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알렉시 뒤마와의 대화
불완전한 시대에 무엇이 안전하고 완전하며 과연 무엇이 창조적일까.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는 명백한 결론을 알고 있다.
<보그>는 패션 비즈니스를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혁신가를 만나왔다. 우리가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줄 기록물, 즉 다양한 출처에서 확보한 정보에 근거한 사고방식에 대한 대중적 기록물을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혁신가 중 한 사람이 바로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다. 에르메스 설립자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의 6대손이자 현재 이 프랑스 기업의 아티스틱 디렉터다. 그의 자리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 사촌이자 에르메스 CEO 악셀 뒤마(Axel Dumas)와 더불어 피에르 알렉시에게는 두 가지 소명이 있다. 가업의 유산을 지키는 청지기 역할과 함께 에르메스의 수명을 지속시켜 미래에도 혈통을 확실히 잇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지난해 만났을 때 그는 이미 태도 변화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랫동안 진지하게 생각해왔으며 자신과 에르메스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고 대처할지 숙고하고 있었다.
매년 에르메스는 테마를 정합니다. ‘끊임없는 혁신(Innovation in the Making)’이 지난해 테마죠. 그것은 포스트 팬데믹 세상을 내다보는 당신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무엇보다 제가 ‘끊임없는 혁신’이라는 테마를 2017년에 선정한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분명 당시 저는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위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제가 그런 결정을 한 배경을 말하면, 순전히 숫자적인 것에 따랐을 뿐입니다. 제게 날카로운 통찰력이나 예지력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일하면서 시대의 리듬을 읽고 또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간과하는 것을 감지하려고 애쓰는 편이고요.
에르메스 2.0이라는 랜섬웨어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이기에 혁신에 대한 생각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죠. 그다음 패러다임의 어원을 찾았습니다. 그리스어 파라데이그마(Paradeigma)가 ‘변화’뿐 아니라 ‘예 또는 전형(Example)’도 뜻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논할 때, 그 말은 그저 비전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보이지 않지만 현재 요구되는 것에 대응하는 개선된 비전을 개발하는 그러한 전형이 될 수 있는 방법, 진보적인 방식으로 변화할 방법을 의미하죠. 당시 저는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에르메스 안에 있는 뭔가를 찬양해야 하죠. 애초부터 우리 가문의 전통에 내재된 걸 말이죠.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고객의 필요를 묻고, 늘 끊임없이 탐구하며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놀라게 만드는 본능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고객에게 유용할 만한 것 중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으로 회귀하게 되더라고요. 그 질문은 굉장히 단순하고 아주 기본적으로 보이죠. 그러나 우리 조상 중 한 분이 제1차 세계대전 후 스페인 독감이 돌고 나서 대단히 충격적인 시기에 던진 질문이죠.
그 시기 에밀 에르메스(Émile Hermès)와 그의 형제 아돌프 에르메스(Adolphe Hermès)는 고객이 더 이상 말을 타지 않고 자동차를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어요. 그때 이 기업은 단지 마구를 제조하고 있었죠. 아돌프는 회사 지분을 형제에게 매각했죠. 이 기업의 미래에 더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와 달리 에밀은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변화의 필요성만큼은 깨닫고 있었죠. 그래서 장인들에게 가서 “우리 고객에게 유용할 만한 것 중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우리는 여행 가방, 액세서리, 결국 패션에 이르는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 우리의 노하우를 접목해 완전히 새 시대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에르메스의 핵심은 그 당시와 다를 바 없어요. 바로 노하우죠. 그리고 거의 200년간 경험을 쌓아온 우리는 가죽 가공 기술과 관련한 전문 지식뿐 아니라 직물을 비롯한 수많은 다른 작업, 즉 전문 분야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꾸준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하죠. 재료를 빚는 능력에 맞서는 새 아이디어, 새로운 응용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우리의 능력을 확장해 그 재료를 탈바꿈시켜야 하죠.
