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X의 비밀 다섯 가지
YGX의 점프
LEEJUNG
YGX의 춤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에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이 잘 들린다부터 합이 좋다까지. 리정이 생각하는 YGX의 특징은 이렇다. “자기만의 눈빛을 가진 사람들. 춤을 출 때 자기만의 불이 켜지는 사람들입니다.” 합이 잘 맞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건 연습량 때문이다. ‘요즘 느낌이다, 트렌디하다’는 평가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클래식한 힙합을 너무 좋아하지만 1980~1990년대에 살아본 적 없어요. 저는 딱 MZ세대예요. 내가 기억하는 시대의 춤을 추죠.” 그래서 리정의 춤은 리정 그 자체다. “이론적으로 설명이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면 제 영상을 보세요.” K-팝의 안무를 이끌어가는 YGX에서도 리정의 활약은 도드라진다(그동안 있지, 선미, 전소미, 제니, 리사, 트와이스 등의 안무를 맡았다). 춤출 때 리정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연습은 무의식과 무아지경을 넣는 과정이다. 결정적 순간, 날것의 자신을 꺼낸다. “무대가 끝나면 쫙 소름이 돋아요. 실수했건 성공적으로 췄든 춤으로 전해지는 감정이 좋아서 ‘역시 난 이걸 하려고 태어났군’ 하고 느껴요.” 리정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세대다. “거창한 이유가 있진 않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장기 자랑에서 원더걸스 ‘텔미’를 추며 받은 생생한 느낌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다년간 부모님을 설득한 후 16세 때 춤을 시작했어요.” 지금의 자신을 만든 배경으로 종교, 부모님, 유학하며 경험한 미국, 저스트절크, YGX를 꼽는다. 알려졌다시피 리정은 한동안 저스크절크의 유일한 여성 멤버였다. <스우파> 배틀에서 엄청난 화력을 선보이지만, 존중으로 이뤄진 사이임을 확실히 한다. “그 순간만은 진심이어야 해요. 계급과 나이 다 떼고 싸우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뒤끝이 없죠.” 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리더를 맡은 리정의 건강한 자신감도 화제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기에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이 비치는 거 아닐까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리정은 ‘I can be anything you want’라고 적었다. “감히 나를 정의하지 않을 테니 네가 날 정의해봐. 무엇이든 되어줄 수 있으니까, 라는 의미죠. 재수 없긴 하네요(웃음). 리정은 누구인가 물어보면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 그 이상’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그리고 덧붙였다. “솔직한 춤을 추는 사람, 춤을 정말 사랑하는 댄서로 봐주세요.”
YELL
검색창에 ‘비걸(B-girl)’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비걸 뜻’이 나올 만큼 비걸은 여전히 낯설다. 예리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가장 유명한 비걸이고, 한국 비걸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11월에도 ‘브레이킹 K’와 ‘레드불 BC 1’ 두 경기를 앞둔 그야말로 진정한 배틀러다. 고수들이 모인 <스우파> 무대 가운데서도 예리의 춤에는 단연 이목이 쏠린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브레이킹을 구사하지만 선이나 동작은 매끄럽다. 브레이크댄스에만 집중하는 다른 비걸과 달리 힙합을 베이스로 한 춤을 추고 음악에 맞춰 근사한 안무를 짠다. 여러 세계 무대에 섰지만, 예리는 가장 의미 있는 무대로 <스우파>부터 꼽았다. “비걸들이 참가하는 배틀 위주로 해와서 다른 장르를 소화하거나 함께 공연할 기회가 없었어요. <스우파>를 통해 어려운 미션을 해내며 실력이 향상된 느낌이에요.” 2019년 레드불 BC 1에서 거둔 최연소 우승도 예리에게 큰 의미다. “유스 올림픽을 끝냈지만, 늘 어린 또래 중에 잘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우승 후 비로소 그 인식을 깰 수 있었죠.” 예리는 역사를 쓰고 있지만 브레이크댄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스트리트 댄서임에도 연습실 댄서 같다고 해요. 길에서 춤추면 신고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스트리트 댄서가 되겠어요. 초기에는 선배들이 거리에서 어떻게든 해내셨지만 지금 상황은 또 달라요. 브레이크댄스는 올림픽 종목이 되어서 낫지만 다른 스트리트 댄스 장르는 전멸이에요. 어린 친구들은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기회가 적어요.” 그런 면에서 예리의 어깨는 무겁다. “제 활동이 영향력을 발휘해 좀 더 많은 비걸이 나오면 좋겠어요.” 예리의 꿈은 근거 있고 근사하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제 춤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계속해갈 수 있었어요. 춤은 제 삶 전체이고 터닝 포인트면서 제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해줬어요. 세계 대회에서 준우승은 해봤는데 1등을 못해봤어요. 장기적인 목표는 세계 대회 1등이에요.”
