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다시 정의하는 당대 핵심어, ‘Sustainability’. 비, 물, 풀꽃 가운데 호흡하는 혁신과 배려의 지속 가능한 옷.
RICHARD QUINN 환상적인 꾸뛰르와 친환경 패션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지 모른다. 하지만 런던 디자이너 리차드 퀸에게 지속 가능성은 빼놓을 수 없다. 환상적인 프린트는 모두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프린터로 완성한다. 덕분에 전통 방식의 염색보다 70~80%가량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옷은 런던에서 완성하고, 인도에서 완성하는 자수 공정 역시 투명하다. 그의 드레스가 다시 보이는 이유다. 프린트 실크와 깃털을 더한 드레스는 리차드 퀸(Richard Quinn).
GIRLBOY 유기농 면,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100% 지속 가능한 원단을 사용하며 불필요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모든 원단을 뉴욕에서 구매한다. 사선 패턴의 울 코트와 ‘GB’ 로고가 돋보이는 블랙 후드, 블랙 울 팬츠는 걸보이(Girlboy).
ZERO+MARIA CORNEJO 지난해 9월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는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리스타일’ 컬렉션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R&D 센터에서 버려지는 가죽으로 컬렉션을 완성한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 외에도 코르네호는 친환경 패션을 선보이기 위해 오래 노력해왔다. 재활용 캐시미어, 유기농 면, 친환경 폴리에스테르 등의 소재를 적극 사용했다. 최대한 자연을 아끼는 방식으로 완성하는 염색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부드러운 실크 드레스는 제로+마리아 코르네호(Zero+Maria Cornejo).
RENTRAYAGE 아프리카산 패션을 고집하던 브랜드 수노(Suno)를 이끌던 디자이너 에린 비티(Erin Beatty)가 새로 시작한 브랜드. 빈티지 아이템을 해체해 새 아이템으로 탄생시키는 것이 컨셉이다. 빈티지 드레스 세 벌을 뜯어 완성한 드레스, 패턴을 변형한 블레이저와 트렌치, 레이스와 리본을 더한 밀리터리 재킷과 카고 팬츠 등이 대표적이다. 빈티지 드레스를 패치워크한 플라워 드레스는 렌트라야지(Rentrayage).
MARINE SERRE 파리에 새로운 에너지를 주입하는 디자이너 마린 세르. 그녀의 컬렉션 중 약 50%는 업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한다. 나머지 소재도 대부분 프랑스의 소재 공장에서 구한다. 빈티지 단추와 레이스 역시 그녀가 선호하는 디자인. 가장 선동적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이너가 이토록 지속 가능성에 깊이 빠져 있다는 건 패션계의 희망이다. 빈티지 단추와 소재로 완성한 미니드레스와 데님 부츠는 마린 세르(Marine Serre).
GABRIELA HEARST 우루과이의 목장에서 태어난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아름다운 자연이 선사한 선물과 함께 자랐다. 지금도 그녀는 600명이 넘는 우루과이 여성이 만드는 제품을 선보인다. 최고급 니트와 코트 중 25% 이상은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한 것이고, 오는 4월까지 모든 포장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 이스라엘 TIPA사와 협업 중이다. 앤슬리가 입은 성글게 짠 니트 드레스는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CDLM 뉴욕 브랜드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Creatures of the Wind)의 듀오 중 한 명인 크리스 피터스(Chris Peters)가 시작한 브랜드, CDLM. 파트너인 셰인 개비어(Shane Gabier) 역시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다. 브랜드의 시작은 업사이클링. 이미 존재하는 빈티지와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패션이 나아갈 방향을 깊이 고민한다. 캐주얼하고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좀더 윤리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인 셈이다. 울 소재 베스트 재킷과 미디스커트는 CDLM.
ECKHAUS LATTA 상업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 브랜드 에카우스 라타. 디자인 듀오인 마이크 에카우스(Mike Eckhaus)와 조이 라타(Zoe Latta)는 90%에 가까운 소재를 모두 버려진 것으로 재활용한다. 그리고 ‘재활용 브랜드’라 부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쓸모없는 원단을 모아 그들만의 감각을 더해 완성한다. 상체부터 이어지는 절개선이 독특한 니트 드레스는 에카우스 라타(Eckhaus Latta).
RONALD VAN DER KEMP 6년 전 꾸뛰르 라벨을 시작한 로날드 반 데르 켐프는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하는 걸 우선시한다. 소량의 원단을 구하기 때문에 대량생산 대신 소수의 고객들만 상대한다. 암스테르담의 아틀리에에서 제작하는 컬렉션 중 98%는 재활용 소재다. 빈티지 소재를 자르고 뒤집은 후 다시 튜브 형태로 제작한 프린지 드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함 속에 숨은 지속 가능성이 인상적이다. 프린지 드레스는 로날드 반 데르 켐프(Ronald van der Kemp).
STELLA McCARTNEY 동물성 소재를 배제한 선구적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스텔라 맥카트니는 이제 재료를 구하고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까지 투명하게 바꾸기 위한 ‘순환 시스템’을 공표했다. 남은 소재를 재활용한 캐시미어를 사용하고, 철저하게 관리된 스웨덴의 숲에서 생산한 비스코스만 고집하고,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로 인조가죽 제품을 생산한다. 올봄 컬렉션의 모든 제품 중 75%가량이 친환경 소재일 만큼 맥카트니의 패션 세상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전 그 자체다. 레오퍼드 패턴의 인조 모피 코트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ALTUZARRA 대규모 생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독립 디자이너가 지속 가능성을 논하기란 쉽지 않다. 조셉 알투자라는 자기만의 우주에서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2020년 크루즈 컬렉션의 드레스를 공장에서 남은 소재를 활용해 패치워크 방식으로 완성하는 식이다. 자주색 스웨이드 코트와 패치워크 드레스는 알투자라(Altuzarra).
PRADA 최근 프라다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매장을 친환경 시스템으로 변경하는 건 물론, 자원 활용 방법과 폐기물 관리까지 모두 포함한다. 2021년까지 모든 나일론 제품을 재활용 나일론 ‘에코닐(Econyl)’로 대체할 거라고 선언했다. 스타일과 친환경 비즈니스를 모두 놓치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의 행보는 계속된다. 화이트 코튼 톱과 스커트, 스카프는 프라다(Pr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