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Innovation
1858년부터 시작된 보석 명문가 부쉐론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에겐 특별한 힘이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강인한 비전을 지닌 그녀가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담은 ‘올로그라피크’ 컬렉션을 통해 혁신을 전한다.
지난 7월 실시간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번 제품을 감상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세계 각국에서 들은 코멘트 중 기억에 남은 것은? 부쉐론은 물리적으로 만날 수 있는 행사를 더 선호하지만, 지난 7월에 ‘올로그라피크(Holographique)’ 컬렉션을 소개한 라이브 세션 또한 정말 즐거웠다. 컬렉션이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코멘트가 가장 마음에 든다. 실제로 올로그라피크 컬렉션의 컨셉은 긍정 에너지를 전하는 것이기에 나의 소망을 대중과 공유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
당신은 온화하고 인간적이다. 팀원은 물론 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따로 있나? ‘공감’이야말로 직장과 일상에서 끈끈하고 진실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수다. 또 아틀리에부터 공방 장인들까지, 매해 꿈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기적을 만드는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은 행운이다. 그들이 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들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새로운 컬렉션 올로그라피크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채를 담았다.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색에 대한 기억은? 하이 주얼리에 즐거움과 경이로움 같은 특별한 감정을 담는 것이 목표였다. 예컨대 무지개가 떴을 때 순수한 기억과 감정이 샘솟아 달콤한 희열을 자아내는, 시간이 멈춘 듯한 예상치 못한 그 순간의 감정을 담았다. 이것들이 색채에 대한 나의 가장 소중한 기억일 것이다. 또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업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왔다. 부쉐론의 CEO 엘렌 풀리 뒤켄(Hélène Poulit-Duquesne)과 런던에서 열린 그의 전시 <In Real Life>에 다녀왔는데 정말이지 즐거웠다. 빛과 색의 연관성과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이 불러오는 행복의 감정을 체감했고, 이러한 감정을 주얼리를 통해 전하고 싶었다.
당신은 프레데릭 부쉐론이 지지하던 정신, 바로 창조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잭 드 부쉐론’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올로그라피크에서는 어떤 창조의 자유에 도전했나? 홀로그래픽 코팅을 개발하기 위해 제작사 생고뱅(Saint-Gobain)을 만났을 때 이루고 싶은 결과물을 어떤 스케치도 없이 설명해야 했다. 그림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우리 팀은 상상했던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모형을 만들었다. 그 결과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랜 작업과 회의를 거듭했고, 록 크리스털과 세라믹에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 상황에서 이런 주얼리를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것은 오뜨 꾸뛰르 위크 3일 전에 겨우 완성되기도 했다. 컬렉션 작업을 하면서 내려놓는 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종종 내 아이디어가 말도 안 되는 것이어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한 창의성과 혁신을 지지하는 CEO 엘렌 풀리 뒤켄 덕분에 여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한국 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주얼리는? 부쉐론에서 만드는 모든 컬렉션은 모든 사람, 그들의 개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창조 과정에서 특정 마켓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각 피스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에는 국경이 없으니까.
올로그라피크에는 투르말린, 세라믹, 다이아몬드, 아쿠아마린, 록 크리스털 등 정말 다양한 소재가 쓰였다. 이 중에서 당신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소재는? 아름다운 오팔을 사용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는 세라믹과 록 크리스털에 홀로그래픽 코팅을 입힌 것이다. 그렇게 표현된 색채는 정말 놀랍고 아름답다. 이런 혁신이 기쁨을 느끼게 한다. 한 가지 소재만 선택해야 한다면, 순수함과 모던함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록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의 조합! 이 조합으로는 뭐든 할 수 있다. 특히 투명함과 시각적인 가벼움으로 변주할 수 있다. 꽤 오래전에 이토록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나에게 영감을 준 창업자 프레데릭 부쉐론에 감사를 전한다.
