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의 헤어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고 수많은 작업을 하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가 한계를 허무는 영감으로 가득한 새 헤어 북, ‘#HairTests’를 출간했다.
귀도 팔라우는 늘 그랬듯이 바빴다. 패션쇼와 잡지 화보 촬영, 오랫동안 협업해온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와 사진작가 데이비드 심스, 스티븐 마이젤과 함께 하는 광고 작업에 이르기까지, 아찔한 스케줄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이 쉴 새 없는 스케줄도 급정거하게 되었다. “시간이 정말 많아졌죠.” 이 전설적인 영국 출신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줌을 통해 우리에게 여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코로나로 휴식을 취하고, 고민하고, 최종적으로는 그의 사이드 프로젝트인 한정판 신간 ‘#HairTests’(IDEA 출판,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구매 가능하다)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다. “사진이 아니라 아이디어 스케치북이에요.” 팔라우는 힘주어 말했다. 이 책에는 핸드 드로잉 스케치가 아닌, 아이폰으로 촬영한 모델의 사진이 담겨 있다. 모두 그가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섬세하게 작업한 헤어스타일이다.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열정이 있어요.”
그는 런던 남쪽의 교외에서 성장했다. ‘비달 사순’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1980년대에는 런던의 다른 살롱을 거쳐 1990년대 이르러 큰 전환점을 맞는다. 바로 조지 마이클의 그 유명한 ‘프리덤! ’90(Freedom! ’90)’ 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슈퍼모델들의 헤어 스타일링을 맡은 것이다. “제 커리어가 아주 길지만, 여전히 크리에이팅과 헤어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책 내용이에요. 다양한 성격과 개성을 다루죠. 헤어스타일의 역할과 사람들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정말 좋아합니다.”
귀도 팔라우의 시그니처이자 장기인 스타일링 중에서도 섬세하게 추려진 이런 사진이 익숙해 보일 수도 있다. 대부분이 귀도 팔라우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선정된 것이니까. 귀도는 백스테이지의 잊을 수 없는 순간순간에 #HairTest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이목을 끌었다. 예를 들면, 펜디 꾸뛰르 쇼에서 작업한 파스텔 컬러의 보울 컷, 쨍한 컬러의 발렌티노 염색 작업, 공개되지 않은 작업, 듣도 보도 못한 헤어 텍스처,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셰이프의 헤어와 클래식한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작업 같은 것을 업로드했다. 귀도는 사진 공유 플랫폼의 유행이 뷰티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사진 공유 플랫폼은 유저에게 자신들의 시각에 대한 완전한 컨트롤과 오너십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인스타그램이 대단한 건 모두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인스타그램 활동은 제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것과 아주 일맥상통해요.”
#HairTests는 결국 SNS가 급부상한 지난 몇 년간에 걸친 귀도 팔라우의 커리어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책은 런던의 헤어 살롱 유리창을 들여다보며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의 아련한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한다.
“헤어 숍 주변을 걷다 보면, 늘 창문에 헤어스타일 화보가 있었어요. 그게 제 마음에 남은 것 같아요. 제가 언제나 그런 헤어스타일을 해보는 것을 꿈꿨기 때문이겠죠. 이 책을 훑어보고는 제가 살롱에 가서, ‘이 머리로 하고 싶은데요!’ 하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헤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정말 멋진 이유예요. 환상과 꿈을 만들어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귀도 팔라우의 개인적이면서도 한계를 허무는 성격은 커리어의 시작점에서부터 잘 드러나고 있으나, #HairTests를 통해 패션계에 포용성과 다양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시점은 이번이 적기일 것이다.
“#HairTests는 제 자신과 독자들이 무엇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테스트해야겠다는 생각과 미의 기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틀을 부수는 것이 오랜 숙원이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사람들의 시야가 점점 열릴수록, 다양한 미의 기준이 더 열릴 겁니다. 지난 몇 년간 일어난 일이기도 하죠. 이렇게 우리의 시각은 점점 확대되고, 제각기 다른 미의 기준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미의 표현에는 어떤 제약도 없어야 합니다.”
#HairTests가 보여주는 모든 스타일, 이를테면 1960년대풍의 보울 컷, 프라다 스타일의 처피 보브, 지방시에서 선보였던 바람을 이용해 공기를 가득 채운 헤어스타일에 담긴 반항적인 정신은 때로는 극적으로,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방법으로 상상력의 한계를 깬다.
“제게 가장 어렵거나 재미있는 룩은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타일을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죠. 클래식하면서도, 클래식하지만은 않은 방식으로 보여야 합니다. 극단적인 스타일이 오히려 더 쉽기도 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미묘한 한 끗 차이에 더 관심을 갖더라고요.” 귀도 팔라우의 기하학적인 셰이프, 처피 레이어링, 물 빠진 컬러를 선호하는 취향을 설명해줄 수 있는 대화였다.
귀도 팔라우는 #HairTests를 손에 넣는 운 좋은 독자들, 특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현직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이 책이 영감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면서 일합니다. 헤어 디자이너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헤어 디자인을 하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겁니다. 장담해요. 저도 그저 런던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살던 아이였는걸요. 그때는 생각지 못한 높은 위치에 도달했어요. 차마 상상도 못한 일이에요. 제 자신의 힘으로, 간혹은 운이 따라 성공하게 되었죠. 저와 같은 사례를 알리고,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HairTests는 LA, 런던, 도쿄, 뉴욕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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