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창민, 최강의 삶
최강창민이 전설을 이어가는 법.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읽고 있군요. 워낙 독서를 많이 한다고 들었지만 이 책은 의외예요.
연초에는 으레 트렌드를 한 번 훑어요. 벌써 3~4년 됐네요. 중반기에 한 번 더 보려는데 그건 쉽지 않고요.
문학보다는 사회, 인문 서적을 즐겨 읽나요?
어느 순간부터 그 분야가 재미있어요. 배울수록 뉴스든 영화든 뭔가를 접할 때 다른 시각으로 보고 해석도 다양해지거든요. 단편적인 소식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이면의 역사, 그것이 파생할 결과는 무엇일지 생각하죠. 한편으로 쏠린 입장을 갖기 쉬우니 경계하는 편이에요.
원하는 사람만 지켜볼 수 있는 SNS,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등으로 우린 점점 듣고 싶은 것 만 듣고, 내 입장과 비슷한 사람과만 어울리죠.
동의해요. 알고리즘은 내가 본 것과 비슷한 것만 보여주죠. 편리한 점이 있긴 하지만 다양성을 잃기 쉬워요. 불편하더라도 여러 입장을 살피고 들어야죠.
‘Devil’부터 ‘Fever’까지 두 번째 미니 앨범 활동이 거의 마무리됩니다. 1년 9개월 만에 낸 솔로 앨범인데, 어떻게 자평하나요?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해요. 앨범 제작 기간은 1년여 걸렸어요. 곡을 수집하고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여러 명의 가수가 소속된 회사라면 앨범 발매 시기를 각자 조율해요. 저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족스러운 앨범을 만들고 싶었죠. 아티스트로서 도태되거나, 지루한 접근이 보일까 봐 조심스러웠거든요. 트렌디하다, 트렌디하지 못하다를 떠나서 내가 준비하는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매진했어요.
100% 만족할 때 컴백한 건가요?
대중음악이 자기만족이나 자기 위로를 위한 음악이 아니잖아요. 대중이 공감하고 좋아해야죠. 미련 없이 작업한 콘텐츠이고, 대다수는 아니어도 제 음악을 스트리밍해주는 팬들은 좋다고 평해서 다행이었어요. 정말 감사한 평은 “동방신기 최강창민만 할 수 있는 음악이면서 쿨하고 멋지다”였어요.
보아 씨를 인터뷰할 때 비슷한 얘기를 나눴어요. 다양성의 사회이다 보니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우선 내가 수긍하는 음악을 만들고, 내 음악을 소비해온 팬들이 좋게 평가하면 족하다고.
전적으로 동의해요.
‘Devil’은 본인이 작사했죠. 그간 고민해온 사안의 답처럼 읽힙니다. 가사는 자신을 괴롭혀온 데빌(문제)을 타개해나가는 내용인데, 당시 최강창민을 괴롭힌 데빌은 무엇이었나요?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자신감과 확신이 없는 채로 오래 고민했죠. 나의 색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보컬이 나다울까, 혹시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이 도태된 것은 아닐까, 점점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못하지 않나. 그것이 저의 데빌이었죠.
여러 인터뷰를 찾아봐도 늘 ‘나는 누구인가’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까’를 고민하더군요. 지금도 여전한 숙제군
요.
맞아요. 늘 내게 던져온 질문이죠.
이번 컴백 활동은 유튜브에서도 활발했군요. ‘닥터프렌즈’나 ‘354 삼오사’처럼 비연예인 채널에도 출연하고요. 이전과 다른 컴백 활동을 하면서 새삼 변화를 느꼈나요?
출연한 채널 모두 직접 선택했어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개개인이 이른바 방송국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니 전과는 다른 프로모션 방향으로 가고 싶었어요. 또 채널도 조회수나 화제성을 좇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하고 싶었죠. 답변이 반복되는 듯하지만 대다수가 저를 이해하고 호감을 갖고 보리라 감히 기대하지 않아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출연하면, 나와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흥미롭게 보리라 생각해요. 주제넘은 말일 수 있지만, 이번엔 특히 나를 지지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과 더 연결될 수 있게 프로모션을 했죠.
취미인 요리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꾸준히 했죠. <시고르 경양식>까지 지난 1월에 마무리됐네요. 이후 계획은 뭔가요?
기회가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싶지만, 당분간은 나를 다지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그래야 나중에 어떤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죠. 우물을 깊게 파야 내 이야기, 행동, 요리하는 모습에 믿음을 갖고 귀 기울여주지 않을까요.
요즘은 정말 좋아서, 진심으로 해야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비슷한 콘텐츠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심도 있게 진심으로 해야 봐주는 거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리 외에 우물을 파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요?
언뜻 들으면 주정뱅이의 변명 같지만 (웃음) 다양한 술을 마
시고 배우고 싶어요. 올해부터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요.
이전부터 와인을 워낙 좋아했죠. 와인뿐 아니라 다양한 술의 역사, 제조법까지 알고 싶군요.
