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S BEAUTY
한국인 중 세계를 무대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톱 모델. 당대의 진정한 아이콘이자 미의 새 기준이 된 이름, 소라.
“멋진 모델, ‘진짜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세련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함께 일할 때 아주 프로페셔널하죠. 타고난 패션 취향도 훌륭하고요. 발산하는 에너지가 대단하고, 촬영할 때 카메라 앞에서의 움직임도 매우 노련해요. 옷은 물론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이해하는 능력 역시 탁월합니다. 한마디로 ‘찍는 재미’가 있는 모델이에요!”
세계적 뷰티 브랜드 ‘나스’ 창립자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랑수아 나스의 감탄처럼 최소라는 국제적인 패션 & 뷰티 브랜드의 뮤즈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2009년 데뷔한 낭랑 18세 소녀는 영특하게도 세계적인 모델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개척했다. 2014년 모나코에서 열린 루이 비통 크루즈 쇼에 발탁되며 말 그대로 인생 역전 드라마가 펼쳐진 그녀의 최근 커리어에 또 한 번의 진전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향력 있는 패션모델 랭킹 사이트 ‘모델스닷컴’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모델’로 선정된 것이다.
179cm의 키에 마르고 길쭉한 몸, 복슬복슬한 레오퍼드 패턴 코트를 입은 소라는 투박한 블랙 어글리 슈즈를 신고 터벅터벅 흔들리는 걸음으로 <보그> 촬영장에 나타났다.
오늘 촬영 내내 모니터 앞을 떠나지 않았어요. 이런 뷰티 촬영 정말 원했거든요.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세련되면서 모던한 접근을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자가 격리 중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달콤한 휴가를 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으면 잤으니까. 일하는 동안 이런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죠.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세계적인 슈퍼모델의 일상도 많은 게 달라졌겠죠? 팬데믹 이전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무엇보다 마스크 없는 삶이 간절할 뿐이에요.
외출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맨 처음 하는 일은 뭔가요? 20초간 손 씻기! 그럴 때마다 손목에 채워진 애플 워치가 ‘잘했어’라고 칭찬해주죠(웃음).
TV에서 ‘유퀴즈’ 출연 이후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아졌을 거예요. 그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마치자마자 곧장 해외 촬영을 다녀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 피부로 실감하는 변화는, 글쎄요…
인스타그램 ‘라방(라이브 방송)’을 보면 원래 이렇게 소통을 즐기나 싶을 만큼 오픈 마인드예요. 혈액형이 뭔가요? 아무리 A형이라고 말해도 모두가 B형으로 기억하는 A형이에요(웃음). 일하면서 성격이 좀 바뀌긴 했어요. 한때는 무대 위의 모습을 제 전부라고 생각할 만큼 소심했죠.
부디 이것만은 그만해줬으면 하는, 식상한 질문이 있나요? 다이어트 관련 문의요. 몇 번을 물어도 제 대답은 한결같죠. “보여주는 직업이 아닌 사람들에게, 건강하지 못한 다이어트는 스스로를 망치는 길이다.”
어릴 적 꿈을 기억하나요? 돌이켜보면 모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저에게 장래 희망이란 개념이 없었어요. 진로를 정하지 못하던 시기에는 더더욱 그랬죠. 그래서 꿈이 있는 친구들이 근사해 보였어요.
늦었지만 결혼 축하해요. 기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뭐랄까,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에요. 실제로 그런 말을 많이 들어요. 일을 시작한 후 일에만 매달려 지냈으니 일이 삶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일을 통해 인정받는 것만이 존재의 이유라고 믿었으니까요. 끝없이 갈망하고 갈구했어요. 넘어지면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며 걷고 또 걸었죠.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식상한 답변일지 몰라도 주문을 외웠어요. ‘나는 할 수 있어.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 보여줄 거야. 나는 더 잘할 수 있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어.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 내가 사랑하는 일을 못하게 된다면 그게 가장 큰 시련일 거야. 그러니 절대 쓰러지지 마.’ 그러다 남편을 만나 제 인생에 모델 최소라만 있는 게 아니라 한 인간, 여자 최소라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성취는 곧 행복, 이질적인 두 단어를 한 묶음으로 여겼을 거예요.
2019년에 나스와 협업한 <보그> 뷰티 북 커버 촬영 때 어느 유명 핫도그 체인점을 언급하며 미소 짓던 얼굴이 눈에 선하군요. 핫도그는 그 자체로 완벽하니까요! 튀김을 향한 제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죠. 미국식 핫도그는 ‘겉바속촉’을 절대 구현 못해요. 게다가 즉석에서 설탕을 뿌려 먹을 수도 없죠(웃음).
잘 먹는 만큼 잘 유지하는 소라의 데일리 루틴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요. 촬영 콜 타임 기준 4시간 전에 일어나 30분 스트레칭, 2시간 운동, 30분 스트레칭 코스로 워밍업해요. 그런 뒤 따듯한 차를 마시며 간단히 식사를 하죠.
