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Big Emma
서른 살에 이른 배우 겸 활동가 엠마 왓슨이 <작은 아씨들>로 찾아왔다.
현실의 변화를 이끌고자 목소리를 높이며 아역 스타덤을 초월한 그만의 특별한 삶.
엠마 왓슨(Emma Watson)과 나는 사보이 호텔의 로열 스위트에 놓인 안락한 소파에 무릎을 맞대고 앉아 있었다.
10분 전 그녀는 자매처럼 나를 포옹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우리 두 사람이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함께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우리는 방에서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달라고 부탁했기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시스턴트와 스타일리스트, 맨틀피스 위에 놓인 앤티크 브론즈 큐피드상처럼 차분하고 조용히 카메라로 우리를 촬영하며 불빛 뒤쪽에 숨은 스태프까지 10여 명 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엠마는 그 상황을 받아들인 듯했다. 거의 평생 동안 관찰의 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왓슨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이 된 이야기는 아주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아홉 살에 학교 체육관에 모인 배우 지망생 중 발탁되어 삶을 영원히 바꿔놓을 영화 한 편에 출연했다. “그런 일이 제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믿기지 않을 만한 일이었죠.” 그녀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고 존재함으로써 생겨난 일을 언급하며 금방 알아챌 만한 사립학교 출신다운 영어 악센트로 말했다. 거의 2시간 동안 이어진 우리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투를 여러 번 접할 수 있었다.
20년 후, 그 아역 스타는 세계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 배우이자 인정받는 활동가가 되었다. 최근 들어 자신의 명성과 전 세계 팬들을 활용해 성 불평등에서부터 지속 가능한 패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힘을 지닌 여성으로서 자신을 재정비하고 있다. 윤리적인 옷 입기 옹호에서는 개척자나 다름없다. 그리고 ‘Good On You’의 열렬한 지지자다. 윤리적으로 생산한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캠페인이다. 그녀는 환경적 영향을 바탕으로 하는 옷의 지속 가능성을 체크하기 위해 생산 방법을 기준으로 각 브랜드를 평가하는 앱을 사용한다. <보그> 팀도 그것을 사용해 런던 부시파크에서 진행한 이번 촬영에 필요한 의상을 모두 공수했다.
왓슨은 성 불평등에 관한 대화에 남성을 포함시키는 이니셔티브인 ‘HeForShe’를 론칭하면서 2014년 UN 양성평등 홍보대사로 임명되었다. #미투와 관련해 성적 학대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2017년에 100만 파운드를 기부했다. 2018년 여름에는 그런 취지를 위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법률 상담 라인을 설치했다. “많은 곳에서 활동하는 배우임에도 ‘정치와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요.” 그녀가 활동가로서 자신의 일에 대해 말했다. “더 이상 그건 아니다 싶은 거죠.”
계절이 바뀌어감에 따라 그녀에게 사색적이고 솔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알렉산더 맥퀸의 화이트 스티치 오버사이즈 블랙 셔츠를 입고 있었다. 웨이브가 들어간 밤색 머리칼이 20대 초반에 선보인 픽시 크롭트 스타일보다 한참 길었다. 인터뷰는 그녀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했고, 친절했으며, 뭔가 감상적으로 느껴질 때면 내 무릎을 꽉 잡았다.
사실 우리는 2017년 활동가를 위한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그곳에서 그녀는 사회 각 계층의 캠페인 활동가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배우려는 간절한 열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이자 활동가인 나의 경험에 대해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녀의 공감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라는 직업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놓이는 것이니, 공감을 더 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굉장히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와 연결 고리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에 찬사가 저절로 나왔다. 또 매우 숙고하고 주의를 기울인 채 할 말을 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니까 ‘나 지난밤에도 잠을 못 잤어’라며 속엣말을 나누는 사람들과 연결 고리를 이어가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을 집결시키는 것이 지난 6개월 동안 제게 큰 위안이 되었죠.”
