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오의 퍼플 재킷
편견을 뛰어넘고 자신의 영역에서 굳건하게 자리 잡은 할리우드 배우 산드라 오. 캐나다 한국계 이민 2세로 자라 배우가 된 그녀는 어느덧 할리우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죠.
산드라 오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로 존재감을 알리고 2006년 골든글로브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극 중 역할인 ‘크리스티나 양’은 금발의 백인 설정이었지만, 그녀를 놓치기 싫었던 제작진이 한국계로 설정을 바꿔 캐스팅했다는 후문도 있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던 그녀는 인생작을 만나게 됩니다. 첩보 드라마 <킬링 이브>가 그것이죠. 산드라 오는 <킬링 이브>의 주연을 맡아 활약하며 지난해 골든글로브 TV 시리즈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죠. 원작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젊고 초록색 눈동자에 갈색 머리 백인으로 묘사됐지만, 제작진은 산드라 오를 캐스팅하며 설정을 중년의 한국계 여성으로 바꾸었습니다.
“주인공은 더 이상 백인일 필요가 없고, 한국인일 수도, 흑인일 수도 있어요. 아직 한 번도 영웅 역할로 보이지 않은 누군가일 수 있죠. BBC 아메리카가 나를 이브로 캐스팅한 것 자체가 분명한 변화입니다.”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그녀가 최근 에미상 시상식에 특별한 의상으로 참석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에서 열린 제72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산드라 오는 <킬링 이브>로 TV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시상식에 보통 여배우들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기 마련인데요, 이날 산드라 오는 보라색 점퍼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점퍼의 왼쪽 가슴팍에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한글이 수놓여 있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흑인 인권 운동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한글로 표현한 겁니다. 또 점퍼의 가슴 부분에는 태극기의 4괘인 건곤감리 문양이, 팔 부분에는 무궁화가 수놓여 있고요. 팔에는 오색 노리개가 달려 있습니다. 네크라인은 한복 동정에서 영감을 얻어 둥근 칼라가 돋보이죠.
이 옷은 산드라 오의 지인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KORELIMITED’와 콜라보레이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점퍼를 뒤집으면 훈민정음이 안감에 곱게 새겨져 있습니다.
산드라 오는 이 옷을 디자인한 이유에 대해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관련한 시위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 한국계 미국인으로 흑인 공동체에 지지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종차별을 이겨내고 할리우드의 중심에 선 산드라 오.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도 꽤 힙하죠!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
- GettyImagesKorea, BBC America,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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