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화장품 시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아이돌보다 SNS 세상 속 셀럽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 그들의 종착지 중 하나로 ‘뷰티 마켓’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뷰티 제품을 홍보하는 건 기본이고 본인의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를 직접 판매하죠. 하지만 성분이 조금씩 다를 뿐, 외양도 효과도 비슷비슷합니다. 아이디어가 경쟁력으로 통하던 K-뷰티의 모습과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한국의 독특한 SNS 뷰티 생태계에 대해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박초희 교수는 “타사 제품을 모방한 제형과 성분에 그럴듯한 포장과 인스타그램 스타를 앞세워 새로운 제품인 양 판매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이를 부추긴 건, 역설적이게도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조업자 표기 의무 규정’과 한국 뷰티 제조업계의 기술력입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 제조업체명을 화장품 뒤에 명시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론칭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대한 충분한 연구나 조사 없이 바로 ODM(제조자 개발 생산) 또는 OEM(주문자 위탁 생산)사로 가서 ‘A 브랜드와 유사하게 만들어달라’ 요구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수일 내에 공급업체로부터 유사한 제품을 받을 수 있고요.”
한국 대표 ODM 업체인 한국콜마의 2018년 연 매출이 1조3,814억원으로 전년 대비 68.1% 증가해 영업이익만 825억원을 냈고, 코스맥스 또한 2018년 매출이 42% 증가해 57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습니다. 씁쓸한 현실은 ODM, OEM사 매출이 급성장하는 반면 국내 유수의 화장품 브랜드는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 개인 사업자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까지 ODM, OEM사와 계약해 ‘미투 제품’을 양산하기 때문에 토종 K-뷰티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연성대 뷰티스타일리스트학과 이은주 교수도 셀럽 뷰티의 어두운 현실을 지적합니다. “10년 전 조사에 따르면 화장품 원가에 연구 개발비는 고작 1.8%를 차지해요. 이마저도 제로에 가까운 ‘속 빈 강정’도 수두룩하고요. 연구 개발비가 줄어든 대신 셀럽 마케팅 활동비는 몇 배로 불어나고 있죠. 화장품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중요한 품목임에도 효과나 성분보다 인지도 있는 인플루언서가 만든 제품이 각광받는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어요.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소비자들의 안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높은 수준의 뷰티 식견을 갖추고 있지만 화장품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하듯 얼리 어답터의 자세로 화장품을 향유하기에는 안전장치도 부족합니다. 이은주 교수의 조언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는 거죠. ‘You are what you eat’이란 말처럼 당신이 바르는 것이 곧 피부를 만듭니다. 최소한 내가 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정도는 고민하는 소비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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