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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이 뭐길래 (2)

2023.02.20

유니콘이 뭐길래 (2)

브랜드 가치 10억 달러’, 그 성공 신화의 비결은?

유니콘 기업의 필요충분조건

‘10억 달러 브랜드’ 왕좌에 앉기 위해선 정해진 공식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한 글로시에의 기업 가치는 현재 12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죠. 후다 뷰티도 동 기간 매출액이 4억 달러에 달했다고 알려집니다. 팻 맥그라스 랩스는 더 높은 주가 수익 비율을 기록했어요. 지난해 여름에는 유라제오 브랜드로부터 6,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6,000만 달러에 달하는 연간 매출액을 달성, 10억 달러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죠. 사모펀드사 VMG 파트너스의 로빈 차이 대표는 “미래에 기업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현재 가치도 높게 평가받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MG 파트너스는 현재 드렁크 엘리펀트의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기업 가치 평가는 인기의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뷰티 인플루언서를 꼽자면 3,4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후다 카탄일 것입니다. 카탄의 메이크업 튜토리얼과 비포 & 애프터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팔로워들에게 그녀가 론칭한 색조 화장품은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죠. 글로시에는 또 다른 종류의 인기를 보여줍니다. 창업주인 에밀리 와이즈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카탄에 비하면 팔로워도 현저히 적지만 ‘글로시에 플레이’ 출시에 대한 반응이 후다 뷰티 때보다 훨씬 뜨거웠죠.

이처럼 눈이 휘둥그레지는 기업 가치 평가 뒤에는 특별한 정체성의 확장 가능성 높은 사업 모델이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은 그들만의 범주를 만들어가는데요. 일례로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를 들 수 있습니다. 색조 메이크업 범주 안에서 사업을 확장하기도 하지만 아나스타샤 소아레 대표는 눈썹 관리 전문가의 자질을 녹여내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죠. “눈썹 관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은행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가득한 방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재무제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자 모두 쥐 죽은 듯 제 말에 집중했죠.” 소아레 대표가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는 회사였어요.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어떤 것도 공개할 필요가 없었죠. 느리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개미같이 제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글로시에의 밀레니얼 핑크 패키지와 ‘산세리프’ 폰트는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통용됩니다. 서브 브랜드인 ‘글로시에 플레이’의 성공적 론칭으로 이 조합이 얼마나 반복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죠.

유통 모델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글로시에의 D2C(Direct-to-Consumer) 유통 모델도 높은 기업 가치 평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유통 모델 덕분에 세포라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비슷한 규모의 타 브랜드보다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 거죠.

“글로시에는 어떤 유통 채널도 이용하지 않고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포러너벤처스 설립자이자 글로시에 투자자 커스틴 그린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가 있었고, 사업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브랜드 중에서는 대중과 접점을 위해 여전히 유통 업체에 의존하는 기업이 대다수입니다. 선행 투자 비용이 적기 때문이죠. 뷰티 유니콘 기업인 후다 뷰티와 팻 맥그라스 랩스도 같은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카일리 코스메틱는 지난해 울타 뷰티에 입점했죠.

 

기업 가치와 리스크는 비례한다

투자자들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며 높은 기업 가치를 가진 뷰티 기업에 투자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투자한 기업이 그 기대를 저버린다면 상심할 일만 남았죠. 그래서 ‘출구 전략’도 회사 안팎으로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창립자가 언제 회사를 매각하거나 상장할 것인지, 매입 대상은 누구이고 규모는 어떻게 될지, 상장하면 가치가 얼마로 산정될지 온 세상이 예측하는 것이죠. 이러한 예측으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기업의 시장 진입, 신제품 개발, 기업 발전을 이끌 숙련된 리더 영입에 쓰이기도 한답니다.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는 TPG 캐피털의 자금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미 수익성이 있었고 2018년에만 3억7,500만 달러의 매출이 예상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소아레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 품목 확장을 통한 ‘풀 메이크업 라인’ 브랜드로 변모하기 위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브랜드를 확장 중이며 전 세계에 지점을 내길 희망해요. 상하이나 홍콩에 지점을 내고자 한다면, 사무실 안에만 있어서는 결코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일이죠.” 소아레 대표가 말했습니다. 그녀의 목표는? TPG의 지원을 받아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사업 비중을 20%에서 50%까지 끌어올리는 것. 소아레 대표는 20년간 경영 활동을 하며 브랜드의 역량과 한계를 깨달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급성장한 스타트업 상당수는 그 한계를 깨닫지 못한 것 같군요.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대규모로 고용을 늘리고 실패 위험을 안은 채 확장을 감행하면서까지 몸집을 늘리다 초기의 차별성이 희석된 기업이 많다는 것. VMG 파트너스의 로빈 차이 대표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그런 식의 부자연스러운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브랜드에 부담을 줄 뿐이죠.”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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