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멋과 편안함을 갖춘 구두, 아그레또
클래식한 멋과 편안함을 완벽하게 갖춘 구두가 있다면?
이제 당신 앞에 그런 새 구두가 놓여 있다.
패션의 착한 면까지 갖춘 아그레또의 첫걸음이다.
지난해 9월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열린 전시 는 500년 동안 이어진 여성들의 킬힐 집착을 그대로 드러냈다. 남들보다 눈에 띄기 위해 플랫폼 슈즈를 ‘발명’했던 16세기 베네치아 거리의 여인들부터 1993년 나오미 캠벨을 자빠뜨렸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플랫폼 샌들, 그리고 가학적 미학으로 가득한 알렉산더 맥퀸의 구두까지. 전시를 둘러본 <보그> 패션 평론가 수지 멘키스는 ‘과거의 고문에 가까운 하이힐은 현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품평했다. “이제 여성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차려입을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회의실부터 정치 무대까지 남자들이 하는 건 모두 우리 방식대로 해낼 수 있다.” 그녀는 프랑스어 표현을 곁들이며 킬힐의 존재에 의문을 던졌다. ‘예뻐지기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Il faut souffrir pour etre belle)?’
‘아그레또(Agreattoe)’의 두 디자이너인 박예원과 김태환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그들은 ‘No!’라고 외칠 듯하다. 브랜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A Great Toe’), 두 사람은 여자들에게 더없이 편안한 구두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것은 학창 시절부터 ‘신발 마니아’였던 김태환의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맹렬히 수집하던 중 신발 제작 과정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무작정 성수동의 구두 공장을 찾아가 1년 6개월이 넘도록 구두 공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매체 기자에서 아프리카 여행 전문가(여행 가이드북인 <동남아프리카 여행백서>를 냈다)로 활동하던 박예원은 그 후에 합류했다. 자신만의 구두 브랜드를 시작하려던 김태환에게 박예원이 여자의 시선을 곁들이기로 한 것이다.
“남자의 전유물이던 로퍼를 여자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김태환은 로퍼, 옥스퍼드, 몽크 스트랩 등 남자 구두가 기본인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클래식하되 편안한 디자인을 완성하고 싶었죠.” 물론 말처럼 과정이 쉽진 않았다. 단순히 멋있는 구두가 아닌, 누가 신어도 편안한 구두를 디자인하고 싶었으니까. “8번의 공정을 거쳐 샘플이 완성됐어요. 편안함을 위해 디테일을 하나하나 보완해나갔죠.” 그들은 발볼이 넓은 편인 한국 여자들을 위해 전체적인 모양새와 실루엣을 바꾸는가 하면, 굽 사이에 스펀지 소재 아웃솔을 더하고 신발 내부에도 쿠션을 추가했다.
얼마 전 아그레또에 든든한 아군이 합류했다. 크리에이티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광고쟁이, 빅앤트 대표이자 오리콤 CCO(Chief Creative Officer)인 박서원이 그들에게 손을 내민 것. “젊은 친구 둘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던 중 개선할 점들이 하나씩 눈에 띄더군요.” 그는 기존 아그레또 디자인에 나무 굽을 곁들인 프리미엄 라인을 기획하고, 구두 상자를 비롯한 패키지는 물론, 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로고를 제작했다. 이미 콘돔(‘바른생각’)이나 과일 잼(‘이런쨈병’)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기에 아그레또를 통해서도 따뜻한 사업을 꿈꾼다. “제 몫의 수익이 생기면 다리가 불편한 아이들의 수술을 도울 예정입니다.” 이미 10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인 그는 바쁜 일정에도 젊은 사업가들과 함께하는 기획을 지속할 거라고 덧붙였다. “아그레또를 통해 완성한 모델을 바탕으로 다른 카테고리의 스타트업들을 실행해보고 싶습니다. 제 능력을 더해 사업을 성장시키고,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찾는 거죠.”
올봄에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인은 아그레또의 새로운 스타트 라인이다. 페이턴트 가죽을 더한 페니 로퍼와 네 가지 컬러의 날렵한 캡토 옥스퍼드 스타일로 구성될 라인은 홈페이지(agreattoe.com)를 비롯해 29cm, 에이랜드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또 6월엔 시원한 소재를 사용한 여름용 라인업도 소개된다. “처음 신었을 때 깜짝 놀랄 만큼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 을 겁니다.” 박예원은 여자로서 아그레또의 매력을 이렇게 품평한다. “그래서 누구에게든 ‘에브리데이 슈즈’가 되고 싶어요.”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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