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과 주름마저 사랑한다는 케이트 윈슬렛
얼어붙은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연인을 바라보며 “사랑해요, 잭”을 외치던 <타이타닉>의 로즈.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잘생긴 남자 존과 사랑에 빠지는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마리앤. 사랑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지만, 가슴에 담긴 추억으로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터널 선샤인>의 클레멘타인.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 속에 남편과 다른 고민을 하며 갈등에 빠지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에이프릴.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저마다의 기억 속에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변화하고 있고, 깊어졌죠. 최근작 HBO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에서는 전혀 꾸미지 않은 모습에 욕을 달고 사는 형사로 등장합니다. 이런 변화조차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최근 케이트 윈슬렛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인터뷰어 중에서도 ‘쎈 언니’에 속하는 다우드는 윈슬렛의 솔직한 면에 집중했습니다. ‘윈슬렛에겐 필터가 없다’는 내용이었죠.
해당 인터뷰에서 윈슬렛은 여배우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곧 46세가 되고, 이 캐릭터를 중년 여성으로서 있는 그대로, 필터 없이 드러내고 싶었어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나름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여성이고, 그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필터가 필요 없었죠.”
평소 볼륨 있는 몸매로 유명한 케이트 윈슬렛은 작품 속에서 ‘예뻐 보이려’ 노력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죠. 이번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베드신에서 몸매를 보정하거나, 날씬하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다우드는 이와 관련해 유명한 에피소드를 공개했습니다. 1회에서 소파 베드신이 있었는데 카메라에 윈슬렛의 뱃살이 잡힌 겁니다. 감독이 “그 장면 지울까?”라고 묻자, 윈슬렛은 “절대로 삭제하지 마!”라고 답했다고.
윈슬렛에게 중요한 건 중년 여성의 뱃살이 아니라, 중년 여성의 베드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고 해요. 윈슬렛은 남편에게 “손녀도 있는 중년 여성이 소파에서 베드신을 하는 게 괜찮을까?”라고 물었고, 이에 남편 에드워드 스미스는 “케이트, 멋있어. 해!”라고 답했다는군요.
윈슬렛은 작품을 찍을 때 여자가 아니라, 배우로서 임합니다. 눈가의 주름을 보정한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 대해서도 “제발 내 주름을 전부 돌려줘”라며 두 차례나 반려했다고 하죠.
그녀는 “중년 여성 메어 역을 연기하면서 시청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메어와 교감하는 이유가 필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며 “메어는 나이, 삶, 출신과 동의어처럼 변화한 얼굴과 몸을 지닌 여성이며, 동시에 자아를 실현하려 노력하지만 결점도 있는 여성”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윈슬렛은 SNS에서 필터로 사진을 보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변하고 달라지는 얼굴은 아름답죠. 다들 필터로 얼굴을 보정하면서 변화하는 얼굴을 사랑하는 것을 멈췄다니, 우려가 되네요. 젊은 세대가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으려 하지 않고, 현실 속 삶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존재감이 강하면 강할수록 현실 세계에선 존재감이 약해지죠. 소셜 미디어에 음식이며 셀카를 찍어 필터를 넣어 올리면 그건 현실과 동떨어진 이미지가 되어버릴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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