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 7팀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젊은 디자이너 7팀. 지금 전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이들이 〈보그〉를 위해 직접 찍은 사진과 답을 보내왔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혜성 테베 마구구, 파리에서 일하는 스위스 출신 케빈 제르마니에, 뉴욕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출신 피터 도 그리고 미국 국적의 콜리나 스트라다, 발리에서 모든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이사 볼더, 암스테르담의 신예 듀란 란틴크, 상하이의 재기 발랄한 듀오 슈슈통. 패션계의 관습적인 룰을 깨고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 등 개성 넘치는 모티브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다국적 인물들. 그들의 인터뷰 답변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패션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1 주위에서 가장 영감을 주는 인물은 누구인가?
2 최근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한 것은?
3 이번 컬렉션 공개 후 받은 코멘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4 당신의 브랜드를 설명한다면.
5 요즘 당신의 걱정은 무엇인가?
6 함께 작업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인가?
7 당신의 인생 선생님은 누구인가?
8 올해 역시 패션계는 힘들 것이다.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
9 새로운 브랜드, 기술, 뉴스 중 당신을 흥미롭게 하는 대상은?
10 여러 패션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일하나?
THEBE MAGUGU
2019년 LVMH 역사상 최초로 우승한 흑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테베 마구구. 지난해 2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성공적인 데뷔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그는 패션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아프리카 디자이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하는 그는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컬렉션에 반영한다. 마사이족의 체크 패턴이나 남아공 만화가 자피로의 일러스트에서 따온 자카드 무늬, 자신이 개발한 모노그램 등은 날렵하고 모던한 테일러링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7월 ‘Vogue Forces of Fashion’에 연사로 참여한 그는 패션의 진정성을 이야기했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패션을 대하는 젊은 디자이너 테베 마구구가 얼마 전 자신의 첫 남성복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포착한 사진을 <보그>에 보내왔다.
1 가장 영감을 주는 인물은 어머니다. 내 삶과 공부를 위해, 패션계에서 일할 수 있게 희생을 많이 하셨다. 강인한 성격도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
2 최근 영국을 기반으로 하는 ‘Women For Women’ 자선 경매 행사에서 로에베의 트렌치 코트를 구입했다. 2018 S/S 컬렉션 19번 룩이다. 조나단 앤더슨이 제안하는 밑단의 프린지 디테일이 포인트다.
3 최근 ‘피티 우오모 100(Pitti Uomo 100)’의 게스트 디자이너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2022 S/S 컬렉션을 지켜본 보그 런웨이의 루크 리치(Luke Leitch)가 최근 벌어지는 부패와 연결 지어 피드백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4 테베 마구구는 여성에 대한 브랜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잊힐 수 있는 아프리카 이야기를 담은 백과사전으로 기능하는 럭셔리 레디투웨어이기도 하다.
5 팬데믹으로 초래된 아수라장이 가장 걱정된다. 직장을 잃는 물리적 상실과 더불어 불평등, 정신적 충격. 팬데믹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가장자리로 밀어내는 것 같다. 사람들의 안전과 신뢰를 빼앗는 사회적인 부패 또한 우려된다.
6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와 일해보고 싶다. 모던함을 바탕으로 공간을 통해 전통과 문화를 엮는 그의 작품이 매력적이다.
7 몇몇 인생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이 영광이다. 이 모든 조언을 관통하는 건 본인이 자신만의 세계를 정의하고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강력한 시각적 유대 관계를 정립할 수 있고, 사람들의 잘못된 비평에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날 밀라노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여자분이 내 옷이 충분히 아프리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아프리카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퍼포먼스적 요소를 이야기한다는 걸 깨달았다.
8 브랜드를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고안할 계획이다. 팬데믹은 이제 막 성장하려는 브랜드에 타격을 주었다. 상황이 해결되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단력 있고 실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9 흑인의 경험을 다루는 책에 관심이 많다. 사회적 소수자인 흑인과 퀴어로서 기쁨과 슬픔을 탐구하는 좋은 글을 발견했다. 내 삶에 의미가 깊었고, 상처받은 기억에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정체성을 감지하고 분석하려는 시도를 통해 우리의 삶은 충만해진다고 생각한다.
10 테베 마구구 역시 현대적이고 젊은 패션 브랜드가 일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직관을 중시하고 어떤 문맥을 가질지 고려한다. 이러한 방식이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과 문화,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영감을 준다.
