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트렌드를 이끈 바로 그 남자, 홀스턴
‘홀스턴’이 만든 옷은 미니멀했지만 그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새 시리즈 <Halston>의 주인공이자 디스코 시대의 트렌드를 이끈 이 남자에 대한 세 남자의 대화.
인디애나주에서 자란 로이 홀스턴 프로윅(Roy Halston Frowick)은 혜성처럼 떠오른 전설적인 디자이너이자 ‘스튜디오 54’로 대표되는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밤 문화가 주류를 이룬 시대를 주름잡던 세계적 유명 인사였다. 그렇지만 결국 마약과 잘못된 사업적 결정, 궁극적으로는 에이즈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 라이언 머피(Ryan Murphy)가 책임 제작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에서는 다니엘 미나한(Daniel Minahan)이 섬세한 디렉팅을 맡았고, 매력적인 배우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가 그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한다. <보그>의 해미시 보울스가 라이언 머피, 톰 포드와 함께 홀스턴과 그의 특별했던 시절, 최고의 디자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라이언, 홀스턴의 어떤 부분이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을 만큼 흥미로웠던 거죠? RM 저는 인디애나주에서 자랐습니다. 홀스턴도 그곳 출신이죠. 옥수수밭과 교회로 둘러싸인 곳이죠. 늘 그곳에서 벗어나 큰 인물이 된 두 사람, 그들의 매력적인 일에 대해 들었어요. 플로렌스 헨더슨(Florence Henderson)과 홀스턴입니다. 홀스턴은 마음속에서 늘 위대한 인물이었어요. 시작은 초라했으나 믿기지 않을 만큼 힘든 일을 해낸 대표적 인물이죠. 그를 보며 항상 감동을 받았습니다.
톰, 언제 처음으로 홀스턴과 그의 작품에 대해 알게 됐나요? TF 저 역시 비슷해요. 어릴 때 할머니가 늘 패션지 를 보셨죠. 당시엔 엄청난 잡지였죠. 그래서 열다섯 살 때부터 홀스턴에 대해 잘 알고 있었죠. 당시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죠. 울트라 스웨이드와 랩 드레스, 하트만(Hartmann) 여행 가방이 특히 유명했어요. 잊을 수 없는 것들이죠. 저는 1979년 여름에 뉴욕으로 이사했어요. 그리고 운 좋게 그 시대의 끝자락을 만끽할 수 있었답니다. RM 톰, 스튜디오 54에서의 당신 사진을 실은 책이 저에게 있어요! TF 이런! 그 사진 속 제 모습은 도저히 못 봐주겠던데. 1920년대 스타일의 파티가 열릴 때였죠. 머리를 매끈하게 뒤로 넘기고 있어요. 사진 속 사람들을 모두 알았어요. 그렇지만 아주 친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긴 좀 그래요. 저는 귀여운 미소년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 초대되는 열여덟 살의 어설픈 소년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런 곳에서 홀스턴을 몇 번 만났어요. 그러다 보니 그의 집에도 가본 적 있죠. ‘사귄다’고 말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지만, 어쨌든 저는 앤디 워홀과 함께 일하던 프레드 휴즈(Fred Hughes)와 어울려 지냈죠. 그는 30대 중반이었고 저는 열여덟 살 때였을 거예요. 우리는 주기적으로 만나거나 함께 밤을 보내곤 했어요. 그 와중에 누군가를 픽업하려고 홀스턴의 집에 잠깐 들른 거예요. 그 집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세상에, 나도 딱 이렇게 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리고 그 집이 몇 년 전 매물로 나오자, 한 친구가 기사를 발췌해 보내주더군요. 홀스턴이 사망한 1990년, 지아니 아녤리(Gianni Agnelli)와 함께 독일 사진작가 귄터 작스(Gunter Sachs)가 그 집을 매입해 개조했어요(2019년 포드가 이스트 63번가의 그 집을 매입했다). 저는 꼭대기 층을 5번가 올림픽 타워(Olympic Tower)에 있었던 홀스턴의 사무실처럼 개조했습니다. 그는 정말이지 원하는 대로 맘껏 그곳을 꾸몄죠. 사방에 거울을 부착하고 전체적으로 빨강을 입혔어요. 소파는 물론 그곳에 놓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잘 압니다. 저는 구찌에서 일할 때부터 홀스턴의 소파와 의자를 따라 했어요. 지금 제 매장에서도 그렇고요. RM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우리는 그 사무실 완성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제가 홀스턴에 대해 감탄한 부분 중 하나였으니까요. 톰, 당신에게서도 그 부분에 감탄했고요. 주변 환경이 중요하죠.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고 사람들은 그 세상으로 초대받으니까요. 당신은 매장에서 그렇게 하고 있죠. 당신이 구찌 수석 디자이너로 일할 때, 저는 구찌 매장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있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당신의 능력에 홀딱 반하고 말았어요. 정말 섬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 거잖아요. 홀스턴도 그렇게 했고. 홀스턴과 똑같이 그 집을 꾸밀 건가요? TF 예, 거의 같을 거예요. 우리에게 오리지널 폴 루돌프(Paul Rudolph) 디자인의 가구가 있거든요. 저는 그 집이 박물관처럼 되는 걸 원치 않아요. 정말 근사한 집이에요. 제가 그 집을 갖게 되다니 정말 행운입니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죠. 너무 좋아요. 