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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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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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주요 가치가 있다. 뷰티 생태계는 ‘지속 가능’에 집중했다.

BE NATURAL
폐기물을 줄이는 일이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져선 안 된다. 그것은 늘, 언제까지나 지구를 위한 긍정적인 일이니까. 에코 럭셔리를 지향하는 스페인 뷰티 브랜드 아유나의 한정판 크림 ‘테라’는 흙으로 빚은 세라믹 패키지가 고요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내포한다.

“쓸데없고 불필요한 물건이에요. 심지어 플라스틱 포장지에 담겨 판매되죠.” 미국 환경 운동가 로렌 싱어는 시트 마스크를 ‘쓰레기’라 칭한다(공교롭게도 ‘Sheet’의 발음 기호는 비속어 ‘Shit’와 동일하다). 누군가는 화장품에 지나친 비약이라 코웃음 칠지 모르나,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 온갖 환경오염 대책이 연일 뉴스에서 회자되는 걸 보면 그녀가 왜 이런 생각을 갖는지 알 듯하다. 2018년, 세계 대도시는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했다.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을 촉구할 무렵, 환경 단체 ‘멸종 저항’은 런던 패션 위크에서 시위를 벌였다. 패션 브랜드가 하나둘 탄소 중립 실천을 공약하는 시점에 뷰티 생태계는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클린 뷰티’가 떠오르면서 많은 브랜드에서 ‘지속 가능’ 뷰티 문화를 정립하고자 여러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 포장만큼은 여전히 골칫거리 겸 고민거리다.

EASY REMOVABLE
양심적 소비자로 점프하고 싶다면 이를 위한 ‘착한’ 도구가 필요하다.
재활용 가능한 패키지는 기본, 손으로 라벨을 쉽게 떼어낼 수 있어 분리배출의 편의를 더한 이솝과 프리메라, 아베다와 마이 클라랑스.
이들 제품은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 피부 외에는 지구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분해될 것이다.

친환경 브랜드를 소개하는 큐레이팅 사이트 ‘메이드 위드 리스펙트(Made With Respect)’ 설립자 수잔 스티븐스는 미국 <보그> 인터뷰에서 “클렌징 티슈나 시트형 마스크 팩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화장품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시트형 마스크 팩을 뜯어보면 제품이 담긴 파우치, 마스크 시트, 하물며 시트 자체에 플라스틱 필름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시트 마스크가 담긴 파우치는 대부분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혼합해 제작한다. 재활용 불가한 소재란 뜻이다. 환경 운동가 대부분은 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그렇듯 포장지에 담긴 빳빳한 플라스틱 시트 역시 재활용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발생한 쓰레기는 매립지로 가면 그나마 다행. 최악의 경우 바다로 유입된다. 우아한 자태로 1일 1팩을 즐기는 고작 20분 남짓한 시간. 그 짧은 순간 대재앙이 시작되는 것이다.

REDUCE, REUSE, REFUSE,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줄이고 물건을 재사용하는 것.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거부하기’다. 다시 말해 애초에 그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톤28의 페이스 & 핸드 크림, 시오리스의 시트 마스크, 닥터텅스의 치실은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 패키지로 이뤄진다.

익히 들어왔듯 하나의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아주 서서히 유해한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분해되는데, 이러한 5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은 또 다른 독성 물질 및 발암성 화학물질을 사용해 재가공된다. 이미 물과 공기,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이 연구에 의해 증명되었음은 물론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침투해 초래하는 잠재적 건강 문제뿐 아니라, 분해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 또한 우려해야 한다. 메탄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이는 결국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니 말이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SUSTAINABLE PLAN
플라스틱 폐기물은 오늘날 가장 심각한 글로벌 환경 이슈다.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주방이지만 플라스틱 용기가 즐비한 욕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벨레다는 지속 가능한 포장재로 환경보호에 앞장선다. 유리병에 담긴 ‘씨벅쏜 리플레니싱 바디 오일’과 ‘와일드로즈 7일 앰플’이 그 증거다.

지난해 여름, 나는 로스앤젤레스 출장에서 ‘시드 피토뉴트리언트’를 발견했다. 2018년 론칭한 이 제품은 로레알의 첫 니치 브랜드로 뷰티 월드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전 제품 모두 현지 생산된 천연 원료만 쓰며, 재활용 및 퇴비화가 가능하고 종이 기반인 패키지로 이뤄진다. 혁신적 재활용 캠페인을 실천하는 글로벌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과 파트너십을 통해 여러 소재가 혼합된 펌프형 디스펜서를 비롯해 제품 용기의 면면을 남김없이 재활용한다.

LESSPLASTIC
환경을 고려한 리필 파우치로 이미 환경보호에 앞장선 프랑스 뷰티 브랜드 ‘록시땅’은 보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분야 혁신 기업 ‘루프 인더스트리스’와 협업이다.
라 부쉬 루주, 입생로랑 뷰티, 르 라보 역시 환경을 고려한 리필 시스템을 적용해 플라스틱 오남용을 최소화한다.

‘폐기물 제로’란 유의미한 목표 아래 전례 없는 변화를 시도한 뷰티 브랜드의 진가가 더없이 반짝이고 있다. 거창할 필요 없다. 화장대 위 무분별하게 흩어진 일회용 쓰레기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뷰티 아이디어 하나면 충분하다.

    뷰티 디렉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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