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포장마차촌이 생기다
팬데믹을 겪으며 달라진 뉴욕의 풍경. New York New Normal!
뉴욕의 ‘뉴 노멀(New Normal)’은 지하철에서부터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항상 사람으로 가득 차 있던 승차 칸은 한가롭고, 승객들은 동행인이 아니라면 붙어 앉지 않습니다. 언제나 대화를 나누는 소리로 가득하던 뉴욕 지하철이었는데 이제 그런 사운드도 추억이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을 미심쩍어하는 뉴욕커들은 전동 킥보드라 불리는 이스쿠터(E-Scooter)를 활용 중입니다. 지난여름부터 뉴욕 시내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의 도로 제한이 완화되었거든요. 1인 이동 수단을 총칭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Mobility)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뉴욕시가 전용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의 공원은 팬데믹 시기에 뉴욕커들에게 가장 소중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생일 파티를 비롯한 각종 모임이 센트럴 파크 잔디밭에서 진행됩니다. 자동차가 센트럴 파크를 종단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에 시민들은 넓은 도로에서 마음껏 조깅과 자전거 타기, 산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뉴욕의 여러 공간도 모두 문을 닫은 상황에서 공원에 나와 재즈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은 문화적 생기를 불어넣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센트럴 파크가 가족과 친구들의 소셜 라이프를 위한 공간이라면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정치와 예술의 거점이 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던 이 공원은 가을부터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중심이 되었고 운동을 지지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이나 수공예품을 팔고 있습니다. 정성껏 리폼한 의류를 가지고 나온 예비 패션 디자이너, 뉴욕을 기록하는 유튜버, 손수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하는 ‘더 스트레인저스 프로젝트(The Strangers Project)’ 등 다양한 활동이 공원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독특한 활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브라이언트 파크 스케이트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관광객이 적은 데다 인원 제한도 엄격하기 때문에 스케이트장은 유례없이 한산한 모습입니다.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스케이트를 타는 풍경 또한 ‘뉴 노멀’입니다. 공원 곳곳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선물 상점도 예년처럼 등장했지만 인파는 훨씬 줄었습니다.
뉴욕시의 극장은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예술 전용관은 온라인으로 영화를 배급하고 있습니다. 대표 독립영화 극장인 IFC도 문을 닫은 채로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진행 중입니다. 토요일이면 관객으로 붐비던 극장의 열기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뉴욕 식당가는 새로운 노천 문화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차장 혹은 도로를 외부 식당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모습의 아웃도어 다이닝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는 11월부터 내부 고객 제한이 50%로 완화되었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아웃도어 다이닝을 즐깁니다. 특히 32번가 한인타운은 골목 전체를 아웃도어 다이닝으로 구성해 마치 정겨운 포장마차촌 같은 향수 어린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멋진 아웃도어 인테리어 아이디어가 뉴욕 거리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습니다.
- 글, 사진
- 홍수경(영화 칼럼니스트)
- 에디터
-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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