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
‘이번 해도 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전시가 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이다. 2012년부터 SBS문화재단과 함께 가을마다 마련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2월 무렵이 되면 전시 참여 작가 중 수상자 한 명을 최종 발표한다. 국내 최대 미술 기관이 작품 세계를 인정하는 셈이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행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10월에 이 전시가 열렸다. 국내외 미술 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단은 홍영인, 박혜수, 이주요, 김아영을 전시에 참여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홍영인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극단적인 국가주의와 사회 불평등 상황을 보며 소통 방식에 주목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소통 방식 중 특히 ‘새’의 것에 주목한 신작을 여러 점 선보인다. 평면 작업부터 대형 설치까지 작품의 형태는 다양하다.
박혜수는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신작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를 통해 ‘우리’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을 말한다. 설문 조사를 진행한 내용을 텍스트, 영상, 다이어그램, 설치 작업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이주요는 향후 작가가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창고 시스템 견본 모델을 선보였다.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라고 이름 붙인 이곳은 작품 보관 창고이자 창작과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다. 작품의 소멸을 유예시키고 작품 스스로 생명을 연장하는 창의적인 제안이다.
김아영은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을 전시장에 내놓았다. 최근까지도 이슈가 되는 제주도 예멘 난민의 이주와 이들의 존재 방식을 지질학적 사례와 중첩시켜 다양한 층위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역사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지난 11월 2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19년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이주요가 최종 선정 작가가 되었다. 심사위원장 더크 수느아르 벨기에 뷔일스 현대미술센터 관장은 “작가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해 미술 전반과 기관적 차원의 담론을 이끌어내고, 실천적 해결책을 제안하는 작품이다. 과잉 생산의 시대에 작품의 제작, 보관, 기록의 모든 과정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대에는 작가의 스태프가 대리 수상자로 나왔고 작가는 목소리로만 등장했다. 수상 과정 역시 하나의 퍼포먼스로 남긴 것이다. 최종 수상자 발표는 끝났지만 ‘올해의 작가상’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SBS문화재단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담은 현대미술 다큐멘터리를 전시 기간 중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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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미진
- 글
- 김한들(큐레이터,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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