KEVIN GERMANIER
케빈 제르마니에는 지속 가능성(Sustainable)이 지금처럼 브랜드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아니던 시절부터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스위스 출신의 이 디자이너는 2018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쇼에서 자신의 성을 딴 브랜드 ‘제르마니에’를 론칭했다. 이후 파리에서 루이 비통 주니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밤에는 자신의 레이블에 몰두했다. 안담(ANDAM) 어워드 파이널리스트,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비요크, K-팝 아티스트인 선미, 에스파, 레드벨벳 등 비주얼의 최전선에 있는 뮤지션들이 먼저 찾는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2021 F/W 시즌에는 파리 패션 위크 공식 스케줄에 이름을 올리며 패션 필름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케빈이 파리 아틀리에에서 자신의 어시스턴트 멜빈이 찍어준 사진을 보내왔다. 자신의 뮤즈인 마네킹과 함께!
1 어머니. 영감을 주는 인물의 완벽한 예다.
2 환경을 중요시하기에 쇼핑을 즐기진 않는다. 최근 스위스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런 ‘쇼핑’이 나를 신나게 한다.
3 “마음에 들지 않아요. 당신은 이미 비즈로 작업한 적 있잖아요.” 이 사람은 우리가 마침내 실리콘으로 비즈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니까. 어떤 관점에서 보면 좋지 않은 코멘트라고 하겠지만, 여섯 시즌을 발표하고 나서야 사람들이 나의 DNA를 알아봐주고 있다는 게 증명된 것 같아 한편으로 강력한 코멘트였다.
4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의 상징. 지속 가능 브랜드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도전 중이다. 지속 가능성은 섹시하고, 여성스럽고, 또 갖고 싶을 수 있다.
5 지속 가능성을 고수하면서도 내 팀과 내가 이룬 것이 건강하게 지속되게 하는 것.
6 크리스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고 싶다.
7 K-팝 아티스트 선미에 빠져 있다. 이제 친구가 되었고 카카오톡으로 자주 대화한다. 선미는 나에게 ‘자기 자신이 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일인자가 될 수 있고 계속 친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정상에 있는 사람도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미는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나에게 알려준 친구다.
8 살아남기. 우리 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게 목표다. 올해 크게 성장하지 못해도 다운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해가 될 것이다.
9 최근 내가 낭만적인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늘 감정이 없고 냉정하다고 여겼는데, 사실 옛날 방식으로 로맨틱했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상한 감정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놀랍고 흥미롭다.
10 제르마니에는 유일한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우리는 원단, 비즈, 시퀸, 버튼, 지퍼, 모든 걸 재활용한다. 다를 수 있는 건 패션 시스템에 대해 재고하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믿지 않고 우리 고객에게 도전한다. 패션 캘린더도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펑크(Punk) 정신을 가졌다!
ISA BOULDER
인도네시아 발리를 기반으로 하는 이사 볼더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스윔웨어와 니트웨어 브랜드다. 2017년부터 지역의 실력 좋은 재봉사들과 환경 친화적인 방법, 주문 제작 시스템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주요 패션 도시가 아닌 발리를 거점으로 하지만 매치스패션, 에센스, 네타포르테 등 글로벌 쇼핑 플랫폼에 입점하며 세계를 상대로 컬렉션을 전개해왔다. ‘하드코어 핸드메이드(Hardcore Handmad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이사 볼더는 독창적 디자인과 고품질로 경쟁 브랜드 없이 유유히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얼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니트 컬렉션을 입고 킥복싱 하는 사진을 발리에서 찍어 보내왔다. 역동적 분위기와 신축성 있는 니트의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강력한 한 컷.
1 어머니. 어머니는 헌신적으로 가족을 끊임없이 돌보신다. 나 역시 엄마가 된 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2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고무 밴드처럼 잘 늘어나는 실을 샀다. 괴짜처럼 들리겠지만 내 세상은 오로지 실과 천으로 이뤄졌다. 흥미로운 원단 발견만큼 나를 설레게 하는 건 없다. 언젠가 원단 가게에서 8시간이나 천을 고르자 가게 주인이 짜증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천을 사기에 가게 주인이 좋아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3 어느 모델이 이번 컬렉션 드레스가 유년 시절 즐겨 먹던 모모기(Momogi)를 떠올린다고 말해준 순간.
