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면역력의 구원투수로 떠오른 버섯
피부도 면역력이 중요한 시대. 버섯이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버섯은 새로운 생명과 회춘을 상징합니다. 이 균사체는 주변 환경에 반응하고, 식량을 찾고, 문제가 생기면 자신을 방어하죠. 이런 해결 능력은 곧 지능이 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고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Fantastic Fungi)>을 보자면 버섯은 최근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의 만능 돌파구가 될 무궁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에는 페니실린의 시초가 돼 무수한 목숨을 구했고, 최근에는 100% 퇴비화되는 친환경 소재의 주재료로, 인간이 소비하는 식량의 2/3를 좌지우지하지만 개체 수가 줄어만 가는 벌을 구제하는 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파른 기후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궁여지책이기만 할까. 독특한 생김새와 식감으로 알려진 노루궁뎅이버섯은 신경을 자극하고 다시 자라나게 만드는 성질이 있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송이버섯의 일종인 포토벨로 버섯은 표면을 가열해 배터리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탄소 나노 리본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 균류가 패션계에 뻗은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지난 3월 에르메스가 공개한 비건 버전의 ‘빅토리아 백(Victoria Bag)’과 스텔라 맥카트니가 2021 S/S 컬렉션에 선보인 가죽 의상은 모두 버섯 균사체로 만든 원단을 사용했다.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패션계에 선순환을 일으킨 것. 자, 그럼 뷰티 월드에서는? 버섯 추출물을 담은 화장품은 진작부터 존재해왔다. 이런 제품은 주로 피부를 진정시키고, 수분을 공급하는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최근 뷰티업계가 이토록 대단한 균류에 집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이러스 시대에 전능한 단어로 떠오른, 바로 그 ‘면역력’ 때문이다.
자연의 물질이라면 무엇이든 분해하는 능력을 지닌 균사체는 땅속에서 집단과 집단을 이루며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서로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그에 맞설 수 있는 다양한 효소를 만들어낸다. 페니실린의 원리가 된 균사체의 이 역할이 바로 버섯 성분이 재평가되는 명목이다. 분자생물학자이자 약초 전문가 케빈 스펠맨(Kevin Spelman)은 “균류는 면역 체계에 정보를 전달해 환경에 따라 면역력을 조금 더 높이거나 더 낮추도록 조절하는 베타글루칸 또는 메신저 분자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촉매로 활용하면 피부에 특정 반응을 촉진해 피부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염증을 완화하도록 본연의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 신체 에너지가 증진되는 약재로 활용해온 영지버섯과 동충하초, 정화 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차가버섯 등이 미용 성분으로 쓰이고 있다. 까다로운 야생 환경에서만 자라기로 유명한 ‘화이트 트러플’은 스킨케어 분야에서 부쩍 영역을 넓히는 버섯계의 다크호스다.
균류의 생식 기관인 버섯에서 피부에 유효한 효소를 추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실상 몇십 년에 걸쳐야만 완성된다. 다음에 할 이야기가 예상되겠지만 그러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제품의 ‘갓성비’는 낮다. 가격대는 저렴하지 않고, 진귀한 유효 성분보다는 ‘틱톡’을 통해 바이럴로 퍼져나가는 검증되지 않은 팁이나 중저가의 스킨케어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여기는 일부 ‘젠지’에게는 이 성분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다. 피부 면역력이라니, 눈으로 즉각 보이지 않는 효과에 꼭 거금을 들일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결코 짧지 않은 록다운 기간에 사람들은 SNS에 떠도는 자극적인 뷰티 루틴을 직접 실천하며 무수한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이와 더불어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가 해온 기본 케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이런 대목은 버섯이 앞으로 뷰티 분야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에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근거 높은 가설에 더 힘을 보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무언가를 분해하고 생성하는 균류는 단순하고 일시적인 효과보다 근본적인 면역 체계를 건드려,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는 건강하고 무탈한 삶에 도달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의 감독 루이 슈왈츠버그(Louie Schwartzberg)는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배운 점 중 하나는 바로 개인보다는 서로를 지탱하는 공동체일수록 생존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균사체는 땅속에서 네트워크를 이루고 수많은 일을 하면서 우리 삶을 지탱한다. 분자와 에너지, 파장으로 구성된 거대한 집단이기도 한 우리 역시 개인보다는 이제는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패러다임으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균류야말로 지금 이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적재적소에 나타난 한 줄기 빛일지 모른다. (VK)
- 뷰티 에디터
- 송가혜
- 포토그래퍼
- 이호현
- 글
- MARISA MELT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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