앞으로 10년간 우리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어요. 실질적이며 심오한 변화가 분명해지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우리는 그런 장기적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피상적 비전에 그치고 말 테니까요. 그것은 한 시즌 혹은 단 1년간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되면 의미 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니까요. 그것은 우리의 모습을 심오하게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리고 2~3년 전에 처음으로 그런 필요성과 압박이 우리를 그렇게 하도록 이끈다는 느낌이 저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끊임없는 혁신’은 최종 산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입니다. 새로운 로켓을 쏘기 전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것과 같죠. 달로 날아가는 로켓 말입니다.
이처럼 새롭게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현재에는 독특해 보이는 조건을 내다보는 본능이 당신에게도 있나요? 에밀 에르메스가 자동차의 상용화를 생각한 것처럼 미래의 방향성을 내다보는 본능 같은 것 말이에요.
질문의 답변 중 상당수가 이미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으로 여긴다고 해야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답변을 밝히고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하죠. 20년간 저는 깊은 변화의 씨앗이 자라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오히려 이런 위기가 변화를 가속화한다고 말하곤 했죠. 심지어 이런 팬데믹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변화의 움직임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고 말이죠. 변화에 대한 굉장히 많은 압박이 전 세계에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변화를 유도하는 놀라운 요소 중 하나가 자연과 우리의 연관성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계속 진행 중이니까요. 그것은 인간에게 직면한 엄청난 도전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그것을 알죠. 예술가나 건축가의 전기를 읽으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해요. 영감은 자연에 있죠. 자연은 모든 것을 공급하는 위대한 공급자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자연과는 별개로 위대한 문명을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 자신을 기만하는 거죠. 우리를 실제로 구성하는 것은 자연이니까요
2020년 우리는 다소 극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생각해내기 시작했어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죠.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팬데믹이 닥쳤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일까요? 과학자들이 그 가능성을 오랫동안 언급해왔잖아요. 우리는 그 가능성을 무시하면서 우리 자신을 속이고 기만하고 있었을 뿐이죠.
그렇지만 괜찮아요. 우리와 자연의 관계를 보세요. 자연과 더불어 일하는 것은 무엇보다 영광이죠.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자연은 늘 우리를 놀라게 하며, 우리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데 주목한다면 그것을 통해 항상 배울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입니다. 우리가 에르메스에서 하는 일을 생각하면, 제가 좋아하는 텍스타일 분야를 생각한다면, 저는 텍스타일과 더불어 일하는 것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죠. 우리를 인간성의 기원, 즉 출발점으로 되돌려놓아요. 우리 조상이 섬유를 짜고 보호막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위대한 지성의 징후였어요. 글쓰기와 같죠. 텍스트(Text)라는 단어도 있고 텍스타일(Textile)이라는 단어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 텍스타일이라는 단어에는 글쓰기와 디자인의 기원이 포함되어 있어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섬유를 사용하면서, 우리가 다시 탐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분야가 바로 오늘날의 텍스타일이에요. 재탐구와 재해석을 통해 앞으로 표준이 되고, ‘에코 신념(Eco-Conception)’이라 제가 부르는 이런 발상이 바탕이 된 재료를 재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날 우리는 자연과 어우러져 일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재료를 재사용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고쳐 써야 하죠. 우리는 자연이 준 재료와 장인 간의 관계를 찬양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단한 기술을 가질 수 있죠.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사고방식과 그 재료를 다루는 솜씨 사이의 대립에서 시작되죠. 그리고 이 재료의 위대한 제공자인 자연을 존중해야 하고, 자연과의 관계, 자연과의 거래에서 그 재료의 원천을 파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에코 신념’은 생태계를 뜻하는 에코시스템(Ecosystem)과 신념을 뜻하는 컨셉션(Conception)을 합쳐놓은 용어입니다. 생태계는 균형 감각이죠. 농사짓기와 같아요. 토지가 고갈되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잖아요. 예측하고, 휴식하고, 돌보아야 하죠. 그래야 균형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가질 겁니다. 우리 패션 산업이 제조 과정에 그런 개념을 포함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기는 해요.