4 오랫동안 세대와 트렌드를 넘어 영원히 사랑받는 ‘가보’ 같은 옷을 만드는 브랜드.
5 솔직히 정말 많다. 하지만 감사할 것도 많다.
6 신발 디자이너. 늘 슈즈 라인을 개발하고 싶었고, 좋은 신발을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7 뻔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디자인 관점에서는 실패가 최고의 교훈이다. 나는 실수를 정말 두려워했다. 형편없는 스케치 아이디어도 싫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창의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신경 쓰지 않으니 최고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8 브랜드로서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변인들과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을지 고민한다. 올해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 중요한 건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다.
9 최근 튜브 모양에 양면으로 입을 수 있는 니트를 작업했다. 정밀하게 계산해 제작하기에 작업하는 동안 버리는 원단도 없다. 옆 솔기가 없어서 완벽하게 몸을 감싼다는 점도 최고다.
10 최신 트렌드를 리서치하는 것보다 수공예적인 면을 중요히 여긴다. 디자인의 실험적 수준을 유지하며 제작 과정에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
DURAN LANTINK
지구 반대편 패션 세계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밤사이 인스타그램은 같은 주제로 도배된다. 얼마 전엔 온통 네덜란드 출신 신예 디자이너의 새 컬렉션 이야기였다. 네덜란드 수스트데이크 궁전에서 열린 컬렉션 영상에는 벌처럼 재빠른 드론이 캣워크를 걷는 모델 주위를 맴돈다. 신성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과감한 컷아웃 드레스에 힐을 신은 남녀 모델들이 등장했다. ‘발렌시아가 같기도 하고, 베트멍 같기도 하고, 마린 세르 같기도 한 이 컬렉션은 뭐지?’ 실루엣은 새로웠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알고 보니 듀란 란틴크는 발렌시아가는 물론 프라다, 발망, 프로엔자 스쿨러 등의 재고 소재로 새로운 컬렉션을 창조한 것이었다. ‘사고(Buy)’, ‘되팔고(Resell)’, 이 두 가지 버튼 사이를 왕래하는 현재 소비 패턴에 메시지를 전하는 컬렉션이었다. 듀란이 암스테르담에서 답변을 작성하며 최근 자신이 촬영한 포트레이트와 자신이 좋아하는 컬렉션 룩을 보내왔다.
1 그리스 히드라(Hydra)로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페기 구겐하임에 사로잡혀 그녀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글을 하루 종일 읽었다. 또 암스테르담에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데 그들의 오픈 마인드가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2 지금은 딱히 뭘 사지 않는다. 디자이너 의상을 구입해 자르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편이다. 최근 히드라로 여행 갈 때 가져간 책이 가장 잘 산 아이템이다.
3 패션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가 보그 런웨이에 쓴 리뷰 기사.
4 앞서 생각하고,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서 아름다움을 보고 새롭게 디자인한다. 지속 가능성을 지닌 채 고객이 정말 특별하다고 느낄 만큼 독특한 옷을 만든다.
5 거대 브랜드의 진정성.
6 한국에서 컬렉션 작업을 하고 싶다!
7 주위 사람들이 많은 좋은 조언을 해주지만, 결국 그걸 실행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한다. 네덜란드 문화는 나에게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싸우라’고 가르쳤지만, 꼭 필요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정말 많이 거절당했다. 만약 자존감이 낮았다면 패션을 일찍 포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운 좋게도 나의 일을 믿으면서 일하고 있다.
8 에르미타주 암스테르담(Hermitage Amsterdam)에서 ‘아웃사이더웨어(Outsiderwear)’로 쇼를 발표하는 것.
9 늘 기술에 관심이 있다. 지금은 다들 돈을 적게 쓰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패션을 소비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10 패션을 공부할 때부터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졌다. 새 옷 생산에는 별 흥미가 없다. 그래서 시작부터 다른 브랜드와 다르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좋아한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있는 트랜스젠더 성 노동자 커뮤니티인 시스타 후드(Sistaah Hood)와 작업한 적도 있다.