한때 당신에게 거식증 의혹이 있었던 거 알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섭식 장애는 없었어요. 그렇게 보일 만큼 일을 사랑한 건 맞지만.
늘 자신감 넘치는 당신에게 콤플렉스라는 게 과연 있을까 싶군요. 저 혼자만 아는 단점은 물론 있었죠. 하지만 이제 제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경지에 올랐다고나 할까요.
거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딱히 외모에 대한 감상은 없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맘이 편하죠.
그럼에도 얼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어디일까요. 눈. 거울에 비친 두 눈을 보면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요.
슈퍼모델 최소라의 화장대는 어떤 풍경인가요? ‘하늘 아래 같은 빨강은 없다’는 뷰티 어록의 현실판이에요. 매일 다른 기분을 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립스틱이 가지런히 놓여 있죠.
당신의 뷰티 철학도 궁금하군요. 피부는 투자한 만큼 빛난다.
비행기를 많이 탈 텐데 기내에선 주로 뭘 하죠? 누군가는 모든 식사를 포기한 채 잠만 잔다더군요. 그게 바로 저예요(웃음). 탑승과 동시에 취침을 준비하고, 승무원이 기내식을 체크할 때면 착륙할 때 깨워달라고 부탁하죠.
자유분방한 ‘허쉬 컷’은 당신의 트레이드마크죠.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나요? 2014년 루이 비통 크루즈 쇼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요청으로 난생처음 어깨 길이로 잘랐어요. 이게 방아쇠가 되었는지 어느 날 문득 집에 있는 가위로 제 머리를 마구 잘랐죠. 찰나의 행위에서 나오는 펑키한 기분과 색다른 스타일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에이전시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저지르는 바람에 모두가 경악한 순간도 이젠 추억이군죠(웃음).
그렇게 해서 이제 ‘펑크’는 최소라와 동의어가 됐어요. 본격적으로 꾸미기 시작할 때부터 펑크 스타일링을 사랑했어요. 해외에서 일할 때부터라고 해야 옳겠군요. 제가 기분파여서 쇼핑은 날을 정하고 하기보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그때 사는 편이에요. 한때는 타투로 온몸을 뒤덮고 싶다 말할 만큼 푹 빠져 있었어요.
그 마음은 여전한가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여유가 있을 때 하나씩 채워나가야죠.
가장 마음에 드는 타투는? 목덜미와 등 사이의 장미 문신. 첫 타투이기도 하고, 남편과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기에 의미가 커요.
타임머신을 타고 해외 진출 첫 시즌으로 돌아가보죠. 그야말로 춥고 배고픈 시기를 버티게 해준 에너지는 무엇이었나요? 열정. 이제 와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해외 데뷔 후 몇 년간 모델비를 받지 못한 채 일했어요. 월세, 경비, 생활비 모든 게 빚이었던 시기도 있었죠. 일에 대한 애정 하나로 버텼어요. 시간이 지나 머리 아픈 일이 해결됐을 때 나를 위한 선물로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을 구입했죠(웃음).
그동안 경력을 쌓으며 습득한 캣워크 트릭이 있나요? 헤어, 메이크업, 의상, 음악 등 브랜드에서 주는 분위기를 그대로 흡수하기보다 제 방식대로 재해석해서 표현해요. 그건 꽤 효과적이죠.
언젠가 프랑수아 나스는 당신이 유쾌하고 화끈한, 즐길 줄 아는 ‘해피 걸’이라고 나에게 말했어요. 업계 최고들이 모인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그들은 성격상 돌려 말하는 것도 잘 못하고,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것도 용납 안 되죠.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별로 없고. 촬영 중에는 집중하고, 놀 때 역시 열심히 놀죠. 저에게 아이 같은 구석이 있는데 이마저도 좋게 봐주니 다행이죠(웃음).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 루이지와 이앙고를 비롯해 슈퍼 헤어 스타일리스트 유진 슐레이만 등 최고의 전문가들과 일해요. 그들이 최고일 수밖에 없는 ‘한 끗’ 차이는 뭘까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밀어붙이는 근성. 그들의 성공은 지독한 완벽주의에서 비롯되죠.
알다시피 천편일률적 미의 기준을 벗어나 ‘다양성’이 이슈예요. 다양성이라는 단어조차 필요 없는, 모두가 동등한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시대가 오길 원해요.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뭔가요? <포제션>. 이자벨 아자니의 소름 끼치는 연기에 감탄했어요.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맨 먼저 향하고 싶은 곳은? 프랑스 니스 해변에서 모래가 아닌 작은 돌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달에 갈 수 있다면 가져갈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이코베!
10년 후 소라는? 행복한 엄마.
- 뷰티 디렉터
- 이주현
- 패션 에디터
- 남현지
- 포토그래퍼
- 목정욱
- 모델
- 최소라(Sora Choi@The Youngbloods)
- 헤어
- 장혜연
- 메이크업
- 오가영
- 네일
- 최지숙(브러쉬라운지)
- 캐스팅
- 버트 마티로시안(Bert Martirosyan)
- 프로덕션
- 박인영(Inyoung Park@Visu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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