창조와 혁신도 따르지만 부쉐론 역사와 아카이브 또한 소중히 여긴다. 메종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고 프레데릭 부쉐론의 비전을 충실히 잇는 것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부쉐론의 철학은 여성에게 착용의 자유를 주기 위해 기술, 소재, 테마에서 창조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프레데릭은 록 크리스털을 사용하고 이를 다이아몬드와 조합한 최초의 인물이었는데, 당시에는 아주 대담한 결정이었다. 지금도 부쉐론은 이런 창조의 자유를 이어가며 혁신과 도전의 전통을 유지한다. 나는 과감한 주얼리 착용 방법을 찾아내고 익숙하지 않은 소재를 도입해 새로운 형태의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렇기에 올로그라피크 컬렉션은 특정한 아카이브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진 않았지만, 메종의 역사와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하이 주얼리에 대한 우리의 생각 가운데 정정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여성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고 싶다. 사실 성별과 관계없이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유럽의 왕부터 인도의 마하라자, 러시아의 황제, 이집트의 파라오 등 역사적으로 많은 문화권에서 남성들이 호화로운 주얼리를 착용했다. 주얼리와 스톤은 권위와 재력의 상징으로서 남성에게 중요했다. 부쉐론의 젠더리스 컬렉션을 통해 남성과 여성에게 그들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게 하고 싶다. 중요한 점은 디자인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성별을 넘어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면, 부쉐론은 앞으로도 남성을 위한 주얼리를 창조할 것이다. 하이 주얼리는 억압보다 자유의 역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하나 바꾸고 싶은 편견이라면, 하이 주얼리를 특별한 경우에만 착용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사실은 그와 반대다. 평소 스타일과 개성을 드러내는 궁극적인 장신구로서 하이 주얼리를 만든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누군가가 착용하는 것을 본 순간이라고 디자이너들은 말한다. 올로그라피크 피스를 공개한 지 며칠 되지 않은 7월 초 파리 꾸뛰르 위크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칸 영화제에서 마주한 프랑스 여배우 카미유 코탱(Camille Cottin)과 미국 프로듀서 토냐 루이스 리(Tonya Lewis Lee)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 모두 완벽한 룩이었다.
부쉐론에 합류한 지 10년이 지났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과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은? 첫 번째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부쉐론에서 처음 일할 때다. 당시에는 메종의 철학을 철저히 이해하기 위해 모든 아카이브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풍부함이었다. 여러 미학을 더하기 위한 욕심은 없었지만 부쉐론의 아카이브는 정말이지 풍부했다. 두 번째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2018년에 공개한 ‘이터널 플라워’ 컬렉션을 창조하던 순간이다. 이 컬렉션을 위해 10년 이상 꽃잎 안정화를 연구해온 전문가와 3년간 협업했다. 그 모든 여정이 놀랍고 감성적이었다.
당신은 SNS를 딱히 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지만, 예술, 디자인, 여행, 자연, 동물처럼 영감을 주는 대상을 팔로우하는 데만 사용할 뿐이다. 물론 몇 가지 이유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다. 스스로에게 진실함을 유지하는 편이고 그런 플랫폼에 중독되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사실 ‘좋아요’ 숫자와 사람들의 관심 부족에 초조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자신에게 까다롭기에 기준에 부합하는 SNS용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그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일과 삶의 균형, 디자이너 클레어 슈완과 한 개인으로서 클레어 슈완, 이 모든 것을 건강하게 조율하는 비결이 있나? 업무와 사적 생활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나는 가족, 친구, 스스로를 소중히 여긴다. 포르투갈 콤포르타 근처, 바다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소나무 숲에 집이 있다. 전면이 통유리여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데, 대형 예술품 같은 집이다. 가끔 나를 둘러싼 자연을 관찰한다. 이런 명상이 소중하다. 록다운이 시작되기 직전에 그곳에 갔다. 매일 밤 5분씩 명상을 연습했다. 긍정적인 방법으로 나에게 다시 집중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팬데믹으로 패션 캘린더와 시계에 제동이 걸렸다. 부쉐론이 있는 방돔 광장 분위기도 달라졌을 것이다. 새 컬렉션을 구상하고 론칭해야 했던 이 기간에 우리 팀은 민첩하고 적응과 회복이 탁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덕분에 우리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은 2022년 1월에 발표할 ‘히스토리 드 스타일(Histoire de Style)’ 하이 주얼리 컬렉션 외에 2022년과 2023년 7월에 론칭할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팬데믹이 끝난 뒤 다시 파리를 방문하지 않을까. 그때를 위해 메종 부쉐론 외에 추천할 만한 아끼는 장소가 있다면? 파리라는 도시와 그 문화를 정말 사랑한다.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팔레 루아얄의 아름다운 정원을 자주 산책한다. 벤치에 앉아 파사드와 화단, 나무를 보며 명상을 하거나, 통로 아래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튈르리 정원을 사랑하는데, 매우 고전적인 파사드를 배경으로 전 세계 치어리더들이 운동하러 오는 숨겨진 잔디밭을 특히 좋아한다. 딸과 종종 아침을 먹는 물랭 드 라 비에르주(Moulin de la Vierge)의 작은 테라스도 꼽을 만하다. 생토노레 시장 인근에서 지낸 적 있어서 메종 플리송(Maison Plisson)과 그곳의 제철 상품은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다. 그 밖에도 파리에는 사랑하는 것이 많다. 리츠 호텔의 콘서바토리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것, 크리용 호텔 수영장에서 즐기는 수영 등등. 당신도 하루빨리 파리를 방문하길! (VK)
- 컨트리뷰팅 에디터
- 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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