PETER DO
패션계는 걸출한 재능을 알아보는 데 탁월하다. 얼굴 없는 디자이너 피터 도의 룩은 많은 사람을 첫눈에 사로잡았다. 셀린느에서 피비 파일로와 일했거나 LVMH 영 패션 디자이너 상을 수상한 이력을 뒤로하고 피터 도는 지금 뉴욕의 젊은 아시안 브랜드라는 틀을 세우고 있다.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한 후 ‘밀레니얼 미니멀리스트’로 불리며 네 번째 컬렉션을 발표했다. 첫 시즌이었던 2020 S/S 컬렉션의 컨버터블 레더 블레이저, 금속 재질의 명함 케이스 목걸이, 세련된 플리츠 스커트가 돋보이는 룩북 사진은 여전히 핀터레스트에서 인기 있다. 2022 S/S 시즌 뉴욕 패션 위크의 첫 런웨이 쇼 마감이 며칠 남지 않은 새벽, 뉴욕 브루클린의 피터 도 스튜디오 앞에서 찍은 따끈따끈한 ‘가족사진’을 보내왔다.
1 나의 팀이 매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영감을 준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일을 하지 못했을 거다. 브랜드 초기부터 나와 함께한 공동 창업자 네 명에게 감사하다. 사업 파트너이자 세일즈 디렉터 빈센트 호(Vincent Ho), 프레스 디렉터 제시카 우(Jessica Wu), 나의 오른팔인 디자이너 안 응우옌(An Nguyen), 오퍼레이션 매니저이자 브랜드의 핵심인 리디아 수카토(Lydia Sukato).
2 브레빌(Breville)의 에어 프라이어에 푹 빠졌다.
3 어느 바이어가 이번 컬렉션이 “전혀 피터 도답지 않다”고 말했다.
4 피터 도는 가족이다. 시작부터 우리는 에토스(정신)와 가치가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친절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피터 도 팀은 경영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 대화를 나눈다. 레이저처럼 날렵한 테일러링, 멋진 직물, 절제의 과정, 모든 디테일은 실험과 정제를 거쳐 여성의 삶에 복잡성을 더했다.
5 우리 커뮤니티를 상대로 일어나는 범죄와 폭력 때문에 모두의 안전이 걱정된다. 미국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의 안위도 걱정된다. 물론 컬렉션도 걱정스럽고 두렵다. 9월 뉴욕에서 첫 런웨이 쇼를 연다. 지난 몇 달간 쇼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6 아시아 장인들과의 협업. 특히 우리 팀원들의 고향인 베트남에 배우고 싶은 기술과 장인 정신이 있다. 다시 여행할 날이 오기를.
7 지금 내 곁에 있든 없든 내 인생에 들어왔던 많은 사람이 늘 교훈을 줬다. 부모님은 열심히 일하길 바라셨고 겸손을 가르쳐주셨다. 내 팀은 참을성을 기르고, 새로운 관점을 가지라고 알려주었다. 베트남에서 성장할 무렵 옷은 기능적 의미였다. 수년 동안 5~10벌의 옷을 입었고 버튼이 떨어지거나 원단이 찢어지면 할머니가 바느질로 수선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옷에 대한 이런 접근이 남아 있다. 작업 과정에서 매 순간 고려한다.
8 지난 15개월 동안 경제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에게 힘들었다. 중간중간 팀원을 대면할 때 에너지를 느꼈다. 스튜디오에서 피팅을 하거나 다 같이 식사할 때. 그래서 지금이 피지컬 쇼 개최의 적기라고 느꼈다. 브랜드 초기부터 우리를 지지해준 모두에게 큰 이정표이다.
9 스튜디오를 옮길 계획이라 새집을 위한 가구 디자인에 골몰하고 있다.
10 우리는 어떤 규칙도 따르지 않는다. 우리가 맞다고 여기는 것, 우리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시도할 뿐이다. 피터 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한다. 이런 방식 덕분에 매우 자유롭다.
SHUSHU/TONG
슈슈통은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을 졸업한 리우슈 레이(Liushu Lei)와 유통 지앙(Yutong Jiang)이 2014년 상하이에서 만든 브랜드다. 전위적인 테일러링과 소녀의 노스탤지어를 결합한 여성복은 여러 아시아 패션 매거진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 4월 상하이 패션 위크를 통해 공개한 2021 F/W 컬렉션 주제는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60년대 우주 시대의 미학을 컬렉션에 담았다. 뉴욕에서 활약하는 중국인 아티스트 슈후아 시옹(Shuhua Xiong)과의 협업으로 에어브러시 작업을 프린트로 표현했다. 리우슈와 유통이 상하이 작업실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찍은 셀피를 보내왔다.