다시 감독님의 시리즈를 얘기하자면, 이완 맥그리거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완전 미스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죠. 믿기 힘들 만큼 찰떡같은 모습이더군요. RM 그가 유일한 선택지였어요. 이완이 홀스턴에 대해 알았던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비전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는 것뿐이었죠. 홀스턴은 자신을 직접 만들어간 사람이었어요. TF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다듬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저 역시 그렇게 제 자신을 만들어갔어요. 라이언과 해미시, 당신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 RM 저는 이완에게 “인디애나주 출신인데, 왜 그렇게 말하죠?”라는 말을 꽤 여러 번 했습니다. 그의 정서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밴 것이었죠. 이완이 그것을 이해했던 것 같아요. 이완은 정말 홀스턴의 고통과 갈망에 연결돼 있어요. 그리고 아티스트면서 사업가가 되는 게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도 잘 알고 있었죠.이를테면 뮤즈의 힘 같은 것에 대해서도 그랬고. TF 세상에, 드라마 속 엘사 페레티(Elsa Peretti, 레베카 다얀(Rebecca Dayan)이 역할을 맡았다)의 모습은 숨 막힐 정도였죠. 그 부분을 보며 시나리오가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패션에 관한 영화가 그런 것까지 포착하는진 모르니까요. 당신은 정말 ‘홀스턴이 어떤지, 조 율라(Joe Eula)와 조엘 슈마퍼(Joel Schumacher) 같은 측근들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있더군요. 측근들에 대한 묘사와 모두가 함께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홀스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거죠. 정말 훌륭히 잘해냈어요.
한 디자이너가 온전한 상태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당신이 직접 느낀 거죠, 톰? TF 물론이죠. 홀스턴의 첫 기성복 컬렉션은 성공하지 못했죠. 자신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자신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뮤지션이나 배우뿐 아니라 감독과 프로듀서, 작가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자신이 누군지, 자신이 말해야 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죠. 그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와 지금 우리가 같은 나이대인 거 알아요? 홀스턴은 당시 57세였던 것 같군요. 앤디 워홀은 58세였죠. 저는 곧 60세입니다. 그들은 오래 살진 못했어요. 홀스턴이 대단한 유명해진 것은 10년 정도에 불과해요.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가 그렇게 돌아가죠. 그리고 당신이 그 순간을 아주 잘 포착해냈죠. RM 우리는 1990년 그가 에이즈 때문에 죽은 것, 그 시대에 우리 곁을 떠난 너무도 많은 영웅과 인물에 대한 생각으로 마무리하죠. 그런 생각은 제 일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칩니다. TF 그것과 관련해 당신이 개인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대는 절대 그것을 이해 못하죠. 제가 아는 사람이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암’이라 불리던 1981년 초기에 그 병에 걸렸습니다. 제 남편 리처드와 저는 1986년부터 함께 지내고 있어요. 저희가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저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몇몇 친구를 병문안하러 갔죠. 리처드도 같은 처지의 친구를 보러 다른 병원으로 찾아가곤 했죠. 정말 잔혹했죠. 파티에 앉아 둘러보면, 한 친구가 조금 달라 보이곤 하죠. 딱 알아요. 실제로 그다음에 그를 보면 당연히 얼굴에 증상이 드러나죠. 당시 저와 리처드 둘 다 HIV 검사를 받았어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둘 다 결과를 기다리는데 리처드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에이즈에는 안 걸렸고 다행히 암에만 걸렸다고 소리 지르던 기억이 납니다. 4기 암이었어요. 리처드가 이렇게 말했죠. “오, 세상에, 4기 암만 걸렸대.” 그때만 해도 말기 암보다 에이즈가 훨씬 더 무서운 병이었으니까요. 현재 젊은 세대도 그것이 뭔지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방법이 없는 듯합니다. 요즘은 약을 먹으니 그 시절과 다르거든요. RM 홀스턴의 비극은 외롭게 죽어갔다는 사실이죠. 부끄러움 때문이었죠. 그는 가족과 함께 있었지만, 패션계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외면당한다고 느꼈죠.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한 행동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그는 롤스로이스 컨버터블을 구입해 기사가 운전하는 그 차에 올라타죠. 그리고 미국 서부 해안 도로를 달립니다. 늘 영감을 받으며 살던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영감을 컬렉션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는 그런 순간이었죠.