또 다른 변화도 있어요. 이것은 필요에서 시작되죠. 우리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그 물건을 구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들은 그 물건이 왠지 자신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죠. 그런 물건은 유용할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오늘날에는 의미 있는 물건을 갖고자 하는 욕구도 있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충동적으로 뭔가를 사지 않죠. 그것이 왠지 자신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 물건을 사는 거죠. 즉 철학을 사는 겁니다. 유익하고 파괴적이지 않은 그런 것이죠. 그리고 제가 믿는 이 신념이 우리의 미학적 감각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미학은 실제로 인간으로서 당신이 지니는 감각의 총합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감각적 경험일 뿐 아니라 지적 경험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것은 만족입니다. 종교가 아니라 정신적 차원에서 깊은 영적 만족으로, 이는 당신이 사용하는 것 또는 소유하는 것이 그 미학적 변화를 활성화하는 전형이 된다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리적인 것이 결부된 새로운 상품은 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심지어 자연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하나요?
그런 제품은 당신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무엇을 하든 제 삶이나 제가 사랑하는 이의 삶, 제 이웃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느낌이 있죠. 이런 변화의 한 요인은 지금 우리 모두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금 겪는 변화는 실제로 1990년대 말 디지털 세상의 발전으로 잉태되었고 20년 후인 지금 온 세상이 실제로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는 여기저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선택할 때 그것이 영향력을 지닌다는 것을 조금 더 인지하게 하는 의식이 늘어난 거죠. 그리고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문명의 징후입니다. 이런 연결된 세상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혁명이 움텄다고 저는 말하곤 했죠. 우리가 공통적으로 더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면, 미리 경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무지는 더 이상 해로운 행동의 변명이 될 수 없군요.
저는 우리의 실수를 인지하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 과거에도 그랬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한, 정말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말이죠. 그렇지만 그 해결책은 구조적인 변화를 뜻하죠. 저는 우리 앞에 놓인 난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가 공통적으로 노력하는 새 세상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인간의 능력을 믿어요.
에르메스는 그런 세상에서 새 발의 피에 불과하죠. 그렇지만 저는 에르메스가 그 문제보다 해결하는 역할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해결해야 할 에르메스만의 문제가 없진 않아요. 그렇지만 에르메스에는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수많은 측면이 있다고 저는 오랫동안 확신해왔죠.
아마 누군가는 정교한 제품을 만드는 패션 하우스가 가장 혁신적인 곳이 되리라 기대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오늘날 혁신은 기술과 연결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지만 에르메스가 장인 기업이라는 이유가 에르메스의 혁신 불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긍정적 가치관이 있어요. 바로 ‘럭셔리 제품은 수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수차례 이야기한 거지만 사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제게 말씀하신 거죠.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수선에 관심을 두지 않던 1960~1970년대에 그렇게 말씀하셨죠. 오늘날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해요. 낭비하지 않게 되니까요. 제 가방이 잘 수선되어야 하고, 수선될 수 있고, 제 곁에서 오래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근사한 기분이 들잖아요.
그것은 세상에 부드러운 발자국을 남기는 느낌, 밝은 느낌을 주는군요.
맞아요. 저는 에르메스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Véronique Nichanian)의 작품이 좋아요. 단순한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30년간 그녀의 열렬한 팬이 되었죠. 수년간 그녀의 컬렉션 중 상당수 작품을 간직하고 있어요. 그 시대의 모든 것이 현시대의 것과 조화를 이루죠. 그래서 저는 그런 작품을 계속 쓰고 착용합니다. 유행에 뒤떨어진 느낌은 들지 않아요. 그녀가 늘 에르메스 남성복을 위해 새로운 표현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면서도, 전에 한 것을 폐기하기보다 더하기 때문이죠.
제 말 이해하겠어요? 저는 낭비와 관련된 발상, 유행에 맞거나 유행에 맞지 않는 뭔가에 대한 생각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은 구식 가치관이라 생각해요. 비효율적 가치관이죠.
