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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틱톡 영상은 7억 뷰를 넘겼고 전 세계 팬들 역시 직접 출연한 챌린지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트렌드를 넘어 신드롬을 일으킨 지코를 힙합 평론가 김봉현이 만났다.
지코를 떠올리면 2010년대 초가 생각난 다. ‘힙하퍼’와 아이돌이 격렬하게 충돌하던 시절이었다. 힙합 팬들이 랩하는 아이돌을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당시 지코는 랩을 잘했다. 랩의 규칙과 코드를 이해했고 ‘스킬’로만 따지면 한국 래퍼 통틀어 최상급이었다. 다른 아이돌 래퍼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리더로, <쇼미더머니> 심사위원 프로듀서로, 그리고 자신의 레이블 KOZ를 세우기까지. 세월의 시험을 통과한 지코는 지금 정상에 있다. 힙합과 아이돌을 섞어 첫길을 개척했음은 물론이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지코가 발표한 싱글 ‘아무노래’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나이와 직업 불문, 모두가 인스타그램에 #아무노래챌린지(영어로는 #AnySongChallenge)를 올렸고 틱톡에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조회 수 7억을 돌파했다. 방송 출연 없이 지상파 3사 음악 방송 1위를 쟁취했다. 이 정도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스스로도 예상 못했을 초대형 성공이다. 원래는 힙합과 관련한 질문도 많이 준비했다. 하지만 지코와 대화가 깊어지며 그것들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무노래’와 함께 지코는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듯 보였다. 지코라는 아티스트에게 ‘아무노래’는 메가 히트 싱글을 넘는 어떤 존재가 되었다.
‘아무노래’의 탄생이 궁금하다. 지난해에 만들었다. 한창 잡념도 많고 피로하던 시기였다. 창작의 고통을 이번만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작업하다 보니 어느새 이 노래가 완성돼 있었다.
창작의 고통을 피했다고 지코 성격에 대충 만들었단 뜻은 아닐 거다. 그렇다. 음악을 만들 때면 늘 처음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구조가 있다. 원래는 그걸 바탕으로 계속 고민하며 여러 방법을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 떠오른 걸 그냥 믿었다.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완성했다.
그렇게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아무노래’가 정말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신드롬의 원인은 뭐라 생각하나? 완성도, 타이밍, 운. 이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사람들이 나의 결과물에 주목할 수 있는 타이밍에 노래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아무노래’의 성공에 틱톡(TikTok)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다운로드 수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앞지른 동영상 앱이다. 오늘날 노래가 성공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단순히 소리만으로 음악이 히트하긴 어려운 시대다. 요즘엔 오디오북도 출간되고 3D, 4D 상영관도 있다. 음악 역시 보다 다양한 감각을 충족시켜야 생명력이 생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음악이 오히려 뒷전이 됐다는 반응도 있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충분히 존중하고 납득이 된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음악을 소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노래’의 성공이 스스로에게도 미친 영향이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의 나는 메시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메시지가 없는 메시지를 담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활력을 주었다. 그걸 보며 많은 걸 느꼈다. 나와 음악 사이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던 격식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앞으로 더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가사에 담는 메시지란 결국 언어로 말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 말하는 건 언어 밖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언어가 아닌데 언어가 되는 느낌?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는 것도 하나의 메시지일 수 있으니까.
주변에 ‘#아무노래챌린지’를 안 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창작자가 직접 안무 포인트를 하나 알려준다면? 처음에 잔잔한 파트가 나오고 그 후에 터지는 파트가 나온다(“급한 대로 블루투스 켜” 가사 이후). 그 사이 간극을 얼마나 재치 있게 표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바로 지금이 지코라는 아티스트의 커리어에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것 같다. 사실 올해에 어떤 전환점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시작을 ‘아무노래’로 멋지게 할 수 있어 무척 좋다. 이 노래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더 좋은 노래로 보답하고 싶은 책임감도 생겼다.
어쩌면 <THINKING> 앨범 역시 ‘아무노래’와 엮어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전보다 더 부드러워지고 편해졌다는 느낌이다. 혹시 나이 먹는 것과 관계가 있을까. 맞다. 나는 20대 초부터 30대의 나를 계속 의식하면서 살았다. 아직 30대가 되진 않았지만 예전보다 인생을 더 많이 경험하지 않았나. 그래서인지 거침없던 내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때로 우유부단해졌다고 느낄 때도 있다. 30대가 눈앞에 다가오니 상상하던 것만큼 어른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30대가 되면 나 자신에서 빠져나와 나를 어른처럼 대하진 않을지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내년이 되면 또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20대 중반을 넘고부터 매년 느낌이 달라졌으니까.
지코뿐 아니라 크러쉬, 딘이 소속된 크루 팬시차일드(Fanxy Child)의 모든 멤버가 곧 30대다. 평소에도 92년생이라는 점을 가사에 많이 드러내왔는데, 92년생의 특징은 뭘까.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의 혜택을 동시에 받은 거다. 우린 아날로그도 알고 디지털도 안다. 그 장점을 전부 흡수한 세대다. 그게 굉장한 무기다.
패션은 지코라는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한 예로 굿즈 판매로 유명해진 래퍼 염따는 자신이 만든 티셔츠를 사는 사람은 자신의 음악을 사는 것과 같다고 했다. 따로 패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음악을 피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패션은 음악의 일부 혹은 내 기분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다. ‘음악과 패션 둘 사이는 정말 밀접하고 어느 것도 뺄 수 없어’라고 확실히 주장할 순 없다. 왜냐하면 패션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아티스트들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최근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 딥플로우, 팔로알토, 염따로 구성된 84년생 래퍼들은 ‘다모임(Damoim)’ 프로젝트를 통해 귀감이 되었다. 92년생 아티스트들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팬시차일드 크루와 연초에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야, 우리도 그런 걸 하게 될 수도 있잖아. 어떨 것 같아?” 정확히 누가 그런 말을 꺼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84년생 래퍼들에게 다모임이 있다면 92년생 아티스트들에겐 무엇이 있나? 우린 싸이월드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웃음)
지코는 한국 힙합에 갇힌 존재는 아니지만 한국 힙합의 분명한 일원이다. 당연히 나는 한국 힙합을 정말 좋아한다. 나의 태동이기도 했고.
그렇다면 한국 힙합에 책임감을 갖고 있나? 한국 힙합이라는 커다란 신을 이끌기에는 내가 너무 다양한 일을 한다. 하지만 힙합의 빅 팬으로서 힙합이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지속적으로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동력이 뭔지 끊임없이 찾고 실험할 준비는 늘 돼 있다. 일단 이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래퍼 제이 콜(J. Cole)은 언젠가 자기 자신을 미들 차일드(Middle Child)라고 했다. 형님 래퍼들과 어린 래퍼들 사이에 자리한 세대라는 거다. 지코도 혹시 한국 힙합의 미들 차일드인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영 블러드’였지만 이제 미들 차일드가 되어가고 있다. 힙합은 젊을수록 잘하고 또 멋있는 음악이라는 시선이 있다. 그런데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미들 차일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 같은 사람의 역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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