그녀에게 위안을 주는 또 다른 대상은 바로 연기다. 왓슨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에서 마가렛 ‘멕’ 마치(Margaret ‘Meg’ March) 역할을 맡았다.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이 연출을 맡은 루이자 메이 알콧(Louisa May Alcott) 원작의 이 영화는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 로라 던, 메릴 스트립이 출연함으로써 아주 매력적인 작품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엠마에게 딱 맞는 것이다. 그녀가 몹시 사랑하는 것들, 즉 문학(왓슨이 만든 인터섹셔널 페미니스트 북 클럽 ‘Our Shared Shelf’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2만 명에 이른다), 영화, 여성적 경험의 탐구까지 이 영화 속에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왓슨은 자매들을 ‘작은 아씨들’로 성장하도록 독려하는 역대 멕 마치 가운데 가장 전통적인 면을 살려 연기했다. 멕이라는 인물이 자유로운 생각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평가받아왔음에도 그 역할의 선택이 흥미로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여성이 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루이자 메이 알콧에게는 실제로 여러 자매가 있었죠. 하지만 제 생각에 그녀 또한 멕 마치의 자매들에게도 자신의 일부를 어느 정도 투영시킨 것 같아요. 이 책은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고 설명해주는 좋은 문학적 장치라 생각해요. 우리는 그 한 가지 방법을 갖고 고군분투하고 있잖아요.”
그녀는 자신의 논지에 대해 더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멕이라는 등장인물이 보여준 페미니스트가 되는 방법은 선택을 내리는 것이에요. 그것은 결국 제게는 페미니즘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멕은 전업주부로서 엄마이자 아내가 되고 싶다는 선택을 했죠. 조에게는 결혼이란 징역형을 받는 것과 같죠. 그렇지만 멕은 이렇게 말하죠. ‘너도 알겠지만, 나는 그를 사랑해. 그리고 정말 행복해.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바야. 단지 내 꿈이 너의 것과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잖니.’”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나왔다. 엠마 왓슨의 꿈은 무엇일까? 올해 4월이면 서른 줄에 접어든다. 그녀는 2019년을 ‘힘들었던 해’로 표현했다. 이 나이에 자신의 인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두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왜 모두 서른 살이 되는 것에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그렇게 큰일도 아닌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제가 스물아홉 살이 되자 ‘오, 세상에, 너무 스트레스 쌓이고 불안해!’라고 말하게 되었어요. 그런 내용의 메시지가 갑자기 엄청나게 유입되었기 때문이라는,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자신이 꾸린 가정이나 남편 혹은 자녀 없이 서른 살이 되고 안정적 커리어를 쌓아놓지 않았다면 혹은 여전히 이런저런 일로 고민하고 있다면…” 그녀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심각할 정도의 불안감이 엄습하겠죠.”
왓슨 역시 이런 일을 걱정하는 것이 놀랍다면, 그 역시 위안이 된다. “‘나는 행복한 싱글이야’라는 달콤한 말을 절대 믿지 않았죠.” 그녀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이거 완전히 감언이설이야’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정말 ‘행복한 싱글’이 되었죠. 저는 그것을 ‘셀프 파트너 되기’라고 부르죠.”
그러나 그녀도 데이트를 한다. “딱 한 사람을 정하진 않았지만 데이트를 해요.”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명인 그녀가 쉽게 들통날 동네에서 어떻게 남자들을 만날까? “데이팅 앱 같은 것은 제겐 안 맞죠.” 그녀가 인정했다. 그래서 나는 ‘운 좋게도 걸리지 않았네요!’라고 말했다. “저는 그런 쪽으로는 굉장히 운이 좋아요. 대학에 다녔고 영화와 관계없이 데이트를 즐겼기에, 제 친구들이 저를 굉장히 능숙하게 대비시켜줄 수 있었거든요. 정말 잘해요. 그리고 제 절친들 중 몇몇이 데이트 상대이기도 했던 게 정말 좋았죠. 물론 잘되지는 않았지만.” 몹시 정서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상당히 인상 깊었다. “저는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왓슨이 인정했다. “그런데 결국은 가능하게 되었죠. 정말 근사해요!”