그러나 타임리스, 즉 시간을 초월한 물건이나 옷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10년 후에도 당신이 만든 것이 매력적일지 아닐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스타일이라는 한 가지 차원에서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스타일이 노하우에 의해 구조화된 것이라면 시간을 초월한 뭔가를 지니게 되죠. 겉모습에 관한 것만 관련된 것은 아니니까요. 그 물건이 지닌 구조를 통해 그 제품의 모양까지도 나오죠. 그 제품을 만드는 방법 덕분입니다. 그리고 매우 경제적이고, 몹시 단순하고 솔직하며 정직한 뭔가가 있죠. 그런 정직함은 한물갈 리 없어요. 유행을 넘어서고, 늘 매력을 유지합니다. 흠잡을 데 없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을 갖고 있고 그것을 잘 관리한다면 영원히 지속되겠죠. 시간을 초월하는 거죠.
그래서 당신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는 ‘적게, 하지만 더 의미 있게 구매하기’를 앞으로의 방향으로 보고 있어요. 조금 더 사려 깊게 쇼핑하는 거죠. 정말 필요한 것, 오랫동안 지니고 싶은 것을 구매해야 합니다.
우리가 뭔가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앞에서 당신은 우리의 의식이 변화할 때 정신 상태 변화의 산물로서 심미적 변화가 이어질 거라고 말했죠. 당신은 앞으로 있을 미학 변화의 본질에 직감 같은 것을 갖고 있나요?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20세기에 미학을 이끈 것은 속도와 진보였죠.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것은 급속도와 컴퓨터로 이어졌습니다. 컴퓨터의 기반이 되는 발상은 빛의 속도입니다. 생텍쥐페리가 1930년대에 항공기의 미학이 어떻게 궁극적 미학이 되는지에 관한 멋진 글을 썼어요. 항공기의 미학은 대기를 가로지르며 이동하는 항공기의 효율성 증대만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는 1915년부터 1935년까지 항공기 디자인이 사각형에서 완벽한 곡선 형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했습니다. 그 미학은 여행하기, 대기를 날기, 더 효율적인 상태를 표현했기에 매우 만족스러웠죠
그러나 제 생각에 항공기의 추진력은 궁극적으로 위험한 것이었죠.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갔던 이카루스가 보여준, 고대 그리스인이 묘사한 휴브리스(Hubris), 즉 ‘자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런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 우리가 태양에 닿을 수 없다는 것, 우리가 그런 속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행성에 가하게 되는 충격과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죠.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을 파괴해야 한다는 그런 구식 사고방식을 통해 더 많은 효율성을 유지해야 한다면, ‘더 많은 효율성’이라는 말이 지니는 요점은 뭘까요?
그것은 50년 전에는 불분명했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우리는 한 물건을 의미 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임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20세기 미학에 담기지 않은 낯선 형태를 볼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비대칭과 불균형을 비롯한 ‘속도’ 개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이제 매력적일 수 있는 거죠. 제가 차를 타지 않게 만드는 전기 자전거 같은 것 말이죠. 전동 킥보드 아세요? 제가 1980년대에 모든 사람이 40년 후인 2020년에 거리에서 자그마한 전동 킥보드를 탄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저를 비웃었겠죠. <블레이드 러너>가 공개되었고,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닐 거라 믿던 시기였거든요. 하지만 자동차가 날아다니진 않을 거예요.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전동 킥보드를 타게 될 테니까요. 그것이 매력적인 대상이 되었죠. 그런 모습이 바로 현재 일어나고 있고 제 흥미를 사로잡는 미학적 변화입니다.
대위기 또한 변화의 큰 기회이고, 그런 위기 속에서 우리는 문제를 빠르게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파괴적이고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진지한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 중심은 바로 우리의 소명에 대한 큰 책임감입니다. 우리가 변화시키고, 바꿀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크래프트(Craft), 즉 장인 정신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실험실과 같을 수도 있기에, 우리를 좋아하는 고객과 사람들에게 우리가 새로운 미학을 도입할 수 있다는 걸, 그 미학이 세상을 향한 새로운 비전, 즉 새로운 철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 글
- Luke Leitch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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