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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주요 가치가 있다. 뷰티 생태계는 ‘지속 가능’에 집중했다.
“쓸데없고 불필요한 물건이에요. 심지어 플라스틱 포장지에 담겨 판매되죠.” 미국 환경 운동가 로렌 싱어는 시트 마스크를 ‘쓰레기’라 칭한다(공교롭게도 ‘Sheet’의 발음 기호는 비속어 ‘Shit’와 동일하다). 누군가는 화장품에 지나친 비약이라 코웃음 칠지 모르나,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 온갖 환경오염 대책이 연일 뉴스에서 회자되는 걸 보면 그녀가 왜 이런 생각을 갖는지 알 듯하다. 2018년, 세계 대도시는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했다.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을 촉구할 무렵, 환경 단체 ‘멸종 저항’은 런던 패션 위크에서 시위를 벌였다. 패션 브랜드가 하나둘 탄소 중립 실천을 공약하는 시점에 뷰티 생태계는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클린 뷰티’가 떠오르면서 많은 브랜드에서 ‘지속 가능’ 뷰티 문화를 정립하고자 여러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회용 포장만큼은 여전히 골칫거리 겸 고민거리다.
친환경 브랜드를 소개하는 큐레이팅 사이트 ‘메이드 위드 리스펙트(Made With Respect)’ 설립자 수잔 스티븐스는 미국 <보그> 인터뷰에서 “클렌징 티슈나 시트형 마스크 팩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화장품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시트형 마스크 팩을 뜯어보면 제품이 담긴 파우치, 마스크 시트, 하물며 시트 자체에 플라스틱 필름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시트 마스크가 담긴 파우치는 대부분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혼합해 제작한다. 재활용 불가한 소재란 뜻이다. 환경 운동가 대부분은 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그렇듯 포장지에 담긴 빳빳한 플라스틱 시트 역시 재활용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발생한 쓰레기는 매립지로 가면 그나마 다행. 최악의 경우 바다로 유입된다. 우아한 자태로 1일 1팩을 즐기는 고작 20분 남짓한 시간. 그 짧은 순간 대재앙이 시작되는 것이다.
익히 들어왔듯 하나의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아주 서서히 유해한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분해되는데, 이러한 5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은 또 다른 독성 물질 및 발암성 화학물질을 사용해 재가공된다. 이미 물과 공기,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이 연구에 의해 증명되었음은 물론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침투해 초래하는 잠재적 건강 문제뿐 아니라, 분해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 또한 우려해야 한다. 메탄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이는 결국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니 말이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해 여름, 나는 로스앤젤레스 출장에서 ‘시드 피토뉴트리언트’를 발견했다. 2018년 론칭한 이 제품은 로레알의 첫 니치 브랜드로 뷰티 월드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전 제품 모두 현지 생산된 천연 원료만 쓰며, 재활용 및 퇴비화가 가능하고 종이 기반인 패키지로 이뤄진다. 혁신적 재활용 캠페인을 실천하는 글로벌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과 파트너십을 통해 여러 소재가 혼합된 펌프형 디스펜서를 비롯해 제품 용기의 면면을 남김없이 재활용한다.
‘폐기물 제로’란 유의미한 목표 아래 전례 없는 변화를 시도한 뷰티 브랜드의 진가가 더없이 반짝이고 있다. 거창할 필요 없다. 화장대 위 무분별하게 흩어진 일회용 쓰레기를 대체할 ‘지속 가능’한 뷰티 아이디어 하나면 충분하다.
- 뷰티 디렉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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