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바 재킷’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첫 번째 모델은 빠르게 걸어 나온 뒤 대담하게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했다. 재떨이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모든 관객이 자리를 고쳐 앉았다. 몇몇 옷이 똑같은 박자로 지나간 뒤 관객은 모두 디올이 ‘새로운 룩(New Look)’을 창조했음을 알았다. 우리는 패션의 혁명을 지켜보고 있음을 말이다.”
1947년 2월 12일 파리의 애비뉴 몽테뉴에 자리한 디올의 살롱을 찾은 미국 <보그> 기자 베티나 발라드(Bettina Ballard)는 당시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무슈 크리스찬 디올은 두 가지 새로운 실루엣을 선보였다. ‘코롤(Corolle)’은 얇은 허리에 아래로 넓게 퍼지는 스커트였으며, ‘에잇(Eight)’은 허리 라인을 좁히고 골반을 강조한 재킷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이른바 ‘뉴 룩’.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 이 스타일은 전후의 음울함이 채 사라지지 않은 세상에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도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아이템이 바로 ‘바 재킷(Bar Jacket)’. 무슈 디올이 단골이었던 파리 플라자 아테네 호텔의 바에서 그 아이디어를 따온 재킷은 무엇보다 독특한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약 4m에 가까운 아이보리 실크로 만든 조형적인 재킷에 힙라인에 패드를 더해 더욱 여성적인 라인을 완성한 재킷. 여기에 ‘코롤’ 스커트가 더해지자 디올의 ‘뉴 룩’이 탄생한 것.
지난 73년간 바 재킷은 다양한 진화를 거쳤다. 크리스찬 디올이 세상을 떠난 후 디올 하우스를 이끈 디자이너는 각자 자신만의 버전을 선보였다. 우아하고 건축적인 지안프랑코 페레부터 농염한 존 갈리아노, 현대적인 라프 시몬스, 그리고 여성의 시선을 더한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까지. 끊임없는 영감을 선사하는 패션 아이템의 역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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