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낭만 ‘비와 당신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손 편지를 쓴 게 언제였나요? 편지보다 이메일이, 문자와 메신저가 더 편해진 요즘. 서랍 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손 편지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줄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정성스레 한 글자씩 꾹꾹 눌러 편지를 쓰고 싶어질 거예요.
2003년, 삼수생 영호(강하늘)는 지난해 다녔던 입시 학원에 다시 다닙니다. 삼수를 하고 있지만 사실 목표와 꿈은 저만치 멀리 있죠. 영호는 어느 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초등학교 친구 소연에게 편지를 씁니다. 하지만 편지를 받은 사람은 아픈 언니를 돌보던 동생 소희(천우희)죠.
소희는 언니 대신 답장을 쓰며 몇 가지 규칙을 제안합니다.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영호와 소희의 무료한 삶에 작은 즐거움이 됩니다. 비 내리는 12월 31일에 만나자고 약속한 두 사람, 이 약속은 이뤄질까요?
영화는 느리지만 따듯하고 다정하죠. 그 시절 아날로그의 낭만도 가득합니다. 당시 혁신적이었던 가로본능 휴대전화와 빨간 우체통은 우리를 잠시 과거로 데려다놓습니다.
주인공들은 끝없이 기다립니다. 첫사랑과 다시 만나기를, 꿈을 찾기를. 하지만 기다림이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기다림은 일상을 버티고 살아가는 작은 힘이기 때문이죠.
이 영화에는 화려한 미장센이나 극적인 사건은 없습니다. 다만 서로 얼굴조차 모르지만, 편지 한 통으로 서로를 상상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두근거림이 담겨 있죠. 나의 진심을 담은 한 자 한 자가 상대에게 무사히 가닿으리라는 희망, 얼굴은 모르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작은 기대도요.
서로에게 도달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지난날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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