그것은 악명 높을 정도로 절제된, 그렇지 않은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상에 대한 특별한 통찰이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런던과 뉴욕을 오가며 시간을 나누어 보낸다고 말했다(‘유목민’으로서 그녀가 영구 주소를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 취미는 더 조용한 축에 속하는 듯했다. 독서를 즐긴다.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브라운대학과 옥스퍼드대학교 우스터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며 3년 동안 커리어와 교육에 균형적으로 집중했다. 요가 강사 자격증도 땄다. 흥미롭게도 자신처럼 널리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명상하는 곳에서 1년의 열흘 정도를 보낸다. 솔직히 그녀가 열흘이 아니라 10개월 동안 아무와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한들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매우 내성적으로 보이는 성향이지만, 그녀는 자신처럼 뭔가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그녀가 <작은 아씨들>을 촬영하면서 느낀 가장 큰 기쁨은 동료 배우 겸 활동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로라 던, 메릴 스트립과 함께 일하는 게 정말 좋았어요. 세 명 모두 <작은 아씨들> 촬영 전부터 알고 지냈죠. 활동가들을 위한 공간에서 만났거든요. 그래서 함께 일하기 전부터 특정 운동에 참여한 활동가로서 연대감과 결속력을 다지게 되었죠.”
그녀는 현재 인정받는 페미니스트 주창자다. 하지만 처음 성 문제에 대해 소리 높여 말하기 시작할 때는 ‘화이트 페미니스트’라고 비난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 때문에 다른 여성이 유색인이나 트랜스젠더 혹은 노동자 계층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고통과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며 비난받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특권이 지적받으면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적개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수준 높게 경청하며 배워나감으로써 대응했다. “‘화이트 페미니즘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더라고요. 저는 ‘헤이, 이런 것은 가볍게 참여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라고 말했죠.” 그녀는 흑인 페미니스트들이 쓴 것을 손에 집히는 대로 모조리 읽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던 여성을 세우는 데 자신의 플랫폼을 활용했다. 영국 미디어의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왓슨의 할리우드 친구들 몇몇도 그녀로부터 이런저런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왓슨은 또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든든한 지원자다. 그것은 그녀가 요즘 열심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상이다. 영국 언론이 트랜스젠더를 악마처럼 묘사하고,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전통적 페미니즘 사이에 갈등을 빚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사람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의 공중화장실 사용 허가로 ‘진짜’ 여성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정말 저를 화나게 만드는 생각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트랜스젠더 혹은 그런 친구를 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논의조차 되지 않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저희는 생사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왓슨은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과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을, 앞문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두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거리를 걸어 다닐 때 두려워요. 기차 탈 때도 마찬가지고.” 그녀가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차원의 두려움이죠. 제 안전이 위험에 처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만큼은 당신에게 크게 공감하죠.” 그녀는 또한 트랜스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트랜스젠더와 말해본 적조차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꼬집었다. 나 역시 그렇게 확신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두려워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해요. 그렇지만 다가가서 배워야죠.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그냥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을 하는 거예요.” 그녀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큰 영향력을 지니죠.”
왓슨의 어린 시절은 잘 기록되어 있다. 부모님은 변호사고, 그녀는 파리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5년간 살았다. 여섯 살에 옥스퍼드 드래곤 스쿨에 입학해 스테이지코치 시어터 아트(Stagecoach Theatre Arts) 분원에서 연기 수업을 들었다. 그녀는 <해리 포터>에 캐스팅되기 한참 전인 꼬마일 때부터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저는 상징적 인물을 연기했어요.” 그녀가 고심하며 말했다. “저도 이것을 알아요. 그녀는 저에게 상징적이니까요.” 그렇지만 엠마 왓슨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아니다. “저는 헤르미온느가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제 이름이 의미하게 된 그 인물이 아니죠.” 그녀가 자신의 명성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심지어 저와 정말 가까운 사람들도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반응하죠. ‘아니, 나도 네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이 필요해. 나도 너처럼 사람이라고. 너처럼 한낱 불안정한 사람에 지나지 않아. 네가 힘든 만큼 나도 힘들다고.’”
