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부시가 이어주는 세상 풍경
“이제 패션 디자이너는 벽이나 커튼 뒤에 숨지 않는다. 오디언스는 디자이너와 소통하길 원하기에 하나의 ‘퍼스널리티’가 되어야 한다. 그 균형은 물론 자신에게 맞도록 조절해야 한다.”
앰부시의 윤 안은 세상을 연결한다. 음악과 패션을 잇고, 스트리트 웨어와 꾸뛰르의 만남을 시도한다. 하라주쿠에서 주얼리로 시작한 브랜드는 이제 패션계를 전방위적으로 급습한다. 디테일이 돋보이는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한편, 디올 맨의 주얼리도 맡고 있다. 여기에 나이키, 젠틀몬스터와의 협업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곧 놀랄 만한 새로운 파트너도 공개한다. <보그>는 이번 가을 컬렉션을 통해 서울과 도쿄를 연결했다. 도쿄에서 여성복을 입은 윤 안 그리고 서울에서 남성복을 입은 한국 모델 여덟 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앰부시가 이어주는 세상 풍경이 지금 펼쳐진다.
앰부시의 시작으로 돌아가보자. 어린 시절 인상적이었던 패션 이미지를 꼽을 수 있나? 정확히 꼽을 수는 없지만, 미국에서 자랄 때 집 주변 공립 도서관에서 본 <보그>가 내게 패션을 처음 소개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겨온 어린아이에게 <보그>는 미처 존재하는 줄 몰랐던 세상을 보여줬다.
한국에서 태어나 가족 덕분에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성장했다. 그런 경험이 윤 안이라는 디자이너를 완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나? 새로운 것에 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더 넓은 시야를 지니게 되었으니까.
패션 대신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래픽을 사용해 메시지를 전하는 그래픽 디자인은 패션과 전혀 다른 원칙이 필요하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선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컴퓨터를 쓸 수 없도록 했다. 덕분에 손을 사용해 본능을 활용하고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배웠다. 패션은 다른 장르다. 더 복잡한 것들이 합쳐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그래픽 디자인 아이디어 덕분에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계획적으로 패션을 정리할 수 있다.
도쿄에서 처음 주얼리를 만들었다. 주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끈 첫 디자인은 무엇이었나? ‘Pow!’라는 디자인이었다. 버벌(Verbal, 뮤지션이자 파트너)과 함께 그가 가지고 있던 파인 주얼리를 바탕으로 재미로 만든 목걸이와 반지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도쿄의 클럽에서 인기를 끌었고, 카니예가 직접 착용하고 그의 크루들이 함께 지원하면서 미국에도 알려졌다.
그때 들었던 조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너의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건, 최근의 작업이다.”
Ambush, 급습하다는 뜻의 이름을 고른 이유가 있나? 버벌이 지었다. 브랜드 론칭 계획은 없었고 그저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재밌을 거라 여겼다. 우리가 하고 싶을 때 말이다. 그래서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진 창조 과정 이다.
앰부시를 발전시키면서 여러 아티스트나 디자이너 브랜드와 일했다. 그 중심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가 지닌 접근은 단순히 그 프로젝트에 우리 로고를 더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협업한다. 물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한다. 다른 창의적인 인물들과 함께 하는 거니까. 하지만 큰 그림에서 일정한 무언가가 이 모든 걸 이끌어간다.
나이키, 유니클로처럼 대중적인 브랜드와 일하는 건 또 다른 경험이다. 그런 작업이 더 어렵다. 제품이 훌륭한 동시에 단순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쉽게 이해하는 게 중요한 열쇠니까. 그들의 거대한 세계 속에서 내 세상의 균형을 찾는 것은 즐거운 도전이다.
주얼리에서 시작해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자연스러웠다. 주얼리 룩북을 찍을 때마다 다른 브랜드의 옷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얼리를 위해 톱 몇 벌을 ‘캔버스’처럼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고,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앰부시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 포스트 모던 클래식.
패션 디자이너로서 현실과 환상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나? 환상을 흩뿌린 현실이다. 내 옷이 박물관에 걸리길 바라진 않는다. 현실적이고 입기 편한 옷이길 원한다. 하지만 개성은 있어야 한다.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유명 인사들이 많다. 얼마 전엔 벨라 하디드가 당신에게 사랑 고백도 했다. 그들 중 앰부시의 궁극적 이미지와 어울리는 인물은? 문화적 상징과 가까운 이들이 우리 옷을 입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들이 누구인지보다 어떤 걸 상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새로운 세대의 사진가들과 작업하고 있다.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좋아한다. 사진가들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한다.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그들이 내 작업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바라본다. 유르겐 텔러는 아주 거칠고, 2017년부터 우리 룩북을 찍어온 캐스퍼 세예르센(Casper Sejersen)은 아주 명확하며 꿈같은 분위기를 준다. 히로시 마나카(Hiroshi Manaka)는 일본에서 거의 모든 작업을 함께 한다. 훌륭한 테크니션으로 어떤 조명도 가능하다. 이번 <보그> 촬영도 그와 함께 했다. 가을 컬렉션 캠페인을 촬영한 할리 위어 역시 우리 컬렉션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우린 극도로 연결된 세상에 산다. 다들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역할도 바뀌었다고 여기나? 이제 패션 디자이너는 벽이나 커튼 뒤에 숨지 않는다. 오디언스는 디자이너와 소통하길 원하기에 하나의 ‘퍼스널리티’가 되어야 한다. 그 균형은 물론 자신에게 맞도록 조율해야 한다.
앰부시 외에 디올 맨 주얼리도 디자인하고 있다. 팬데믹 때문에 직접 파리에 가진 못했을 것 같다. 아주 즐거운 일이다. 많은 걸 배운다. 최고의 꾸뛰르 하우스를 통해 이야기를 지어내고 전통을 이어나가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팬데믹이 끝날 것 같진 않지만, 그 미래를 꿈꿔본다면? 그래서 도쿄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줌으로 소통한다. 하지만 드디어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9월부터 일본을 벗어날 수 있다! 정말 기대된다. 유럽과 미국에 간 것이 1년 6개월 전이다.
<보그> 9월호 주제는 ‘새로운 시작’이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9월부터 여행을 떠날 수 있으니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길로 안내할 수많은 기회가 나를 기다린다. 그 자체가 흥분된다. 그리고 9월호에 나와 앰부시를 소개해준 <보그 코리아>도 내겐 새로운 시작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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