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이 섹시한 남성복의 시대
2020년 초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됐을 때, 친구들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진을 보내곤 했다. 집에만 있으니 편한 옷차림을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나는 같은 이유로 반대 노선을 선택했다. 조금 덜 실용적인 옷을 입기로 한 것이다. 종말이 곧 닥칠 거라는 생각에 어떤 흥미도 가질 수 없었던 나는 기분 전환용으로 (전혀 필요 없지만) 화려한 탱크 톱을 주문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디온 리(Dion Lee)의 시어링 탱크 톱을 입는 순간,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이거였다. ‘바를 열었더라면 지금 당장 나갔을 텐데!’ 충동구매였지만 상관없었다. 옷을 입자마자 기분이 한층 달아올랐다. 심지어 섹시했다. 그 옷은 내 자존감을 다시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때만큼 내가 옷을 보고 섹시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남성복은 대체로 두 가지 종류뿐이다. 보수적이거나 답답하거나. 가끔은 지나치게 유치하거나 키치할 때도 있다. 요점은 섹시하고 몸에 딱 맞는 남성복은 찾기가 무척 힘들다는 거다. 친구들과 쇼핑하러 가면 여성복 코너에서는 레이스가 달린 섹시한 옷이나 매혹적이고 착 달라붙는 옷을 찾을 수 있는 반면에 남성복 코너에는 우스꽝스러운 프린트가 있는 버튼 업 셔츠, 심심한 티셔츠나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만 잔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패션에서 섹시함을 느끼고 싶다. 우아하고 프로페셔널함을 갖춘 고상함이 아닌 단순한 섹시함 말이다. 우리는 멋진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고 집에 갇힌 채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남성복 디자이너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몇몇 브랜드에서 감각적인 실루엣을 통해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옷을 제작하며 남성복 세계에 새로운 움직임을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 많은 브랜드에서 젠더리스 디자인을 시도하는데 이는 그 자체로 신선한 변화다.) 물론 이런 룩은 예전에도 존재했다. 특히 무대에서 말이다(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와 믹 재거는 최초의 섹시한 남자 아이콘이었다). 이런 섹시한 룩은 지난 2년간의 편안한 옷차림 트렌드의 다음 타자로, 올해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생 로랑, GmbH, 팔모로 스페인 등은 2022 S/S 런웨이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타이트한 남성 의류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내 관심을 끈 레이블 중 하나는 LA에 본사를 둔 우티에르(Utierre)이다. 특히 새로운 컬렉션 중 분리된 메시 소매가 달린 스트래피 크로스 톱은 파티에 입고 간다면 누군가와의 뜨거운 시간을 보장할 만큼 관능적이었다. (엄청나게 시크한 끈 팬티를 판매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루도빅 드 생 세르냉(Ludovic de Saint Sernin)의 노출이 매력적인 크롭트 니트 카디건과 투명한 탱크 톱 역시 마찬가지. 바로 위시 리스트에 넣어두었다.
남성들의 선택권이 넘쳐나는 지금, 더 매혹적인 모습의 셀러브리티를 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하얀 스트래피 상의를 레드 카펫에서 입은 릴 나스 엑스, 셔츠 없이 블레이저만 걸친 해리 스타일스, 슬릿 디테일의 알투(Altu) 드레스를 선택한 트로이 시반… 더 이상 관능적인 드레스업은 비주류가 아니다.
이쯤에서 미리 사과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출을 할 테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누군가를 위해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입는다는 사실이다. 섹시함은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옷은 그저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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