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고의 매력적인 사기꾼 ‘애나 만들기’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을 수 있지만, 실현하기란 쉽지 않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어려운 뉴욕에서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애나 델비 혹은 애나 소로킨입니다.
“난 성공을 위해 노력했어. 내 성취는 노력의 대가야. 내 얘기에 집중해봐. 혹시 알아? 너도 나처럼 똑똑해질지. 아마 안되겠지만, 꿈은 클수록 좋은 거니까.”
애나 델비는 2010년대 중반, 미국 뉴욕 사교계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애나’라는 이름을 곧 누구나 아는 ‘애나’로 만드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독일 백만장자 상속녀로 알려진 그녀는 예술에 대한 감각, 뛰어난 언변, 패션 센스 등 자신의 매력으로 사교계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애나 알아?”라는 한마디면 그녀의 일은 일사천리로 풀렸습니다. 뉴욕 사교계 최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브레이크가 없었죠.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지 않기로 했다”는 애나는 결국 자신을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패션, 예술, 금융, 테크 기업에 종사하는 뉴욕 최상류층 인사들은 그녀의 말에 넘어가 앞다퉈 돈을 투자했죠. 결국 그녀의 말은 죄다 거짓말이었고 사기꾼으로 몰렸지만, 그녀는 말합니다. “난 잘못한 게 없어.”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는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존 인물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드라마도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글로벌 1위를 차지했죠. 자존심 강하고 잘나가는 뉴욕 상류층이 20대 중반 델비의 거짓말에 속아 당했다는 이야기는 실제로도, 드라마로도 많은 이를 열광케 했습니다.
특히 배우 줄리아 가너는 독일 억양과 러시아 억양이 섞인 묘한 느낌의 영어를 구사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애나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습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빠르게 움직이는 그녀의 눈동자와 초조할 때 올라가는 한쪽 입꼬리는 감정 디테일을 기막히게 살렸다는 평을 받았죠.
2018년 제시카 프레슬러 기자가 애나의 이야기를 다룬 <뉴욕 매거진> 기사는 그해 전 세계가 가장 많이 본 기사 6위에 오르기도 했죠. 당시 기사 제목은 ‘어쩌면 그녀는 돈이 너무 많아서 그 감각을 잃어버렸는지도 몰라(Maybe She Had So Much Money She Just Lost Track of It)’. 이 기사가 <애나 만들기>의 시작이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애나 만들기>의 스토리를 다루는 대가로 실존 인물 애나 델비, 아니 애나 소로킨에게 32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애나가 저지른 사기 피해액보다 자신이 사기 친 이야기를 팔아 더 큰돈을 챙긴 겁니다. 물론 이 가운데 정부가 애나 사건의 피해자 구제 명목으로 14만 달러를 동결하긴 했지만요.
신기한 건 극 중 사교계 인물들이 애나의 알 수 없는 매력에 홀리듯 <애나 만들기>를 보는 시청자도 자꾸 애나를 궁금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애나 델비’를 완성한 건, 애나 스스로가 아니라 사교계 사람들과 그에 관심을 기울인 대중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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