톰, 그때나 지금이나 홀스턴 시대의 어떤 것이 디자인 면에서 울림을 줬나요? TF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도 굉장히 촉각적이었다는 점에서 그 시대가 좋았어요. 홀스턴 드레스를 보세요. 겉에서 보면 매우 심플하죠. 그렇지만 뒤집어 입을 수 있게 디자인했어요. 앞에서 보면 똑같아 보이죠. 정말 아름답게 만들었어요. 1970년대 중반부터 말까지 그 시대에 탄생한 모든 것이 능률적이면서도 간결했어요. 그러면서도 정말 매력적이었죠. 대리석이나 유리 같은 촉감이거나 모피나 벨벳으로 제작했습니다. 정말 감각적이었고 또 야했죠. 깔끔해 보이기까지 했죠. 그런 미학이 현재 제 미학이기도 합니다. 그 시대 미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거든요. RM 제게도 많은 영향을 줬어요. 늘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죠. 어린 시절 저는 시어스(Sears) 백화점에서 구입한 식민지 시대풍 가구를 사용했죠. 그렇지만 홀스턴 스타일의 물건을 동경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삶의 한 방식이었고, 저는 홀스턴을 굉장히 흥미롭게 여겼거든요. 홀스턴의 창의성이 혼돈스럽긴 했지만 그의 환경은 잘 통제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양면적인 것의 혼합이 매우 매력적인 것 같아요. TF 음, 그 마약. 오늘날까지도 마약이 패션계에 침투해 있다는 것 아시나요? 저도 마약과 술 문제를 겪었어요. 구찌에서 일할 때, 그 브랜드는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고 우리는 매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죠. 제가 원하는 아주 작은 것까지 구미에 맞춰주더군요. 책상에는 늘 코카인이 있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대단해요!”라고 이야기했죠.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묘사한 그런 발작성 분노와 무뚝뚝함은 적어도 제 경험상으로는 정말 정확했어요. 홀스턴에게도 정확한 묘사였죠.
라이언, 정말 불굴의 정신을 발휘했더군요. 제가 듣기로 이 프로젝트를 25년간 준비했다던데. 처음 시작하던 시절처럼 이 불굴의 의지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RM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텔레비전도 엄청 바뀌었죠. 특히 스트리밍 세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나는 왜 이것을 보여줄 수 없지? 나는 왜 이것을 할 수 없지?’에 관한 기준이나 관행과 투쟁하면서 커리어의 절반을 보냈어요. 그것은 늘 섹스와 관련된 거였죠. 폭력과 절대 관계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약물 남용에 대한 묘사나 성적 취향에 관련해 한쪽에 치우친 어조는 아니었습니다. 그것들은 그 작품과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정확하다고 느껴지는 뭔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TF 섹스도 굉장히 길들여졌다고 느꼈죠. RM 그렇게 느꼈나요? TF 농담 반, 진담 반입니다. 스튜디오 54의 그 발코니가 기억나네요. 그곳에 올라가 섹스를 했죠. 빅토르(Victor, 지안 프랑코 로드리게스(Gian Franco Rodriguez)가 홀스턴의 애인이었던 빅토르 우고(Victor Hugo) 역을 맡았다)가 그곳에서 한 남자와 섹스를 하고 있었고 홀스턴이 그것을 올려다보는 장면을 촬영했더군요. 정말, 제대로예요. RM 그런 에피소드를 조사하다 보니 굉장히 흥미진진하더군요. 홀스턴이 압박감, 창작과 화려한 조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해방되기 위해 마약과 섹스를 했던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분명히 극적으로 만들었죠. 너무도 많은 창의적인 인물이 지나친 섹스, 지나친 마약이나 술, 지나친 압박감으로 번아웃되고 말죠. 그래서 저희는 그의 창의적 경험에 담긴 그런 부분을 살리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싶었죠. 빅토르 우고는 그 인생의 유일한 위대한 사랑이었죠.그래서 큰 관심이 가더라고요. 홀스턴은 빅토르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알릴 때까지 그 사랑이 로맨틱하게 흘러가게 하려고 애썼죠.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자 통제 불능의 성격이 되어버렸죠. 그는 정말 그 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었어요.