배울 분야가 많아요. 연예인에게 많은 스케줄은 감사해야 하지만, 조금 배부른 발언을 하자면 어느 시점에서는 나를 풍부하게, 깊이 있게 계발하려면 시간을 내서 공부하는 것에 욕심을 부려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일기를 쓰며 생각을 정리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작사로 발전했죠. 마음을 일기로, 가사로 남기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을 정리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요. 근면하지 못해 일기를 매일 쓰지 못하지만, 천천히 또박또박 글씨를 써 내려가면 마음이 다스려지고 차분해져요. 여러 생각도 조금씩 정리되고요.
손 글씨의 매력 같아요. 타자를 치면 더 빠르지만, 손으로 쓰면 느려진 속도만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죠.
원하는 바를 빨리빨리 기입하고 지나가는 사회지만, 느리게 가야 정서에는 더 도움이 되는 듯해요.
오래전 일기를 펼쳐 보나요?
가끔요. 막상 보면 오그라들죠. 풋내기 같고 덜 다듬어진 나지만 성격은 한결같아요.
옛날에 내가 이런 생각도 했다니, 낯선 적은 없었나요?
물론 내가 이랬다니 희한할 때도 있죠. 하지만 늘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람이기에 좋은 쪽으로 변화하리라 믿어요.
작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하겠죠?
계속 내 이야기로만 가사를 쓰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물론 자기 얘기가 담길수록 주관이 뚜렷한 아티스트로 비치고 성장해간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죠. 하지만 타인의 이야기에 모두가 수긍하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고, 내 편 아니면 네 편처럼 이분법으로 나누기도 하잖아요. 솔직히 겁이 많아, 내 이야기로만 가사와 음악을 채우기는 조심스러워요.
특히 이번 앨범에선 최강창민의 다양한 보컬을 들을 수 있었어요. 여섯 곡에서뿐 아니라 한 곡 내에서도 보컬이 자주 바뀌어요.
보통 3~4분 길이의 음악에서 하나의 색깔만 보이면 예전보다 쉽게 싫증이 나요. 기승전결이란 흐름이 있듯이 보컬도 조용히 가다 격해지고 다이내믹해야 흥미롭죠. 맞는 비유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고요한 바다도 좋아하지만 거칠고 예측 불가한 바다 이야기를 더 흥미로워하죠.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멜로보다는 감정이 생생하게 날아다니는 작품을 선호하고요.
이야기란 모험, 위기, 갈등 등을 동반하죠.
그런 면에서 저도 다양함을 보여줘야 해요. 트렌디한 것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 모두 배워야 가수로서 생명력을 길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박진영 선배님께서 방송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예순까지 내 음악은 성장하고 발전할 자신 있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라면 계속 배우고 진화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죠. 요즘엔 무엇이든 주기가 빨리 바뀌기에 따라가기 조금 버겁지만 노력 중입니다.
최강창민은 멈추지 않는군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죠. 만인에게 사랑받자는 욕심이 아니라 나도, 내 음악도 유
기체처럼 움직이며 진화했으면 좋겠어요.
‘Devil’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올 초 SM타운 라이브를 하면서 ‘지금까지 왜 가수를 해왔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어요.
어느 때보다 강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있게 한 동력은 나를 응원하고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이에요. 그들이 없다면 미련 없이 가수를 그만둘 거 같아요. 당장이라도. 최대한 말의 강도를 낮춰도 이렇게 표현하게 되네요. 누가 들으면 가수를 그만하고 싶은가 하겠지만, 팬이 있기에 최강창민이란 가수가 존재함을 시간이 갈수록 뼈저리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인데 팬이 없다면 수명을 다한 거고 그만해야죠. 그만큼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의 존재감은, 단어가 오글거리지만 심장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나의 가수 생명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물론 제가 더 성장해야죠. 만약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면 변화와 흐름을 배우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니까요.
이해관계 없이 나를 사랑해준다니, 놀랍죠. 당연시하는 사람도 있지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이 느껴요. 젊고 파릇파릇한 내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호감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 외관이 달라지고 생활환경도 달라지는데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그 마음이 소중해요.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함을 몰라서는 안 되죠.
연예인에게 팬만 있지 않잖아요.
그냥 가볍게 던지는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잖아요. 돌멩이에 많이 맞아봤다고 무뎌지지 않고요. 나를 좋아하는 이가 있는 반면에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이도 있죠. 굳이 보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니 자격지심에 빠지고 삶이 괴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 덕분에 이 일을 소중히 여기고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어요.
“가랑비처럼 오래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때론 궁금합니다. 젊을 때 열정을 쏟은 만큼 노후에는 해방되어 쉬고 싶지 않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일이라니 축복이죠. 물론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때론 일과 거리를 두고 싶기도 하지만, 얻는 점이 훨씬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도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분도 많잖아요. 요즘 핫한 친구들처럼 주목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오래 몰두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생활해갈 수 있는 직업을 가져서 감사해요.
어찌 보면 정년퇴직 없는 직업이죠.
단순노동이든 뭐든 사람은 일을 해야 해요. 사회적 동물이기에 일하며 발생하는 인간관계와 감정이 필요하고요. 그런 갈증 없이 되는대로 산다면… 거칠게 표현하면 생명을 다한 삶이죠. 화려함을 좇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서도 고즈넉하고 소소한 삶을 꾸려가고 싶어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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