴’을 위해 독점 취재 및 기사를 쓴다.
나는 판을 뒤집는 옷차림을 좋아한다. 삶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패션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사소한 것 말이다.
60년대 깡마른 이미지 메이커였던 페넬로페 트리(조각한 듯한 뺨과 마른 몸매와 큰 키는 지금도 여전하다)는 포트 엘리엇 페스티벌에서 사라 무어와 나란히 앉아 1966년에 자신의 삶의 행로를 바꾸어놓은 그날 저녁, 그리고 그 드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뉴욕에서 그녀의 유모가 찍은 거친 사진들에서 보듯 16세의 트리(그녀는 이름에 어울리는 몸매를 지녔다)가 입었던 드레스는 꾸뛰르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가 트루먼 카포티의 그 유명한 1966년 흑백 무도회 때 입은 옷을 회상하듯, 옷감보다 잘려 나간 부분이 더 많은 저지 드레스는 외롭고 서툴고 반항적인 10대 소녀에게 ‘엄청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지금 와서 ‘냉정하게(in cold blood, 유명한 트루먼 카포티의 책 제목처럼)’ 보면 그 드레스는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트리가 ‘등이 허리까지 드러나고 가는 끈들로 연결됐다’고 묘사했지만.
베트남 전쟁의 긴장이 고조됐던 역사적 시기에 커다란 우산을 들고 큼직한 코트 차림으로 악천후 가운데 플라자 호텔에 도착한, 토끼 귀로 장식한 여성들에 관한 기억은 얘기의 시작에 불과했다.
카포티의 주최로 할리우드 사람들, 뉴욕의 정치 거물들, 조상 대대로 돈 많은 유럽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파티에서 트리는 흠잡을 데 없는 옷차림을 한 상류층 출신 사진가 세실 비통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나갔던 순간을 묘사했다. 또 다른 기억은 밤새 자신의 보디가드와 춤추던 미아 패로(프랭크 시나트라가 춤을 추지 않았기 때문)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패턴 셔츠와 진을 입고 캔버스 텐트 아래 앉아 있는 페넬로페 트리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정직하다고 느꼈다. 우리 같은 구경꾼들은 사라 무어가 14세 때 기숙학교에 들어가고, 부모로부터 무시 받고, 형제들과 헤어진 외로운 소녀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을 들으며 커다란 나무 그늘을 찾았다.
그러나 전직 모델인 64세의 트리는 밥 딜런, 조안 바에즈, 루 리드, 아레사 프랭클린이 함께 활동하던 뉴욕의 역동인 음악세계의 가장자리에서 ‘불쌍한 부자 소녀’로 누린 자유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그 모든 것이 흥분되고 신났었죠.” 트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묘사는 그녀 자신에게도 적용됐던 것 같다. 사진가 리차드 아베돈이 그 무도회에서 그녀를 본 다음날 아침 <보그>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에게 전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트리의 커리어는 로켓처럼 비상했다. 그녀는 60년대 모델 활동에 대해 얘기했다. 당시 그녀의 날카로운 볼 선과 기하학적 눈 화장은 당대의 또 다른 모델이었던 트위기의 스타일과 경쟁했다.
그러나 그런 룩의 메이크업은 신인 모델들이 직접 했다. 액세서리는 그들의 옷장에서 가져온 부츠와 벨트들이었다. 그들은 룩을 창조하는데 참여했다. 경멸적 이름이 암시하던 순종적인 ‘돌리 걸(매력적이지만 똑똑하지 못한 젊은 여자)’이 아니었다.
“저는 관심 받는 걸 좋아했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죠. 그리고 제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트리는 60년대 런던을 묘사하며 말했다. 그녀가 영국 사진가 데이빗 베일리의 저돌적 구애에 휩쓸려 뉴욕을 떠난 순간을 얘기할 때 대담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두 사람이 본가를 떠날 때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
당시 프랑스 여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와 결혼 상태였던 베일리는 자신의 전 여자 친구들의 사진들로 가득한 런던의 검은 유리 집으로 트리와 함께 도망쳤다. “그보다 훨씬 나쁠 수도 있었어요. 상대가 롤링 스톤즈 멤버일 수 있었으니까요!” 트리는 영국식 농담을 섞어가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베일리와 함께 한 시간과 작품에 대한 그의 집착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그들은 악명 높은 크레이 쌍둥이(웨이터들을 떨게 만들 만큼 폭력으로 유명했던 런던 갱스터들)와 저녁 식사를 했다. 새벽 2시에 돌아왔을 때 베일리는 그녀를 버려두고 ‘Goodbye Baby & Amen’ 작업하러 갔다. 이는 스윙잉 런던 시대의 모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 프로젝트였다.
거식증, 배반, 그리고 트리의 모델 생활은 물론 60년대 ‘잇걸’ 역할마저 끝내고만 피부병 등으로 힘겹던 그 무렵,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났다.
“그건 인생 경험들 중 하나예요. 저는 그것을 통해 많은 걸 배웠죠.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트리는 덧붙여 말했다. “한 가지 후회되는 건 대학을 마치지 못했단 점이에요.”