톰, 우리가 홀스턴과 그의 커리어, 그의 재능과 그의 실수로부터 배울 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TF 이 나라는 청교도인들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지나치게 많은 스타일을 늘 두려워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유럽에서 30년 동안 살았죠. 그곳의 감성은 완전히 달라요. 스타일에 대해 수용하는 자세도 다르죠. 미국의 감성이 약간 약해졌어요. 보석도 장신구도 타이도 거의 아무것도 없어요. 이것은 시대정신을 포착하고 적기를 찾아내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시 그 감성은 전 세계적으로 적절했죠. 홀스턴이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거예요. 저에겐 그래요. RM 홀스턴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던 인생의 시기가 있었나요? TF 아마 1990년대 중반이었을 거예요. 저는 여기저기 잘라낸 아주 심플한 화이트 드레스를 여러 벌 만들었어요. 몸에 붙는 그 드레스 때문에 부각된 것은 엘사 페레티 스타일의 장신구였죠. 그런데 저는 건축학교에 진학하고 말았죠. 독일 출신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역시 제 우상이었거든요. 홀스턴의 특징은 엄격한 미니멀리즘에 이른다는 겁니다. 그리고 1920년대와 1930년대 버전의 미니멀리즘에서 꼭 수반되지 않은 그 촉각적 우아함을 지닌다는 거죠. 저의 도회적 미학은 여전히 1970년대 스타일이에요. 정말 매력적이고 매끄럽고, 래커와 유리 촉감의 화려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이 저의 도회적 미학이죠. RM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열세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좋아했던 그 영향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죠. TF 그랬군요. 성장하며 아름다운 것을 처음 본 순간, 그 미학은 계속 남는 것 같아요. 감동을 준 아름다운 아파트, 아름다운 집, 아름다운 여자나 남자를 처음 보는 순간, 그것이 당신을 형성하죠. 어린 시절 먹은 음식처럼. 요즘도 누가 제게 트윙키 초코바를 주면 너무 신나요. 그영향에 관해 다시 얘기하자면, 대표적인 것이 베르사유 전쟁이었죠(1973년 PR계 원로인 엘리노어 램버트(Eleanor Lambert)와 베르사유 큐레이터 제랄드 반 데르 켐프(Gérald van der Kemp)가 조직해 1973년 열린 화려한 모금 행사인 베르사유 전쟁(Battle of Versailles)에서 파리 오뜨 꾸뛰르 디자이너들과 홀스턴을 비롯한 미국 디자이너 다섯 명이 경쟁했다. 미국 디자이너들은 라이자 미넬리(Liza Minnelli)의 공연과 함께 흑인 모델 10명을 무대에 세웠다). 라이자의 커리어를 볼 때 그녀의 공연은 그 옷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었죠. 옷을 입는 사람, 그 옷을 입고 뭘 하는지 보여주는 거였죠. 저는 그 옷에 관한 어떤 것도 잊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패션쇼를 열 때 무대까지 생각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거예요. ‘음악은 뭔가? 그 음악의 느낌이 어떤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나? 당신이 어떤 세상을 창조하는가?’를 생각하는 거죠. 라이언, 당신이 그 드라마에서 만든 세상이에요. 조 율라가 에펠탑을 그리게 한 것이 제 마음에 쏙 들더군요. 물론, 그 이야기는 패션 세계에서는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하지만요. 정말 뛰어난 것 같았죠. RM 그 시퀀스에서, 실제로 그 시리즈 전체에서 홀스턴과 라이자의 관계에 관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정했어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곁에 머물렀죠. 그게 바로 그 작품의 핵심이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완이 라이자를 직접 만나 홀스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극히 사적인 대화였지만, 굉장히 정서적이고 진심 어린 시간이었죠. 저희가 그런 관계를 보여줄 수 있어 너무 기뻐요. 사람들이 그런 관계, 당시에 두 사람이 최강의 한 팀이었다는 것을 잊은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홀스턴에 대해 잊어버린 사실이 있어요. 그가 자신의 모든 패션쇼에 흑인 모델을 세우자고 요구했다는 거죠. 그는 그런 주장을 펼치며 팻 클리블랜드(Pat Cleveland) 같은 여성과의 관계를 공고히 다졌죠. 그는 선구자적 인물이었답니다. TF 팻 클리블랜드는 런웨이에서 빙글빙글 돌았어요. 운 좋게 팻의 사진을 직접 촬영할 수 있었어요. 코카인을 다시 복용한 것 같은 기분이었죠. 3시간 정도 촬영한 후에야 발이 떨어지더라고요. 이래서 모든 사람이 그녀와 일하고 싶어 하는구나 싶었어요. 그녀는 정말 놀라운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죠. 당시 패션모델은 옷을 입은 채 미소 짓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였어요. 3만 달러짜리 드레스를 입었는데 우울한 모습일 순 없잖아요. RM 저희는 그 패션 디자이너의 모습뿐 아니라 예술가의 모습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세상이 좋은 말만 쏟아부을 때 어떤 유혹이 뒤따르는지도 보여주고자 했어요. 세상은 그렇게 달콤하게 속삭이다가 갑자기 냉정하게 거부하고 말죠. TF 우리는 절대 냉정한 거부의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라이언! RM 절대! TF 절대요!
- 글
- Hamish Bowles
- 사진
- Atsushi Nishijima /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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