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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가 소개하는 ‘프렌치 디스패치’

2023.02.12

티모시 샬라메가 소개하는 ‘프렌치 디스패치’

티모시 샬라메가 웨스 앤더슨이 창조한 <프렌치 디스패치>의 세계에 기꺼이 합류했다.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동화된 그는 마치 치열한 잡지의 한 페이지처럼 연기 철학을 드러낸다.

티모시 샬라메의 선언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는 또 다른 에피소드 ‘선언문의 수정’에 학생운동의 불운한 리더이자 몽상가 제피렐리로 등장한다. 저널리즘의 진실성을 추구하는 고독한 에세이스트 루신다 크레멘츠(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머리를 풍성하게 부풀리고 잿빛 수트를 입은 채 미간을 찌푸리고 담배를 45도 각도로 물고 있는 샬라메는 불온하고 서걱거리며 만족스럽게 혁명적이다. 처음 그를 절대 잊지 못하게 각인시킨 불완전함이 10대 혁명가라는 캐릭터를 만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현되며 스크린을 채운다. <더킹: 헨리 5세> <작은 아씨들> <듄>에 이어 ‘웨스 앤더슨 사단’ 입성까지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경계 없이 확장하는 그를 칸영화제 한복판에서 만났다.

18개월간의 팬데믹 이후 마침내 칸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됐다! 기분이 남다를 듯하다. 놀랍다! 지금 우리는 칸에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묵고 있는데, 모두가 같은 호텔이라 촬영할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내 방에 가보니 전화기 옆에 영화와 관련된 모두의 일정표가 있었다. 그리고 다 같이 대형 버스를 타고 시사회장으로 이동했다. 웨스 앤더슨 버스다. 칸에 와서 너무 좋다. 칸영화제 참석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런던에 있었다. 에일린 앗킨스와 함께 올드 빅 극장에서 에이미 허조그가 쓴 연극 <4,000마일>을 공연할 예정이었다. 매튜 워처스가 연출을 맡았다. 노팅힐에 머물며 3주 동안 리허설도 했는데 갑자기 모든 게 중단되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프렌치 디스패치> 홍보를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와 무척 기분이 좋다. 오늘 저녁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텐데 어리둥절할 것 같다. 정말이지 다른 시대와 장소, 세상에서 찍은 기분이 드는 영화이니 말이다.

전 세계 극장의 시계가 멈춰 있었다. 봉쇄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완성된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나. <듄> 촬영이 끝난 2019년 12월에 웨스 앤더슨 감독이 뉴욕에서 상영회를 열었고 배우들이 참석했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이미 한 번 봤지만, 오늘 밤 다시 본다니 너무 기대된다. 이 영화도, 모든 배우의 연기도 자랑스럽다. 빌 머레이, 오웬 윌슨 같은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웨스 앤더슨 영화에 출연했다는 걸 큰 영광으로 여긴다.

프란시스 맥도맨드와는 한 침대를 쓰지 않았나. 물론이다. 프란시스도 여기 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작품을 같이 하다니 진심으로 값진 경험이다. 프란시스는 <노매드랜드>를 끝내고 바로 이 작품에 합류했다. 그 촬영을 끝낸 지 일주일밖에 안 됐을 때 우리 촬영장에 도착했다.

틸다 스윈튼, 베니시오 델 토로, 빌 머레이, 레아 세이두 등 화려한 앙상블 캐스팅인데 여기에 합류하면서 혹시 기가 죽진 않았나. 전혀 색다른 경험이었다. 촬영 2주 전에 웨스 앤더슨 감독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이 기억난다. “새로운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가끔 배우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 내용을 열 번 이상 가슴에 새겼다. 나 혼자만 못해서 튀고 싶지 않았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길 바랐다. 나 역시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웨스 앤더슨 감독이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조종하는 계기판의 여러 버튼 중 자연스러운 하나가 되고 싶었다. 내가 맡은 캐릭터 제피렐리의 목소리도 그렇고 웨스 앤더슨이 쓴 각본의 톤도 그렇고 매우 구체적이다. 요점을 파악하면 스스로 생명력이 주입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연기하는 식이면 안 된다. 나는 이 작품을 제안받기 전, 그의 영화를 다 봤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랄프 파인즈가 보여준 연기가 딱 그렇다. 그는 대사가 어떻게 쓰였는지 완벽히 파악한다. 원래부터 대사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대사를 그가 더 능숙하게 훌륭히 처리한다.

당신이 연기한 제피렐리는 리나 쿠드리가 연기한 줄리에트와의 사이에서 ‘격한 감정’을 보여준다. 리나 쿠드리와 작업은 어땠나. 실제로는 우리 관계가 그렇지 않았다. 다행이었다(웃음). 그녀는 본능적 감각이 뛰어난 배우다. ‘격한 감정’은 두 캐릭터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표현하는 아주 좋은 단어다.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오프닝의 체스 신이다. 줄리에트가 지붕 없는 관람석에 서서 제피렐리가 체스 두는 모습을 보는데 팔짱을 낀 자세로 쳐다본다. 둘의 관계가 그렇다. 리나 쿠드리와의 작업은 정말 좋았다. 언어 장벽을 넘는 것이 흥미진진한 도전이었다. 나는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기본적으로 유창한 편이지만 가끔 헤맬 때도 있다. 그리고 리나는 영어를 어느 정도 잘하지만 완벽하지는 않고. 그녀는 연기를 참 잘한다. 세자르상까지 받았다. 이 작품으로 그녀가 새로운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동안 성공 가도를 달렸다. 스타로서 입지를 다지는 중인데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 초점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일에 따르는 어려움이다. 어떤 작품이든 모든 면에서 준비가 필요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맡은 윌리 웡카 역만 해도 음악적으로 커다란 도전이다. 여러 신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지난 18개월 동안 팬데믹으로 기회가 줄었다. 촬영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포커스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쉬는 동안 재충전도 하고 나를 더 자세히 돌아봤다. 물론 작품에 임할 때도 포커스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듄>의 폴, <더 킹: 헨리 5세>의 왕, <프렌치 디스패치>의 제피렐리 등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VK)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ALASDAIR McLEL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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