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니(Ganni) 창립자 커플이 사는 집
위트 넘치는 북유럽 브랜드 가니(Ganni)를 이끄는 창립자 디테와 니콜라이 레프스트루프(Ditte & Nicolaj Reffstrup)의 집.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이들의 빌라는 아트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코펜하겐에 자리한 디테와 니콜라이 레프스트루프의 집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축구 테이블이었다. 두 번째는 예술가 로르 프루보스트(Laure Prouvost)의 젖꼭지를 형상화한 분수. 세 번째는 집의 중앙을 뱀처럼 휘감고 있는 글로시한 하늘색 계단이다. 컬러, 예술, 즐거움. 디테와 니콜라이가 운영하는 브랜드 가니의 3대 디자인 철학도 이들이 평생 살고 싶다고 말하는 집 인테리어와 일맥상통한다.
이들의 집은 공원과 녹지대가 많은 주택가 외스테르브로에 있다. 코펜하겐에서 가장 오래된 빌라촌에 이들의 생기 넘치는 집이 자리한다. “당시 건축가들은 그 지역의 공예를 아주 높이 평가했어요. 저희 집 역시 건축 당시의 벽돌을 그대로 노출했죠. 집을 지은 분들의 손재주에 초점을 맞춘 소박한 집이에요.” 니콜라이가 말했다.
대부분의 스칸디나비아 건물처럼, 이 집에도 최대한 많은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큰 창문과 유리문을 설치했다. “유럽 사람들 대부분은 외출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많은 돈을 쓰지만, 북유럽에서는 겨울 동안 집 안에서 워낙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집에 돈을 거의 다 쓴답니다.”
세 자녀(열 살인 베티 루, 여덟 살인 젠스 오토, 세 살배기 리타 소피)를 둔 이 커플은 5인 가족이 살기 좋은 집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집 외부는 노란색 벽돌에 초록 페인트를 칠했고, 내부에는 프로 수준의 컬러 센스를 발휘했다. “인테리어는 대부분 디테가 손수 한 거예요.” 니콜라이가 말했다. “그녀는 스칸디나비아 패션에 입체적이고 컬러풀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니’를 시작했거든요.”
집 내부 벽면은 다양한 톤과 깊이의 핑크, 블루 페인트로 칠했고(이들 커플은 패로우앤볼(Farrow&Ball)의 페인트를 특히 좋아한다), 바닥에는 인조석의 일종인 테라초나 컬러 타일이 깔려 있다. 르클린트(Le Klint) 램프와 토속적인 우븐 러그, 요제프 프랑크(Josef Frank)의 미드 센추리 보태니컬 프린트 패브릭 등 집 안 곳곳에는 신구를 넘나드는 덴마크 디자인 소품을 배치했다. “살고 있는 집은 우리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줘요. 우리가 가니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가장 잘 반영한 곳이라고 할 수 있죠.” 디테가 말했다. “새로운 것과 오래된 빈티지 소품을 잘 어우러지도록 섞는 것을 좋아해요. 이곳에는 플리 마켓에서 구매한 것도 제법 많답니다.”
이 커플은 보유한 가니의 주식 대부분을 매각한 후 1년 뒤인 2018년 이 집을 구입했다. 이들은 대규모 집들이 파티를 연 후 18개월간 집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집의 주요 뼈대는 건드리지 않은 채 바닥을 교체하고, 새로운 계단을 설치했으며,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방도 새로 증축했다. “이 집이 가진 이야기는 고수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더 큰 방을 만들겠다고 기존 벽을 무너뜨리지는 않았답니다”라고 디테가 말했다. 집을 개조한 후 이들은 예술 작품으로 집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수집해온 미술품과 가구 대부분은 우리와 관계가 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에요.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친구들의 작품을 구입하기를 즐길 뿐, 전문적인 미술품 수집가는 아니랍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닐지언정, 아름답고 재기 발랄한 것들을 볼 줄 아는 두 사람은 다섯 식구가 사는 이 집을 개성이 넘치는 재미있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었다. 복도 문 위의 채광창은 가니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아티스트 니나 뇌르고르(Nina Nørgaard)의 파스텔 톤 유리로 교체했다. 거실에는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의 영화 <님포매니악(Nymphomaniac)> 출연 배우들의 인물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카스페르 세예르센(Casper Sejersen)의 사진 작품 두 점과 덴마크 현대미술 작가 예페 헤인(Jeppe Hein)의 풍선 설치 작품, 그리고 태피스트리를 연상시키는 유화도 있다. “인테리어 매거진에서 엄청나게 깨끗하고 멋진 인테리어 사진을 자주 접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인테리어가 그저 차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인테리어 역시 제가 좋아하는 느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만든 부엌은 가족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한쪽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조리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프랑스 식당에서 영감을 받은, 래커를 칠한 마호가니 캐비닛이 있다. “부엌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곳이니까요”라고 디테가 말했다.
가니의 주식은 대부분 처분한 상태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가니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또한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기복이 아주 심했어요.” 디테가 말했다. “사업만 놓고 봤을 때는 너무 안타깝게도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이전보다 사람들과 더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이제는 먼저 시간을 내어 지인들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동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지내며 나아가려고 해요.”
이 커플은 친구들을 집에 자주 초대하곤 하는데, 다이닝 룸에 놓인 뵈르게 모겐센(Børge Mogensen)의 미드 센추리 테이블에 둘러앉아 친목을 도모한다. 이 테이블은 친구인 주얼리 디자이너 소피 빌레 브라헤(Sophie Bille Brahe)의 부모님이 소장하던 것을 중고로 구입한 것이다. “여러 면에서 상태가 엉망인 테이블이었지만, 덕분에 손상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요. 아이가 셋인 집에서는 이런 점이 얼마나 마음 편한 것인지 몰라요.” 니콜라이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테이블에는 덴마크 디자인 컴퍼니 헤이(Hay)에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구한 의자를 비롯해 스틸과 메시가 섞인 이탈리아산 의자 등 다양한 빈티지 의자가 놓여 있다. “이 방이 우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디테가 말했다. “손님들이 언제 와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길 원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컬러와 패브릭, 텍스처를 믹스하면서 너무 완벽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호스트가 자신의 집을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초대받은 게스트도 환영받는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거든요.”
- 글
- Julia Brenard
- 사진
- Enok Holsegå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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