1 모든 친구들이 영감을 준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늘 흥미로운 것들을 얻을 수 있다.
2 슈슈: 빈티지 우드 캐비닛. 통: <주술회전(Jujutsu Kaisen)>이라는 만화책.
3 슈슈: 쇼장 밖에서 관객이 줄지어 기다렸다는 코멘트를 읽었다. 기술적 문제가 생겨 쇼를 1시간 늦춰야 했는데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우리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 감동받았다. 정말이지 최고의 순간이었다.
4 반전이 있는 걸 스타일.
5 팬데믹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영원히 바꿀 것 같다. 지난해에는 올해 해외로 나가는 걸 계획했는데, 바이러스가 점점 진화하는 탓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6 슈슈: 지금 생각나는 이름은 없지만, 가구 관련 협업을 꿈꾼다. 통: 기회가 있다면, 어릴 때 좋아하던 만화 캐릭터 ‘카드캡터 사쿠라’를 만든 아티스트 그룹 클램프(Clamp)와 작업하고 싶다.
7 슈슈: 미드 <섹스 앤 더 시티>가 나의 영원한 멘토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세계관이 형성됐다.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가끔 다시 보는 드라마다. 통: 가레스 퓨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패션 스튜디오가 운영되는지 완벽한 이미지를 정립할 수 있었다.
8 슈슈: 더 나은 컬렉션을 만드는 것.
9 슈슈: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 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가 원숭이의 생각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 언젠가 ‘매트릭스’와 같은 미래에 살지 않을까 꿈꾸곤 한다.
10 브랜드 론칭 몇 번의 인턴십 경험만 있기에 이곳과 다른 브랜드를 상대로 비교하긴 힘들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만큼은 행복하고 긴장하지 않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COLLINA STRADA
지금 가장 뉴욕에서 실험적인 브랜드를 꼽으라면 힐러리 테이모어(Hillary Taymour)가 이끄는 ‘콜리나 스트라다’다. 2021 F/W 시즌에는 새 컬렉션을 입은 모델이 나비와 공룡, 너구리로 변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아마 사상 최초로 ‘보그 런웨이’ 사이트에 JPG가 아닌 움직이는 이미지 GIF가 올라간 브랜드일지 모른다. 미국의 공상과학 삽화가 데이비드 버로스 매팅리(David Burroughs Mattingly)와 협업해 그의 작품 <애니모프(Animorphs)>에서 영감을 가져온 이미지가 컬렉션 전반에 내재되어 있다. 디지털로 컬렉션을 보는 시대에 힐러리는 어차피 옷을 만져보고 입어보지 못하니 디지털 스크린 너머 오디언스에게 충격요법을 쓴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힐러리가 <보그>를 위해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의상을 입은 모델 마나트 카우르(Mannat Kaur)를 오른쪽에, 러스티 잉그먼(Rusty Engman)을 왼쪽에 세우고 포즈를 취했다.
1 나의 개 포위(Powie).
2 훌륭한 콤부차.
3 미국 <보그>가 몇 시즌 연달아 뉴욕 패션 위크 최고의 컬렉션이라고 평가해준 것.
4 콜리나 스트라다는 힘을 싣는 아이디어, 좋은 의도를 통해 희망을 주는 브랜드다. 자원이 한정될 때도 디자인에 늘 판타지 요소를 넣는다. 2021 F/W 시즌에 쓰려던 원단이 결국 도착하지 않아 스튜디오에 있던 것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오래된 원단을 줄무늬로 자르고 멋있을 듯한 프린트를 개발했다. 모델은 친구들과 콜리나 스트라다의 한 부분이 되고 싶은 팬들을 인터넷으로 캐스팅했다.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것이 신나지 않는 사람은 한 번도 캐스팅한 적 없다. 우리는 대형 브랜드가 아니기에 우리를 잘 이해하는 이들의 재능이 필요하다.
5 환경.
6 해양 환경 보호 단체 팔리(Parley).
8 제품 판매보다 패션을 통해 교육하고 경험을 창출하는 것.
10 모두가 시도했으면 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재료가 있다. 제작에 한계는 없다. 옷을 디자인할 때 자신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어떤 제작법이 존재하는지 알아본다. (VK)
- 패션 에디터
- 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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