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 CC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두 개의 이니셜, GD와 CC의 재회.
2년 만에 샤넬 쇼를 찾은 지드래곤의 순간을 기록했다.
2년이라는 공백은 지드래곤의 팬과 패션계엔 20년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권지용이라는 이름으로 입대 후, 한국 패션계의 시계가 멈췄다는 농담이 돌 정도의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이렇듯 2년 전에 그가 끼친 영향력은 이토록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제대 직후 발표한 나이키 협업을 향해서는 “역시 GD”라는 찬사가 전 세계에서 터져 나왔다. 그의 이름 하나에 전 세계의 수집가와 리셀러들이 들썩였다. 스트리트 패션에서 자신의 힘을 증명했으니, 다음 차례는 하이패션이었다. 오랫동안 그와 함께했던 ‘곰신’ 샤넬은 지드래곤이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패션 수도 파리로 그를 초대했다. 그렇게 해서 지드래곤은 2년 6개월 만에 파리로 떠났고, <보그>는 늘 그렇듯 그의 곁에 함께했다.
지난 1월 21일 오후 12시. 2020년 봄/여름을 위한 샤넬 오뜨 꾸뛰르 컬렉션 쇼장이었던 그랑 팔레를 둘러싼 풍경은 2년 6개월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호텔에서부터 이어진 삼엄한 경호, 입구 앞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연호, 세계 각국 기자들의 관심까지 그야말로 30개월 전과 ‘복붙’이었다. GD 스타일로 샤넬을 재해석한 스타일 역시 그대로였다. 쇼장으로 향하기 바로 직전 호텔 방에서 하얀색 펜으로 데이지꽃과 샤넬의 더블 C 로고를 손수 그린 진주 장식 백, 자신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 배지로 장식한 크루즈 컬렉션의 푸르른 부클레 카디건 재킷, 색색의 끈으로 완성한 벨트와 로고 끈으로 묶은 로퍼까지. GD의 터치와 감각이 닿지 않은 아이템은 없었다고 보면 된다. 이제 그랑 팔레의 서쪽 셀러브리티 출입구. 앞에서 진을 친 채 환호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정원으로 변신한 패션쇼장으로 입장하는 그의 뒷모습에서는 특유의 거리낌 없이 당당한 태도가 느껴졌다.
지드래곤을 기다린 샤넬 하우스는 아시다시피 2년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칼 라거펠트의 세상이 문을 닫고,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가 다음 세상을 향해 문을 개방했다. 늘 새로운 것을 탐닉하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구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지드래곤에게도 샤넬의 엄청난 변화는 단연 흥미진진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한때 자신이 런웨이 퍼포먼스에 출연한 적도 있었던 오뜨 꾸뛰르(2015 F/W 꾸뛰르 쇼장에서 리타 오라, 줄리안 무어, 린코 키쿠치 등과 함께 카지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현장에서부터 변화의 공기를 감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오바진 수도원의 정원을 정확히 재현한 세트를 유심히 살피던 그의 눈빛은 첫 모델 비토리아 체레티가 트위드 수트를 입고 런웨이 중앙에 설치된 분수를 돌아 나오자 더 반짝였다. 오뜨 꾸뛰르만이 선사할 수 있는 환상을 비로소 지드래곤이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버지니 비아르의 인사와 함께 쇼가 끝나자마자 예상대로 지드래곤 주위가 인산인해가 되었다. 아시아 기자들은 물론, 유럽의 수많은 매체도 패션 프린스의 귀환을 환영하며 소감을 묻기 위해 그를 에워쌌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유명 인플루언서는 지드래곤의 주위를 계속 맴돌며 ‘인증샷’을 찍을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고, 아시아의 어느 잡지 편집장은 한국 기자를 붙들고 그의 본명인 ‘권지용’의 정확한 철자와 발음에 대해 문의했다. 이토록 즐거운 카오스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드래곤이 갑자기 런웨이 뒤쪽을 쳐다봤다. 버지니 비아르에게 첫 번째 축하 인사를 건네고 싶다는 신호였다. 그렇게 지드래곤이 하얀 천막 뒤로 사라지기 전, 샤넬 전속 비디오그래퍼가 자신의 스태프에게 간절하게 외쳤다. “그를 놓치지 마!” 여전히 지드래곤은 샤넬이 놓쳐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이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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