특이하게도 그녀는 자신이 처한 남다른 입장을 묘사하는 듯한 어색한 입맞춤에 관한 이야기를 굉장히 쾌활하게 전했다. “어떤 사람과 잘해보려는데, 뒤쪽에 놓인 텔레비전에 제가 나오고 있는 거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과 키스하고 있을 때 <해리 포터> 주제곡이 제 귀에 들리는 거죠. 그러면 저는 ‘저거 꺼버릴까? 그냥 무시해야 할까? 그가 이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나만 그것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일까? 어쩌면 그는 <해리 포터> 주제곡이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괜히 나 혼자 신경 쓰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죠.” 우리는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높은 인지도 때문에 생겨난 외로움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셀럽의 화려한 면을 즐기고 있을까? 사진 촬영을 즐길까? 레드 카펫에서는 어떨까? 무수한 파티는? “저에게 그것은 치유의 대상이에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가책을 느끼는 대상이기도 하고.” 그녀가 말했다. “‘왜 나일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이런 것을 더 많이 즐기고 원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저는 그런 것을 둘러싼 가책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웠어요. 마찬가지로 ‘나는 이것을 더 많이 즐겨야 해. 더 열광해야 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실제로 정말 노력해요. 모든 일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바람에 현기증이 나던 순간도 있었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죠.” 그녀는 그런 순간에 ‘내게도 자매가 있어. 나는 우리 가족에 속해 있어. 나는 완전한 존재이며 내게도 정체성이 있어. 그것은 정말 중요하고 공고하지. 나를 힘들게 하는 저것과 나는 어떤 관계도 없어’라고 생각하며 평화를 찾았다. 그녀는 심지어 부모님에게 ‘내가 아직도 엄마 아빠 딸이야?’라고 물어야 한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저기요, 어떨 때는 좀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며 속상해했고, 나는 그녀를 정말 꼬옥 안아주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뭘까? 물론 활동가로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 중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이 평범함과 매우 동떨어져 있음에도, 그녀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 위안을 느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도록 둘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제정신이고, 평범하고, 정상이죠. 저는 그것에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때로 모든 것을 보며 ‘다행히도 그 힘들게 하던 것의 반대쪽으로 나왔네’라고 여기죠.”
우리가 헤어지기 전, 나는 그녀에게 대체 우주(AU)에 20년 전 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오디션에서 뽑히지 않은 또 다른 엠마 왓슨이 있는지 물었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처럼요? 저 곧 서른 살이에요. 제가 <해리 포터>에 캐스팅된 게 아홉 살이에요. 심지어 예전 기억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도 않아요.” 그녀가 배우로 캐스팅되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명성을 얻었을지 궁금했다. “늘 시를 좋아했어요. 그렇게 연기하는 것도 좋아했죠. 제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어도 그런 일을 했을 것 같아요.” 차분한 여성으로 성장한 그녀가 대답했다.
- 글
- 패리스 리스(Paris Lees)
- 포토그래퍼
- 알라스데어 맥렐란(Alasdair Mclellan)
- 스타일리스트
- 포피 케인(Poppy Kain)
- 헤어
- 안토니 터너(Anthony Turner)
- 메이크업
- 린지 알렉산더(Lynsey Alexander)
- 네일
- 로레인 그리핀(Lorraine Griffin)
- 세트
- 앤디 힐맨(Andy Hillman)
- 프로덕션
- 홈스 프로덕션(Holmes Production)
- 로케이션
- 로열파크(Royal Pa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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