ISAK
‘저렇게 훌륭한 댄서가 많은데 왜 몰랐을까.’ <스우파>는 우리에게 놀라움과 의문, 반성을 남겼다. 이삭은 춤에 대한 진심이 통했다고 느낀다. “허세가 아니라 자기 춤에 자신 있는 50명이 ‘나 이거 진짜 좋아해’ ‘나 여기 미쳐 있어’를 보여줬고 전달된 것 같아요.” 클래식 악기를 전공한 엄마의 영향으로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까지 거친 이삭이 댄서가 된 건 음악 방송의 빅뱅 무대를 본 후였다. “음악적 생각이 크게 와닿아 방향을 갑자기 틀었어요. 정말이지 꽂힌 것처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후회한 적 없어요. 춤을 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거든요. 춤추는 내 모습을 봤을 때 성취감도 크고요.” 무엇보다 춤은 이삭을 변화시켰다. “밝고 긍정적인 면도 있는 반면에, 낯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면도 있어요. 그런데 춤을 춘다는 건 계속 소통하는 일이에요. 두루두루 잘 지내긴 했지만, 사실 속으로 힘들기도 했는데 춤을 추며 극복했어요.” 이삭은 현재 YGX의 댄스 크루 크레이지(CRAZY) 소속으로 힙합을 기반으로 한 안무 코레오를 중점으로 활동한다. 대학교에서 실용무용을 전공했고 그 기간 동안 여성 힙합 댄스 팀에 소속되어 춤을 췄다. 당시 고되게 다진 힙합 기본기 덕분에 이삭의 춤은 간결하면서도 리드미컬하고 스타일리시하다. 긴 팔다리는 동작을 극대화한다. “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균형이에요. 춤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전하고 싶고요. 보고 또 보고 싶은 춤을 추고 싶은 바람은 늘 가지고 있고요.” 지금까지 트레저, 블랙핑크, 송민호 등의 무대에 함께 올랐다. 이삭이 영감을 받는 존재는 음악과 일상이다. “노래를 듣자마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피곤 해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앞으로 쏠리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안무를 짠 적도 있어요. 래퍼의 제스처를 보고도 연구하죠.” 이삭은 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끝이 아니길 바란다. 더 발전할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YEOJIN
여진은 힙합이 도드라진 춤을 춘다. “큼직큼직하게 움직이며 뽐낼 수 있는 게 좋아요. 큰 동작으로 춤을 추면 시원하게 느껴지거든요.” 파워풀한 에너지 가운데 선명한 밸런스도 여진이 추는 춤의 특징이다. 게다가 ‘힙합!’이라는 외침이 절로 나오는 비주얼이란. 우리는 <스우파> 1회에서 사방으로 땋은 여진의 금발을 기억한다. 여진은 통이 넓은 팬츠와 크롭트 톱처럼 붙은 상의를 매치하곤 한다. “코어에 힘을 주는 춤이 많아 이렇게 입어야 힘 들어가는 게 잘 보이죠. 키가 작다 보니 동작을 크게 하려면 큰 옷이 필요해요.” 여진은 YGX 외에 와일드크루에서 활동했다. 희열을 느낀 무대로 와일드크루로 참여한 대회를 꼽는다. “야구 저지를 입고 한 퍼포먼스가 있는데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빡’ 집중하고 췄는데 주변에서 칭찬도 엄청 들었고 영상도 화제였어요.” 안무를 짜고 그 안무를 스스로 추는 데 중점을 두는 여진은 하고 싶은 작품을 해나갈 예정이고, 더 먼 미래에는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와 더 다양한 작업을 꿈꾼다. 여진은 배우는 게 너무 좋다고 말한다.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받고 <스우파>를 하면서는 YGX 멤버들로부터 배운다. <스우파> 열풍에 여러 분석이 있지만 여진이 말하는 춤이 갖는 힘에 대한 대답에도 힌트가 있다. 함께하는 느낌을 잊은 우리에게 그 느낌을 전한다. “춤은 혼자 추는 게 아니거든요. 춤으로 합을 맞추면 마음이 통하고 동작도 통하니 춤이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건 당연해요.”
JIHYO
배틀은 진정한 선의의 경쟁이라고 지효는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보일 수 있는 자리예요. ‘춤을 춰온 환경이나 장단점도 다른데 내 표현은 이런 거야’ 공유하는 거죠. 그러면서 서로 영감도 얻고요.” ‘댄서가 인정하는 댄서’의 조건으로 지효는 멋을 꼽는다. “같은 동작을 해도 실루엣으로만 누군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멋을 가진 댄서예요.” 그런 기준에 따르면 지효는 왁킹을 통한 아름다운 춤선을 지닌 채 힙합이나 R&B, 팝 무드가 섞인 그만의 춤을 춘다(지금까지 마마무, 화사, 제니 등의 안무에 참여했다). 다양한 체형으로 선보이는 춤도 <스우파>의 관전 포인트다. “댄서로 성공하기 위한 체격이 있기보다 선천적인 체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요. 키가 작으면 작은 만큼 유리한 게 있고 크면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춤을 출 수 없는 몸은 따로 없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스우파> 메가 크루 미션에서 지효는 의상을 담당했다. 댄서들은 보여주는 모습까지 스스로 책임지는 존재다. “미션 당시 헤어 & 메이크업 레퍼런스를 찾아 제시하고, 옷장도 엄청 뒤지고 리폼까지 해가며 의상을 준비했어요. 춤은 단순히 움직임일 수 있지만 문화를 담아요. 내 바이브를 전하기 위해 옷을 연구해요.” 지효는 브랜드 칼리어스(Callious)도 운영한다. “춤밖에 없는 인생”이라고 지효는 처음을 돌아봤다. “초등학생 때는 발레를 했고 중·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예인 꿈도 꿨어요. 그런데 제가 춤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아이돌 춤을 디렉팅하는 사람이 안무가라는 걸 알게 됐고 전향했어요.” 지효는 춤이 선사한 기쁨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춤이 인생의 모든 걸 좌지우지했어요. 춤 때문에 행복하고 내 춤이 뒤처지는 것 같으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인생의 희로애락도 춤으로 다 흘러갔어요. 결국 나의 정체성을 찾아준 건 춤이에요.” 춤의 힘에 대한 지효의 생각은 흥미롭다. “외국 친구들은 ‘몇 살 때 학원 가서 춤을 배웠어’가 아니라 ‘세 살 때 할머니랑 같이 파티하며 춤췄어’라고 말해요. 전문적으로 생각하면 어렵지만, 음악에 맞춘 몸짓이 춤이니 그런 면이 연대를 만드는 거 아닐까요? 둠칫둠칫 하는 흥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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