그러나 그녀는 어느 불교 스승이 설립한 세속적인 자선 단체인 로터스 아웃리치와 일하며 의미 있는 삶을 계속 구축해왔다. 2002년 이후 그녀의 사명은 가난 때문에 수렁에 빠진 캄보디아 소녀들의 성매매를 막는 기관들을 후원하는 것이다. 트리는 고아원, 여성들의 은신처, 학교, HIV 병동, 그리고 그밖에 캄보디아 전역에 있는 관련 프로그램들을 방문했다.
4년 후 캄보디아로 돌아온 그녀는 젊은 여성들의 교육을 도우며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지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 됐다.
60년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펑키한 드레스 차림의 소녀는 이제 어머니가 됐고,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활동가로 변신했다.
자기를 과시하는 ‘셀피’ 시대,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 건 신선했다. 그리고 2차원적 페넬로페 트리의 이미지 뒤에 숨은 위트 있고 현명하며 사려 깊은 여성을 발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English Ver.
Under a Shady Tree BY SUZY MENKES
I like the idea of a game-changing outfit – something as essentially trivial as fashion altering the flow of an entire life.
Penelope Tree, the angular image-maker of the Sixties – still with her sculpted cheeks and beanpole figure – sat with Sarah Mower at the Port Eliot Festival and recounted the evening – and the dress – that changed the course of her existence back in 1966.
As seen in the grainy images snapped by her nanny in New York, the dress worn by 16-year-old Tree – who had a silhouette to match her name – was not a couture concoction. But as she recounts the story of dressing for Truman Capote’s infamous 1966 Black and White Ball, that stretch jersey dress with more cut-outs than cloth left the lonely, awkward, rebellious teenager “dripping with expectations”.
Viewed today “in cold blood” (as the notorious Truman Capote book title put it), the dress does not look so inspiring, even with what Tree describes as “a bare back down to the waist and spaghetti straps”. Her memory of arriving in foul weather at the Plaza Hotel in a maxi coat under a giant umbrella, spotting grand gowns and ermine bunny ears worn in this historic period of tension over the war in Vietnam, is only the start of the story.
As the Hollywood set, New York’s political lions and grand, old-money Europeans were all brought together by Capote, Tree describes being whirled on to the dance floor by the immaculately dressed upper-crust photographer Cecil Beaton. Another memory is of Mia Farrow dancing the night away with her bodyguard, because Frank Sinatra didn’t “do” dancing.
I found Penelope Tree both ironic and honest, sitting under a canvas tent in patterned shirt and jeans. We onlookers sought the shade of a giant tree as we listened to Sarah Mower drawing out the story of a lonely child, sent at age 14 to boarding school, ignored by her parents and separated from her older siblings.
Yet the former model, now 64, spoke too about her freedom as a “poor little rich girl” on the edge of New York’s dynamic music world, bringing together Bob Dylan, Joan Baez, Lou Reed and Aretha Franklin.
“It was all exciting and happening,” she said. And that description might have also applied to herself, because photographer Richard Avedon, after spotting her at the ball, called Vogue editor Diana Vreeland the very next morning.
The Tree career took off like a rocket. She talked about modelling in that Sixties era, when her sharp cheek-line and geometric eye make-up were in competition with that other graphic model of the time, Twiggy.
Yet the make-up that made the look was put on by the fledgling models themselves and accessories were boots and belts that came from their own wardrobes. They were participators in creating a look – not the compliant “dolly girls” that the dismissive name suggested.
“I loved getting attention – I was hungry for growing up – I felt special,” says Tree, describing Sixties London.
The talk hotted up as she told of her departure from New York, swept off in a thrusting charge by British photographer David Bailey, her mother wringing her hands in the hallway as the couple left the family home.
Still married to French actress Catherine Deneuve, Bailey eloped with Tree to London, to his black glass home filled with images of his ex-girlfriends.
“It could have been much worse – it could have been a Rolling Stone!” says Tree with her very British irony.
She recounted the years with Bailey and his obsession with his work. As they came in at 2am after an evening dining with the infamous Kray twins, London gangsters whose reputation for violence made the waiters quiver, Bailey would abandon her for his work on Goodbye Baby & Amen. That was his project to photograph every influential person of the Swinging London era.
And there it ended, in anorexia, betrayal and a skin disease that put an end to Tree’s modelling and her role as Sixties It-girl.
“It’s one of those life experiences – I learned a lot from it, it’s part of your story,” says Tree. “My one regret is that I didn’t finish university.”
But she has gone on to build a meaningful life, working with Lotus Outreach, a secular charity founded by a Buddhist teacher. Her mission since 2002 is to support organisations against sex trafficking of young women mired in poverty, particularly in Cambodia. Tree has visited orphanages, women’s refugee areas, schools, HIV wards and many other related programmes all over Cambodia.
Returning to the country four years later, she was impressed by how much could be achieved by helping to educate young women, and that has become her mission. (Lotus Outreach www.lotusoutreach.org)
So the young girl in the funky dress who was a brief sensation in the Sixties became a mother and an activist for women to have better lives.
In an era of “selfies”, it was refreshing to listen to someone so self-deprecating. And to find, behind the two-dimensional Penelope Tree image, a witty, wise and thoughtful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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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 수지 멘키스(Suzy Men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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