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비 삼파전
10월 29일 후디의 첫 정규 앨범 <Departure>가, 다음 날엔 지바노프의 첫 정규 앨범 <Good Thing>이 발매됐다. 그다음 날인 31일, 서사무엘이 오랜만에 새 번째 정규 앨범 <The Misfit>을 발표했다. 3일 연달아 정규 앨범이, 그것도 완성도 높은 한국의 알앤비 앨범이 나오는 건 흔치 않다. 행복한 소식이다. 특히 한국의 알앤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세 사람은 한국 알앤비 음악 시장이 탄탄함을 입증한다.
무슨 상황인지 좀더 설명하자면, 후디는 지금까지 싱글 단위로 꾸준히 활동하며 <On And On>이라는 EP를 통해 존재감을 처음으로 제대로 알렸다. 이후 ‘한강’, ‘Golden’, ‘Sunshine’ 등의 싱글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한다는 점, 싱글 단위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바노프 또한 <So Fed Up> 이후 <For The Few.>, <Karma>, <주마등>까지 총 네 장의 EP를 발표했으며 한국대중음악상 수상부터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까지 매체와 평단에서 사랑을 받았다. 자기만의 색을 처음부터 제대로 다잡은 것은 물론, 굿투미츄(goodtomeetyou)라는 레이블을 키웠다.
서사무엘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 & 소울 부문의 후보로 꾸준히 오르고 수상도 했다. 최근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로 회사를 옮긴 그는 여전히 독자적인 동시에 주목의 대상이다.
우선 세 작품 모두 탄탄하고 밀도도 상당하다. 곡만 세어봐도 각각 열한 곡, 열 곡, 열다섯 곡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후디는 지금까지 자신이 소화해온 스타일을 한 장의 앨범에 모두 모아 녹여낸 반면 지바노프와 서사무엘은 한 가지 색채를 뚝심 있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후디는 발라드 넘버부터 진보적인 얼터너티브 알앤비까지, 싱글 단위로 꽤 많은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앨범 <Departure>에는 그런 부분이 고루 녹아 있다. 슬롬(Slom)부터 제이버드(JBird), 아이오아(IOAH), 브론즈(Bronze), 그레이(GRAY), 차차말론(Cha Cha Malone)까지 다양한 결의 프로듀서가 참여했고, 후디는 그를 하나의 색채로 묶었다.
반면 지바노프는 인터뷰에서 설명했듯이 “조금 더 빈티지하고 아날로그한 사운드를 쓰”고 “리듬의 결 자체가 트랩인” 앨범 <Good Thing>을 발표했다. 알앤비보다는 힙합의 문법을 많이 차용하기 위해 고민하면서도 알앤비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진다. 여기에 간혹 등장하는 하우스 리듬이나 댄스홀 리듬은 지바노프가 지금까지 선보인 색채기도 하다. “사랑에 대해,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풀었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 푼 게 많”다는 <Good Thing>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확실하게 얘기하는 듯한 앨범”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오묘하다. 지바노프의 첫 정규 앨범답게 그의 색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지만, 트랩 리듬이 전반적으로 자리 잡았기에 지바노프에게 새로운 도전 같기도 하다. 곡이 주는 느낌 자체는 이질적이지 않지만, 그 프로덕션만 놓고 보면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마지막 서사무엘은 자기 고집이 단단하게 느껴지면서도 한층 더 세련된, 그러면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장르 음악 팬 사이에서 더 이상은 호불호가 없을 것 같다. 네오 소울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기존 네오 소울이 지닌 특징을 잘 담으면서도 자신의 색을 유지해 더 매력적이다. 이 모든 작업을(그러니까 악기 연주까지) 오롯이 혼자 해냈다는 점에서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표현의 매끄러움은 단지 곡의 구성이나 생김새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공개한 뮤직비디오나 아트워크, 앨범에 담긴 가사까지 서사무엘은 보통 ‘천재’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장인’에 가깝지 않나 싶다. 어딘가 울퉁불퉁하던, 그래서 흥미롭고 재미있던 그의 음악은 어느덧 절대다수를 설득할 만큼 훌륭해졌다.
- 에디터
- 김나랑
- 글
-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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